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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중고생들이 쓴 소설, 일상을 꿰어 상상력놀이

등록 2013-04-07 20:08

‘2012 학교문화예술교육 문학분야 시범사업’에 참가한 윤동희 예술강사가 포곡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글쓰기 교육을 하고 있다. 이야기공작소 제공
‘2012 학교문화예술교육 문학분야 시범사업’에 참가한 윤동희 예술강사가 포곡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글쓰기 교육을 하고 있다. 이야기공작소 제공
쓰기교육 결실 묶은 소설집들 나와
중학생판 ‘국어시간에 소설 쓰기’
고교생판 ‘나는 고양이가 되기로…’
“자기치유·소통 등 문학교육 효과”
‘이제는 읽기가 아니라 쓰기다!’

중고등학생들 사이에 소설 쓰기를 비롯한 문학 창작 바람이 불고 있다. 사회 모든 분야에서 창의성과 창조력이 갈수록 요구되는 가운데, 문학 교육 역시 단순한 읽기만이 아니라 쓰기의 비중을 높이는 쪽으로 옮겨 가고 있다. 중학교 2학년 교과서에 ‘창작의 즐거움’ 단원이 생기고, 일부 학교에서 시범적으로 문학 특화 교육이 펼쳐지면서 학생들이 쓴 소설과 시·수필 등이 속속 단행본으로 묶여 나오고 있다.

1998년 초판 발행 이후 30만부 가까이 팔린 <국어시간에 소설 읽기>의 엮은이 김은형 교사(서울 인헌고)는 십수년 동안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소설 쓰기 교육의 결과물을 모아 <국어시간에 소설 쓰기 1, 2>(휴머니스트)를 내놓았다. 자신이 지도한 학생들이 쓴 소설 가운데 57편을 수록하고 해당 작품에 대한 품평, 그리고 소설 쓰기 교육의 이론과 실제에 관한 글을 덧붙였다. 지난해 경기도 16개 고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문화예술교육 문학분야 시범사업’을 펼친 중앙대 스토리텔링콘텐츠연구소(소장 방재석 문예창작학과 교수)도 10주간의 문학 창작 교육을 거쳐 나온 학생 83명의 시와 소설, 수필, 희곡 등을 모은 작품집 <나는 고양이가 되기로 했다>(이야기공작소)를 펴냈다.

‘학생들이 시나 수필이라면 몰라도 소설을?’ ‘읽기 교육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터에 소설 쓰기 교육이 가능할까?’

이런 의문에 대해 김은형 교사는 ‘물론 가능하고 또 필요하다’고 잘라 말한다.

“실제로 가르쳐 보면 학생들은 고도의 응축과 상징을 요구하는 시, 또는 삶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담아야 하는 수필보다 소설 쓰기를 더 쉽고 재미있어합니다. 소설은 자신들의 경험에 마음껏 상상력을 가미하면 되거든요.”

<…소설 쓰기>에 실린 작품들을 보면 김 교사의 말이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학생들이 자신들의 일상과 관심사를 진실되게 표현함은 물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인간적으로 성숙하는 모습도 발견하게 된다. 수록작 중에는 집단 따돌림과 학교 폭력을 다룬 작품이 여럿이어서 이 문제가 또래 아이들의 주요 관심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가운데 ‘애늙은이’(홍규필)라는 작품은 지은이가 초등학교 5학년 시절 나이답지 않게 어른스러운 외모와 언행을 보이는 짝을 괴롭히기 시작한 것이 다른 친구들에게까지 확산되고 결국 피해 학생이 전학을 가게 되는 사태로 이어졌던 실제 사건을 참회하면서 쓴 소설이다. ‘경호’(양해성)와 ‘불꽃 사건’(정혜린) 역시 따돌림을 소재로 삼았는데, ‘불꽃 사건’은 첫인상이 사나워 보였던 전학생이 가해 학생을 통쾌하게 응징하는 결말이 강렬하다.

이밖에도 성적과 관련해 엄마가 주는 스트레스를 책상 밑에 들어가는 행동으로 해소한다는 ‘책상 밑에서 엄마 욕을 쓰다’(이동훈), 전교 1·2등을 다투는 우등생 사이의 치열한 경쟁과 훈훈한 우정을 그린 ‘이긴다는 것’(이남수), 그리고 포경 수술 이야기를 담아 또래 아이들이 특히 좋아한다는 ‘고래 잡는 건 어려워’(이창진) 등의 작품이 아이들 특유의 풋풋함을 보여준다. <나는 고양이가…>에 실린 작품들 역시 흥미로운데, 소읍의 버스 대합실에 모인 이들의 사연을 하나씩 풀어나간 공동창작 옴니버스 소설 ‘버스를 기다리며’는 임철우의 단편 <사평역에서>를 떠오르게 하며, 동화 ‘아이가 된 어른들’(김지원)은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를 독창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읽힌다.

방재석 교수는 “주입식이 아닌, 놀이를 통해 표현하는 방식이 주효했다”며 “주의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이나 이른바 문제아들도 글쓰기 수업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서 문학 교육의 효과를 절감했다”고 말했다.

김은형 교사도 “소설 쓰기는 학생의 자기 치유는 물론 교사와의 소통에도 큰 도움이 된다”며 “영화나 연극, 광고 같은 콘텐츠 생산을 위해서도 소설 쓰기 교육을 통한 창의력 연마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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