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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2월 2일 잠깐독서

등록 2013-02-01 20:04

강준만 교수가 분석한 야권 대선패배 이유

증오 상업주의
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1만3000원

“2012년 대선도 선악 이분법에 근거한 ‘증오의 굿판’이었다.”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를 지지했던 언론학자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야권의 패배 원인을 ‘증오 상업주의’에서 찾았다. 진보파는 “자신들이 ‘100퍼센트 천사의 편’임을 주장함으로써 늘 유권자 절반을 소외시키는 자해를 일삼는다”는 것이다. 가령 미디어와 독설가는 서로 유착해 ‘적대의 정치’를 확산시킨다. ‘우리 대 그들’ 구도의 독설은 지지보다 더 많은 증오를 만들어내 국민의 정치 환멸을 재생산할 뿐이라는 얘기다. 적이 꼭 필요한 ‘이분법적 소통’은 적을 응징하는 ‘물갈이 상례화’를 개혁으로 간주하지만, 시스템 변화 없는 ‘공천혁명’은 또다시 열망과 환멸의 사이클을 낳는다고 그는 분석한다.

<증오 상업주의>에는 한국 정치를 ‘증오’라는 화두로 10년간 고찰해온 지은이의 통찰이 담겨 있다. 그는 노골적 우익편향의 뉴스채널 ‘폭스’와 온라인 진보운동 단체 ‘무브온’ 또한 증오 마케팅 핵심인 ‘적 만들기’ 전략이 성장 비결임을 주목한다. 폭스 대항마로 탄생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 공신 무브온은 보수진영에 호전적 공세를 펴며 민주당을 대리했다. 결과는 적대와 증오의 확장, 중간파가 과소 대표되는 의제설정의 ‘대표성 왜곡’이다. 이런 이유로 강 교수는 한국 진보진영이 수입하려는 ‘무브온 모델’에 반대한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최저생계비로 산 한 달 ‘생생 체험담’

대한민국 최저로 살아가기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지음
나눔의집·1만5000원

아버지는 2267원짜리 양말 4켤레를 1년 동안 신는다. 어머니는 주부라서 1년에 두 켤레만 신으면 된다. 아이들의 경우엔 1만원짜리 운동화를 2년 동안 신어야 하고, 티셔츠는 2장을 2년 동안 입는다. 아버지는 2105원짜리 팬티 6장, 아이들은 1897원짜리 팬티 6장으로 3년, 어머니는 5000원짜리 브래지어 2점으로 2년을 버틴다….

언뜻 ‘10년 뒤 ○억원 벌기 위한 내핍 매뉴얼’로 보이지만, 실제로 국내 최저생계비를 이루는 품목별 기준치다. 최저생계비는 ‘국민이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소요되는 최소한의 비용’이다. 그러나 이 최소한의 비용이 빚어낸 삶의 모습은 ‘누구도 살고 싶지 않은 집, 누구도 먹고 싶지 않은 밥상’이었다. ‘최소한 이 정도는 보장해준다’는 안전장치가 아니라, ‘최저한의 생존만 해라’고 강요하는 역설이다. 2010년 여름 참여연대가 진행한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 캠페인’에 참여한 한 젊은이는 매일 눈만 뜨면 값싸고 푸짐하게 먹을 궁리만 했는데도 한달 동안 체중이 5㎏이나 줄었다. <대한민국 최저로 살아가기>는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가 이 캠페인에 참여한 시민들 체험담과 최저생계비로 살아가는 빈민들의 이야기, 대안을 찾는 전문가들 목소리를 묶은 책이다. 책에서 최저생계비로 한달을 살아본 한 체험자는 말한다. “빈곤층에 대한 제도는 어떻게 보면 그 나라의 국격, 자부심이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에너지 화두로 세계 정치·경제사 짚어

2030 에너지 전쟁
대니얼 예긴 지음, 이경남 옮김
올·3만8000원

<2030 에너지 전쟁>은 에너지 문제를 축으로 세계 정치·경제·사회사를 재구성한 흥미진진한 책이다. 석유를 중심으로 하여 펼쳐지는 자본과 권력의 대서사를 담은 전작 <황금의 샘>으로 1992년 논픽션 부문 퓰리처상을 받은 지은이 대니얼 예긴은 2010년 펴낸 이 책에서도 석유를 중심에 놓긴 하지만, 재생에너지와 전기, 전기차, 기후변화 문제에까지 영역을 확장한다. 세계경제를 에너지 전쟁 관점에서 풀어가는 그의 시선을 통해 세계대전과 국제질서 재편, 주요 사건들의 의미가 색다르게 다가온다.

철저한 현실주의자인 예긴의 면모는 ‘피크 오일’을 다루는 데서도 드러난다. 그에 따르면 피크 오일 논란, 곧 석유 생산이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다는 우려와 경고는 19세기 말 석유산업 시작 때부터 등장했다. 이후 논란은 1차 세계대전 직후 자동차의 폭발적 증가 때와 2차 세계대전 직후, 1970년대 오일쇼크 때를 거쳐 21세기인 지금 5번째를 맞고 있다. 예긴은 그때마다 기술 발전과 새 유전 발굴 등으로 오히려 석유 물량을 늘려 온 역사를 구체적 수치와 역사적 사실을 들어 논증한다. 그는 피크 오일이 이번 세기 중반에야 찾아올 것이고 그때도 급격한 종말을 맞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다분히 낙관적인 그의 현실주의는 거대 중국의 등장과 미래 파급효과를 예측하는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소설가 이혜경 등단 31년만의 첫 산문집

그냥, 걷다가 문득
이혜경 지음/강·1만3000원

<그냥, 걷다가 문득>은 ‘과작의 작가’ 이혜경이 등단 31년 만에 펴낸 첫 산문집이다.

“‘그냥’이라는 부사 속에는 얼마나 많은 마음의 갈래가 함축되어 있는 걸까. 발화하는 순간 흩어지고 변질됨을 알기에 차마 말하지 못하는 감정의 농밀함. 그리하여 ‘문득’이라는 지점에 이르게 하는 어떤 것들 또한.”(‘작가의 말’)

인용한 부분은 인물의 섬세한 마음의 결을 포착하는 데 능한 이혜경 소설의 특징을 말해 주는 것처럼 읽힌다. 책에 묶인 그의 산문들 또한 ‘그냥’에서 ‘문득’에 이르는, 우연과 발견의 드라마를 보여준다. 사할린에서 묵었던 민박집에서 작가는 한인 4세 어린아이들과 ‘학교종이 땡땡땡’을 노래방 반주에 맞추어 함께 부른다. 전업주부로 사반세기를 보내고 오십대에 들어선 올케는 어느 날 문득 꽃집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뒤 낯선 꽃집에 제 발로 찾아 들어가 일을 배우기 시작한다. 가깝고 먼 이런 이들과의 만남을 거치면서 작가는 이런 깨달음에 이른다.

“나이 들면서 그동안 알고 지냈던 이들과 이어주던 마음의 끈이 하나둘 떨어져 나가는 걸 느끼게 된다. 그런가 하면 한편에서는 새롭게 끈이 이어지기도 한다. 마음에서 마음으로 이어지는 끈. 그 끈을 잇고 간수할 때와 끊어내야 할 때를 제대로 아는 것만도 평생 공부가 필요한 일인 듯싶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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