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작가
짧은 소설집 펴낸 신경숙씨
“일반 독자들도 그렇고 평론가들도 이따금씩 저에게 묻곤 했어요. 재미있는 소설을 쓸 생각은 없냐고. 제 소설이 재미와는 거리가 있다는 뜻이겠죠. 그런데 저한테는 문학이 처음부터 워낙 무겁게 다가왔어요. 인간의 힘으로는 영원히 해결되지 않는 비의를 담는 그릇이 문학이었던 거죠. 그러다 보니 재미와 웃음을 챙기는 데에는 소홀했던 것 같아요. 이번 책에서는 그동안 제 소설에 부족했던 재미와 웃음을 살려 보고자 했어요.”
소설가 신경숙(50·사진)이 스물여섯 편의 짧은 소설들을 모은 작품집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문학동네)를 내놓았다. 단편소설이 아닌 콩트에 해당하는 짧은 분량에 독자로 하여금 웃음을 머금게 하는 이야기들로, 2008~2010년 사이 잡지에 연재했던 것이다. 가령 책 맨 앞에 실린 <아, 사랑한담서?>는 남도의 시골 마을에서 벌어진 스님과 목사의 충돌을 담았다. 열정에 넘친 젊은 목사는 동네 주민들로도 모자라 스님에게까지 끈덕지게 전도를 하는데, 그러던 어느 순간 스님이 젊은 목사의 멱살을 잡고 오른뺨을 내리친다. 깜짝 놀란 목사에게 스님 왈, “뭐야? 사랑해야?” “자, 왼쪽도 대드라고. 아, 사랑한담서!” “그리고, 호모냐? 왜 나를 사랑해?”
<안~ 주면 가나봐라~ 그~ 칸다고 주나봐라~>는 평소 과묵하고 진중하기만 한 시인 케이(K)한테 들은 이야기. 남편을 잃고 혼자 사는 여인의 집에 스님이 탁발을 왔다. 목탁을 두드리며 염불을 외워도 시주를 하지 않자 어느덧 스님의 염불 소리가 “안~ 주면 가나봐라~”로 바뀌었고, 그에 질세라 집주인 여자도 “그~ 칸다고 주나봐라~”로 맞받았다고.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케이 일행이 몽골 여행을 갔을 때 심심풀이 삼아 두 패로 나뉘어 “안~ 주면 가나봐라”와 “그~ 칸다고 주나봐라”를 장중한 목소리로 주고받자 지나던 서양 관광객들이 그게 무슨 거창한 불경 소리가 되는 줄 알고 진지하고 경건한 표정으로 지켜서서 들었다는 후문.
21일 낮 서울 마포의 한 북카페에서 기자간담회를 마련한 신경숙은 “재미와 웃음을 담았다고 해서 가볍기만 하거나 다른 작품들에 비해 밀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쓰는 나에게도 그랬듯이 읽는 분들에게도 삶의 긴장된 순간들을 웃음을 통해 다른, 더 깊은 의미를 지니는 순간들로 바꿔 주는 글들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장편으로는 네 개의 삶, 네 개의 사랑이 서로 연결되는 옴니버스 형식의 이야기,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앞을 보지 못하게 된 사람의 이야기, 둘을 놓고 고민하고 있는데, 어느 쪽이든 곧 착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사진 문학동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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