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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분노하라던 에셀의 유언 “포기 말고 진보하라”

등록 2013-04-26 20:00

스테판 에셀(1917~2013)
스테판 에셀(1917~2013)
포기하지 마라
스테판 에셀 지음·조민현 옮김/문학세계사·9500원
세기와 춤추다
스테판 에셀 지음·임희근 김희진 옮김/돌베개·2만원
멈추지 말고 진보하라
스테판 에셀 지음·목수정 옮김/문학동네·1만4500원
“분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만약 누군가 세상을 바꾸기 위해 거리에서 시위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착각이다.”

“세상일이 절로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낙관주의에 빠져서는 안 된다. 또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믿는 사람들의 염세주의에 빠져서도 안 된다. 우리는 야망을 가져야만 한다. 포기하지 마라!”(<포기하지 마라> 중 마지막 부분)

2010년 소책자 <분노하라>로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키고 지난 2월 타계한 스테판 에셀(1917~2013·사진)의 책 3권이 나란히 출간됐다.

2012년 말부터 스페인 언론인이자 작가인 유이스 우리아와 대화한 내용을 바탕 삼아 정리한 <포기하지 마라>는 죽음 직전까지 치열하게 고뇌하고 뜨겁게 선동했던 에셀이 남긴 정치적, 지적 유언이다. 그는 <분노하라>가 나온 뒤 위기에 놓인 스페인 사회를 흔들었던 시민행동 ‘분노한 사람들’이나 북아프리카에서 중동지역으로 확산됐던 민주화 운동을 주목하며 각성한 개인들이 순응주의나 패배주의에서 벗어나 당장 “일어나서 행동해야만 한다”고 말한다.

<세기와 춤추다>는 에셀이 1990년대 중반 집필한 회고록이다. 지칠 줄 모르는 이상주의자이면서 동시에 쉼 없이 당대와 소통했던 현실주의자로 살아온 개인의 기록이자 평생을 현대사의 최전방에 서 있던 에셀이 시대의 증인으로 세밀하게 정리한 역사 다큐멘터리이기도 하다.

독일인 부모에게서 태어나 “스스로 프랑스인이길 선택했고, 상황에 의해서 애국자가 되었으며, 젊은이답게 무모했고, 특별하게 운이 좋았을 뿐 아니라 여러 차례 살아났으며, 자아도취적이고 이기적이었던 젊은이”였다고 에셀은 자신을 소개한다. 알려져 있듯이 영화 <줄 앤 짐>의 실제 모델이었던 지적이고 리버럴한 부모 아래서 자란 에셀은 어린 시절부터 마르셀 뒤샹, 올더스 헉슬리 등 당대의 지식인·예술인들을 접하며 정신적으로 풍요롭게 성장했다. 특히나 두 아들을 데리고 사랑에 빠진 남자에게 달려갈 만큼 열정적이었던 어머니 헬렌의 기질은, 레지스탕스로 활동하다 수용소에 끌려가 죽음을 목전에 두고도 책을 구상하고 농담을 던질 만큼 에셀이 포기하지 않는 낙관주의자로 살아가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2차 대전이 끝난 뒤 유엔과 프랑스 정부의 외교관으로 활동하던 시기를 정리한 책 후반부는 어떻게 보면 지루하게 반복된 실패의 기록이기도 하다. 각 나라와 민족의 이해관계를 보편적 인권이라는 하나의 합의점으로 수렴하기 위해 중재자를 자임했던 그는 좌절의 순간들을 숨김없이 털어놓는다. 90년대 중반 인종 간 학살이 자행되던 부룬디와 르완다 사태 해결을 위해 아프리카로 날아갔으나 성과를 얻지 못한 그는 질문한다. “우리는 적도의 그 오지까지 무엇을 하러 갔던가? 어쩌면 우리가 원한 것은 그저 여러 사회가 좀더 정의롭고 자유롭고 덜 폭력적인 쪽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확신을 우리뿐만 아니라 그걸 믿지 않으려는 사람들과도 나누는 것, 단지 그것뿐이었던 것 아닐까.” 그럼에도 그는 “시간의 흐름에서 의미를 찾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지닌 사람들”이 남아 있는 한 희망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분노하라>의 반향 이후 자신의 경험과 철학을 좀더 자유롭게 정리한 자서전 <멈추지 말고 진보하라>에서도 그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기를 당부한다. “우리의 모든 노력이 아직 결실을 거두지 못했을지라도, 우리의 실천과 정치 참여가 아직 성공의 화관을 쓰지 못했을지라도 우리는 다시 시작해야 한다. 좋은 인생은 자신이 쌓아온 실패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믿는 인생이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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