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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대화의 철학자’ 폴 리쾨르 사상을 읽다

등록 2013-02-05 20:25

생존 당시 데리다·하버마스와 함께
‘살아있는 3대 철학자’ 불린 리쾨르
대담집 ‘…비판과 확신’ 번역 출간
생존 당시 자크 데리다(1930~2004), 위르겐 하버마스(1929~)와 더불어 ‘살아 있는 3대 철학자’로 불렸던 폴 리쾨르(1913~2005)는 다른 20세기 철학자들에 견줘 아직 국내에선 조금 낯선 편이다. 그가 당대의 지적 지형도에서 동떨어져 독창적인 철학 세계를 일궈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는 20세기 철학계의 주된 흐름이었던 구조주의·해체주의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으며, 기독교인으로서 자기 정체성을 강조했던 사상적 태도 역시 당시의 탈종교적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시간과 이야기> <해석의 갈등> 같은 리쾨르의 주요 저작이나 입문서 등은 그동안 국내에서도 꾸준히 출간되어 왔다. 최근에는 그의 육성을 담은 대담집 <폴 리쾨르, 비판과 확신>(그린비)이 나왔다. 리쾨르가 1994~1995년 인터뷰를 하며 자신의 삶과 철학, 다양한 지적 관심사에 대해 풀어놓은 내용을 엮은 책이다. 육성으로 리쾨르와 그의 사상을 좀더 넓고 깊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또다른 리쾨르 입문서라고도 할 수 있다.

리쾨르는 실존철학·현상학·해석학·정신분석학·정치철학·윤리학 등 다양한 방면에서 서양의 여러 철학 전통을 두루 아울렀다고 평가받는다. 프랑스 발랑스 지역 출신으로 조부모 슬하에서 자랐던 리쾨르는 가브리엘 마르셀, 카를 야스퍼스와 같은 실존주의 철학자들을 먼저 접했다. 파리대학 재학 시절에는 가브리엘 마르셀로부터 직접 철학과 신학을 배웠다.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그는 독일군에게 잡혀 5년 동안 포로생활을 했다. 수용소에서 에드문트 후설의 현상학을 알게 돼 큰 감화를 받았고 그 뒤 독일 철학을 깊이 공부했다.

전후 파리대학 철학과 교수로 재직했던 리쾨르는 정신분석학·현상학에 관심을 두고, 좌파 기독교 사상가로서 자신의 철학을 발전시켜나갔다. 낭테르대학 총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일어난 68혁명 때에는 조정과 화해를 앞세우는 특유의 태도 때문에 급진파로부터 공격을 받기도 했다. 그 뒤엔 미국으로 건너가 시카고대학 등에서 강의를 하기도 했다.

이 책 전체에서 드러나는 리쾨르의 핵심적인 면모는 제목처럼 ‘비판과 확신’을 두 가지 축으로 삼는 변증법, 곧 ‘반성적 성찰’의 태도다. 여기에서 비판은 서구 헬레니즘으로 대표되는 사상적 전통이며, 확신은 기독교로 대표되는 윤리적 전통이라 할 수 있다. 리쾨르는 “철학은 비판일 뿐 아니라 확신이기도 하다”며 서로 다른 두 가지 접근이 양립할 수 있다고 보고, 둘을 중재하고 화해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다양한 사조를 넘나들었던 그의 연구는 인간의 삶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들을 종합하고 중재하는 데 역점을 뒀던 것이다. 이 때문에 <르몽드>는 리쾨르의 철학을 일컬어 “온갖 대화의 철학”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독일을 대표하는 해석학자 한스게오르크 가다머와의 인연이나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과의 관계 등 동시대를 살았던 다른 사상가들의 발자취도 함께 엿볼 수 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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