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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미국식 무소유…‘놓으면 자유로워져’

등록 2013-03-22 20:18수정 2013-03-22 20:23

휴대전화와 인터넷, 자동차 없는 삶을 실험해 보는 <한국방송> 2텔레비전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인간의 조건> 출연자들. '미니멀리즘'은 물건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버리고 간소한 삶에서 진짜 행복을 찾으려는 태도를 가리킨다.
휴대전화와 인터넷, 자동차 없는 삶을 실험해 보는 <한국방송> 2텔레비전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인간의 조건> 출연자들. '미니멀리즘'은 물건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버리고 간소한 삶에서 진짜 행복을 찾으려는 태도를 가리킨다.
두 남자의 미니멀 라이프
조슈아 필즈 밀번·라이언 니커디머스 지음
고빛샘 옮김/책읽는수요일·1만2000원
법정 스님이 설파하신 무소유의 미국적 버전이랄까. <한국방송> 2텔레비전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인간의 조건>을 보는 느낌이랄까. 서른둘 동갑내기 미국 청년들이 쓴 <두 남자의 미니멀 라이프>는 갈수록 크고 많은 것을 선호하는 세태를 정면으로 거스르자는 제안이며 호소이자 선동이다.

잘나가던 직장을 그만두고, 집과 자동차를 팔았으며, 텔레비전과 인터넷을 끊었다. 최소한의 옷 몇 벌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필요한 이들을 위해 기부했다. 1년 동안 물건을 사지 않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실천에 옮겼다. 과잉이 오히려 자유를 억압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있음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없앰으로써 더 큰 행복에 다가갈 수 있다고 믿은 것이다. 그렇게, 최소한의 것만으로 진정한 행복과 참 존재를 추구하는 삶의 태도에 이들은 ‘미니멀 라이프’라는 이름을 붙였다.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인 조슈아 필즈 밀번, 그리고 그의 동료인 라이언 니커디머스의 이야기다.

조슈아는 어머니의 장례식을 마친 뒤 아파트를 정리하게 되었다. 그는 어머니가 특히 좋아했던 값비싼 고가구들을 포함해 “어느 것 하나 보내고 싶지 않았다.” 트럭을 빌리고 창고 임대업체까지 알아보았다. 그러던 중 어머니의 침대 밑에서 상자 다섯 개를 찾아냈다. 조슈아 자신의 초등학교 시절 받아쓰기 시험지, 공책, 스케치북 등이 들어 있었다. 문제는 여러 해째 테이프로 봉해진 채 열어본 흔적이 없었다는 것. 그 순간 그는 깨달았다. “어머니가 상자를 열어보지 않고도 나와 나의 어린 시절, 우리의 추억을 늘 잊지 않았던 것처럼 나 또한 어머니의 물건을 간직하지 않더라도 어머니와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깨달음을 바탕으로 어머니의 유품들을 필요한 단체와 개인에게 모두 기부하면서 그는 이런 교훈을 얻는다. △내 물건이 나를 대신하지 않는다 △나는 소유물 이상의 존재다 △추억은 물건이 아닌 우리 내면에 있다 △물질에 대한 집착은 정신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우리를 짓누른다 △놓아주면 자유로워진다…. 미니멀리스트의 탄생이다.

조슈아와 라이언이 주창하고 실천하는 미니멀리즘은 극단적인 금욕주의나 근본주의적 반문명론과는 거리를 둔다. 누리집을 통해 경험과 생각을 공유하는 데에서 보듯 이들은 필요한 문명의 이기를 적극 이용하고자 한다. 집안의 인터넷을 끊은 대신 와이파이가 잡히는 도서관이나 커피숍을 활용한다. 이들은 삶의 순간순간을 적극적이고 주체적으로 즐기고자 한다. 많은 물건이 그런 삶에 방해가 된다고 믿을 따름이다. 이들이 일러주는 미니멀리즘의 정의를 보라. “미니멀리즘이란 소중한 것에 집중하는 힘, 불필요한 것들을 제거하는 도구, 쓸데없는 것들에 나를 빼앗기지 않을 자유, 내 삶을 만족으로 채우는 행복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짐 싸기 파티’가 하나의 방법이다. 갑자기 이사를 가게 되었다고 생각하고 하루 만에 집 안의 모든 물건을 상자에 담는다. 그런 다음 필요한 물건을 그때그때 상자에서 꺼내 쓴다. 저녁에는 치약과 칫솔을, 다음날 아침에는 비누와 샴푸와 그날 입을 옷을. 그런 식으로 일주일을 보낸 뒤에 집안을 한번 둘러보라. “아마 거의 모든 짐이 상자 안에 그대로 있을 것이다.” 상자 안에 있는 그 물건들을 버리거나 기부하거나 팔라는 것이 지은이들의 조언이다.

물건과 욕심을 비운 자리에 시간과 자유가 들어선다. 그것을 어떻게 쓸 것인가. 열정과 사명에 답이 있다. 자신에게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일을 택할 것, 그리고 자신의 성장에 도움을 주고 다른 사람들에게 기여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할 것. 결론 삼아, 미니멀리즘에 관한 좀더 간소한 정의를 소개한다. “미니멀리즘은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인생을 간소화시켜 주는 도구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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