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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황석영 책 절판 이어 출판사 대표 사퇴

등록 2013-05-08 20:19수정 2013-05-08 22:29

베스트셀러 사재기 의혹이 불거지며 대표가 사퇴 의사를 밝힌 출판사 자음과모음의 서울 서교동 본사 사옥. 북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1층 들머리에서는 자사의 리퍼브(반품 등으로 인한 재공급) 책을 할인판매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베스트셀러 사재기 의혹이 불거지며 대표가 사퇴 의사를 밝힌 출판사 자음과모음의 서울 서교동 본사 사옥. 북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1층 들머리에서는 자사의 리퍼브(반품 등으로 인한 재공급) 책을 할인판매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사재기 의혹’ 거세지는 후폭풍
작가 김연수씨도 절판 선언
출판인회의 “처벌수준 강화 추진”
책 사재기 의혹 보도의 후폭풍이 거세다. 작가 황석영씨가 사재기 의혹에 휩싸인 자신의 책을 절판시킨 데 이어 작가 김연수씨도 절판 선언을 하고 나섰다. 출판사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났고, 단행본 출판사들 모임인 한국출판인회의(회장 박은주 김영사 대표)는 사재기를 막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강화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7일 저녁 방송된 <에스비에스>(SBS) 텔레비전 시사프로그램 <현장21>이 황석영씨의 <여울물 소리>와 김연수씨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백영옥씨의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모임> 등 출판사 자음과모음에서 나온 소설들의 사재기 의혹을 제기한 뒤 작가 황씨는 <여울물 소리>를 절판시키고 출판권을 회수함은 물론 출판사를 상대로 명예훼손에 대한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교보문고를 비롯한 온·오프라인 서점들에서는 8일부터 이 책의 거래가 중지되었다.

작가 황씨의 입장 표명에 이어 강병철 자음과모음 대표는 8일 새벽 긴급 보도자료를 내어 “자음과모음 대표로서의 모든 권한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그는 “사옥도 매각할 것이며, 원점으로 돌아가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후엔 김연수씨도 블로그를 통해 “앞으로 이 소설은 판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개인적으로 무척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 어렵게 쓴 소설이라 소설 속 주인공들이 내 형제들처럼 가깝게 여겨져서 안타깝긴 하지만… 그래도 쓰는 동안의 고통과 기쁨은 온전히 누렸으니까”라고 복잡한 심경을 밝혔다.

자음과모음은 황광수 편집위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3개월 안에 전문 경영인을 선출하는 등 경영 정상화에 매진하기로 결정했다. 황광수 위원장은 “방송 보도가 과장되었다는 것이 출판사 관계자들의 생각이지만, 그에 일일이 대응하기보다는 이 기회에 부정적인 유통 관행을 척결하고 투명경영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8일 오후 첫 회의에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국출판인회의도 8일 오후 성명을 내놓았다. 이 단체는 ‘사재기를 통한 베스트셀러 조작에 관련한 한국출판인회의 입장’이라는 성명에서 “(출판인회의 산하 기구에서 출판산업진흥원으로 최근 이관된) ‘출판물불법유통신고센터’의 기능을 보다 공적 개념으로 강화하고 출판사, 서점들과 힘을 합쳐 수시 감시하고 철저히 조사하여 더는 사재기가 이루어지지 못하도록 엄중히 대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성명은 또 “사재기 처벌 조항을 과태료가 아닌 벌금형으로 강화할 수 있도록 법·제도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만연해 있는 사재기 관행이 하루아침에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자음과모음보다 더 교묘하고 심하게 사재기를 한 출판사들은 오히려 이번 방송 보도에서 빠진 것 같다”며 “대형 온라인서점 초기화면에 노출되는 것을 최고의 마케팅으로 여기는 관행이 없어지지 않는 한 사재기는 뿌리뽑히기는커녕 더 정교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소장은 “사재기의 주체인 출판사는 물론 ‘공범’이라 할 대형 유통업체들이 각성하지 않으면 문제 해결은 어렵다”며 “양심 있는 작가들이 출간 계약을 맺을 때 사재기와 같은 행태가 드러날 경우 출판권을 회수한다는 조항을 추가하는 등의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연구원은 “세계 10대 출판 대국이라는 외형에 맞지 않는 부끄러운 사재기 문제가 다시 논란이 되고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가 자신의 책을 절판시키는 비극적 사태로까지 번진 데 대해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사재기 문제의 심각성과 문화적 해악을 고려해 벌금형과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도록 법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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