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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소녀가 겪은 홀로코스트, 가슴 저미는 만화로

등록 2013-03-08 19:51

숨어 산 아이
로익 도빌리에 글, 마르크 리자노 그림, 그레그 살세도 채색, 이효숙 옮김
도서출판 산하·9800원
“역사를 망각하는 자는 그 역사를 다시 살게 될 것이다.” 폴란드 아우슈비츠 박물관 전시장에 쓰인 이 유명한 글귀를 그저 격언으로만 받아들이긴 어렵다. 지금 우리는 길지 않은 현대사 안에서도 이 글귀의 기시감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역사는 언제 어디서든 동시대인들에게 잊히는 순간 어리석은 반복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나치의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에 관한 책들이 무수히 나왔지만, 새로운 형식과 더 완성도 높은 이야기들이 꾸준히 나와야 하는 이유도 이것이다. 누구나 홀로코스트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단순히 언제 누가 얼마나 죽었다는 식의 앙상한 사실만이 ‘암기’되면서 폭력의 무게는 깃털처럼 가벼워진다.

지난해 프랑스에서 출간된 <숨어 산 아이>의 큰 이야기 줄기도 새로운 건 아니다. 배경은 1942년 여름. 독일군 점령 치하의 프랑스 비시 정권은 유대인 청소 작업에 나선다. 유대인임을 표시하는 노란 별을 달고 학교에 가서 교사뿐 아니라 친했던 아이들의 폭력까지 견뎌야 했던 소녀 두니아는 결국 학교도 그만두고 숨어 살다가 아빠·엄마를 나치 세력에 빼앗긴다. 이웃 아주머니와 도망쳐 시골에서 전쟁의 상흔과는 거리가 먼 안정된 삶을 살게 되지만 늘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다.

홀로코스트에 얽힌 이런 참상의 기억들은 훗날 두니아가 할머니가 되어 손녀에게 전해주는 이야기들로 책에서 풀려나온다. 아이의 시선으로 학교에서 당했던 차별이나 낯설고 무서운 군인들에게 엄마 아빠가 끌려갔을 때의 두려움과 암담함, 홀로 남겨진 자신을 키워준 이웃 아주머니에게 느끼는 고마움과 그 속에서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은 외로움과 그리움이 만화 캐릭터를 통해 절절히 묻어나와서 마음을 흔든다. 당시 파리 주변에서만 1만3000여명의 유대인이 수용소에 끌려갔다고 한다. 책을 덮고 나면 이 숫자가 다시 보인다. 두니아 가족처럼 이 많은 사람들이 겪었을 고통이 따갑게 느껴진다. 역사책이 거듭 읽혀야 하는 이유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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