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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목판화 그림에 짧은 동화 새긴 ‘시그림책’

등록 2013-02-22 19:44

도판 보림 제공
도판 보림 제공
신기한 목탁 소리
한승원 글·김성희 그림
보림·1만2800원
양질의 어린이책을 만들어온 보림출판사가 새로운 시리즈를 시작했다. 이번에 첫 권 <신기한 목탁 소리>가 나온 ‘시그림책’ 시리즈는 참여 작가들 면면이 먼저 눈에 띈다. 첫 권을 쓴 한승원 작가를 비롯해 이제하·한창훈 작가, 김혜순·장석남·김소연·이진명·나희덕 시인 등 문단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문인들이 필자로 포진해 있다. 출판사 쪽은 “그림책의 시적 문학성에 동의하는 시인·작가들에게 그림책 글쓰기를 제안해 창작 그림책의 높이와 넓이를 키우고자 했다”고 밝혔다.

2년여 준비 끝에 나온 <신기한 목탁 소리>는 여러 작품에서 구도의 삶을 녹여왔던 노작가가 손자에게 들려주는 깨달음의 이야기다. 큰 절에 늙은 스님이 한 분 있다. 귀는 깜깜절벽에 글자를 몰라서 설법을 들을 수도, 경전을 읽을 수도 없었던 스님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목탁을 깎는다. 한 달 꼬박 걸려 겨우 한 개를 완성하는 그의 목탁 소리는 너무나 그윽해서 많은 스님들이 가지고 싶어했다. ‘스님이 만든 목탁 소리를 들으면 도둑마음도, 남을 미워하는 마음도 사라진다’는 소문이 돌아 방방곡곡에서 주문이 밀려든다.

시집은 아니지만 짧은 동화 같은 문장은 시처럼 간결하다. 특히 모든 쪽에서 글은 맨 아래 한두 줄만 적혀 있고 눈을 가득 채우는 건 투박하면서도 깊은 질감의 목판 그림이다. 유명 문인 필자의 이름값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그림 작가와의 협업을 중요시한 까닭이다. 묵묵한 늙은 스님 옆 작은 동자승은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한승원 작가는 아이들도 이해할 수 있는 짧고 단순한 이야기를 통해 흔들림 없는 삶의 자세와 진짜 지혜가 무엇인지를 이야기한다. 주된 독자인 아이들뿐 아니라, 더 많은 걸 더 빠른 시간에 이루려 하는 속도의 세상에 허덕이던 어른 독자들도 잠시 멈춰 서게 한다. 김혜순 시인, 이제하 작가의 신작 그림책도 차례로 출간될 예정이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도판 보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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