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폭풍
네이선 울프 지음
강주헌 옮김/김영사·1만5000원
네이선 울프 지음
강주헌 옮김/김영사·1만5000원
다른 사람을 잘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생각의 덕목 가운데 하나는 ‘역지사지’다.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생물학과 초빙교수로 <바이러스 폭풍>을 쓴 네이선 울프는 이 책에서 바이러스로부터 우리 몸과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전략을 짜는 데에도 이 역지사지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바이러스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이해하게 되면 이들을 적으로 삼지 않고 친구가 되면서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 나온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은 바이러스를 무서운 병원체로만 생각해왔다. 바이러스에 감염돼 여러 질환을 앓은 사람이거나 이런 사실들을 알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특히 그렇다. 꼭 퇴치하거나 박멸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면서 자신의 몸이나 몸 주변에는 한 마리의 바이러스나 세균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미 셀 수 없이 많은 세균과 바이러스가 몸에서 살고 있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바이러스 입장에서 사람을 바라보면 어떨까? 우선 바이러스는 지구상에서 인간보다 먼저 터를 잡았다. 대략 35억년 이상 살아온 것으로 추정된다. 또 현재 개체 수에서도 인간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바이러스를 머리부터 꼬리까지 한줄로 늘어 놓으면 빛이 2억년 동안 갈 거리가 된다고 한다. 게다가 지구 환경을 파괴하는 인간과 달리 바다에 사는 세균을 죽이며 지구 생태계를 유지시키는 좋은 구실도 많이 한다. 암세포만 골라 죽이는 바이러스 등 사람에게 유익한 종류도 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바이러스 입장에서 본 항변이 이어진다. 본디 지구의 주인은 자기들이었는데, 기껏해야 1000만년도 안 되는 역사에, 개체 수도 60억 정도밖에 되지 않는 생물이 자신들을 퇴치하겠다고 덤빈다. 사람 손길이 닿지 않는 밀림이나 원숭이·돼지 같은 다른 동물 몸에 잘 살고 있는데 왜 갑자기 인간이 자기들 앞에 나타나 서식처를 제공한 뒤 오히려 바이러스가 문제라고 탓하느냐는 것이다. 또 다른 동물을 잡아 먹는 과정이나 주사를 놓거나 장기이식을 하면서 이사를 시킨 탓에 자신들이 새로 터를 잡고 번식하는 것도 감염이라고 부르면서 퇴치하려 한다고 본다. 심지어 인간들은 항공기나 배, 기차 따위를 이용해 바이러스 하나의 일생으로는 도저히 갈 수 없는 곳까지 그들을 옮겨놓은 뒤 이를 ‘팬데믹’(대유행)이라 부른다. 한마디로 바이러스는 억울하다.
지은이가 말하는 바이러스와 잘 지내는 방법은 간단하다. 친구가 되는 것이다. 바이러스 역시 처음 만나는 숙주는 정복 대상으로 삼아 무차별적으로 죽였다. 하지만 친해지면 함께 사는 법을 배운다. 우리 몸에 안전한 바이러스를 예방백신을 통해 넣어주는 것도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좋은 방법이다.
바이러스에 대한 궁금증뿐만 아니라 이 책은 광범위한 생물학 지식을 담고 있기도 하다. 온순한 줄만 알았던 침팬지가 무리를 지어 원숭이나 사람을 사냥하는 것부터 인류의 탄생과 이동, 불의 사용 등 인류 생존방식의 변화도 상세히 담겨 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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