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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내 취향엔 내 ‘영혼’이 있을까

등록 2013-04-26 19:48

나는 항상 패배자에게 끌린다
김경 지음/달·1만3000원
언제부터인가 미혼의 후배들에게 조언이랍시고 꼭 하게 된 말이 있다. “다른 건 따지지 않아도 취향만은 같은 사람을 만나라.” 치고박는 결혼생활 십수년 만에 결론 내린 깨달음인데, 이 책은 나아가 이렇게 말한다. “취향의 합치는 두 영혼에게 통일을 체험하게 한다. 그건 일종의 정신적 섹스 같은 거다.”

칼럼니스트 김경씨라면 그렇게 말할 만도 하다. 화려한 도시 속에서 15년 이상 유명 패션잡지 에디터로 일하며 살다가 어느 날 고속도로에서 운전대를 쥐고 꼼짝 못할 공황장애 증상을 겪은 뒤 직장을 뛰쳐나왔다. 40살 가까운 나이에 “패티 스미스와 구영탄을 좋아하는” 가난한 화가를 만나 덜컥 혼인신고를 하고 강원도 평창에 자리잡았다.

그렇다고 이 에세이집을 사랑에 관한 책이라고만 오해는 말길. 세상 사는 법이라며 ‘아부’를 가르치는 스타강사나 88만원세대를 표밭으로 이용하는 기성세대, 김기덕을 인정 않는 평단 등이 모두 도마에 오른다. 정치, 사회, 패션, 사랑 등 모든 분야를 취향이라는 프레임으로 바라본 이 책은 ‘취향의 사회학’에 가깝다. 문화와 예술에 대한 취향이 계급을 재생산한다는 부르디외 식 논리와도 다르다. 노가다판에서 일하는 가난한 청년도 모차르트에 빠져 생활비를 아껴가며 중고 엘피를 사모을 수 있는 법이다. 상표나 유행처럼 소속 공동체의 경향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진짜 취향은 “자기만의 경험을 통해 진정 좋아하는 것, 재미있는 것,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이며 “영혼의 구별 짓기”니.

당연한 말 같기도 하지만, 브랜드나 기업의 광고가 개인의 취향을 결정하고 취향이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드러내는 수단이 된 요즘, 그의 글은 제법 저항적 의미까지 띤다. 피나 바우슈, 마우리치오 카텔란 등에 관한 글은 ‘멘토를 만들라’고 강요하는 세상에서 ‘자신만의 뮤즈를 찾으라’는 선동이기도 하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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