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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적 서사 범람 아쉬움…개성 돋보인 작품들 수확

등록 2013-05-19 20:32

문학평론가 서희원(오른쪽부터)·정은경, 소설가 김별아·서진·백가흠·윤성희씨가 15일 오후 한겨레신문사에서 제18회 한겨레문학상 예심을 하고 있다. 함께 심사를 맡은 문학평론가 강유정과 장성규씨는 불가피한 사정 때문에 심사평을 서면으로 제출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문학평론가 서희원(오른쪽부터)·정은경, 소설가 김별아·서진·백가흠·윤성희씨가 15일 오후 한겨레신문사에서 제18회 한겨레문학상 예심을 하고 있다. 함께 심사를 맡은 문학평론가 강유정과 장성규씨는 불가피한 사정 때문에 심사평을 서면으로 제출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제18회 한겨레문학상 예심 결과
작가·평론가 위원 8명 252편 심사
‘모던 하트’ ‘펑키타운’ ‘신호등…’ 통과
상금 5천만원 놓고 25일 저녁 본심

“이른바 ‘88만원 세대’의 삶을 다룬 작품이 많았고, 실험적인 기법이 다양하게 구사되었어요. 그런데 기존의 세대 담론을 넘어 나름의 대응 방식을 모색하려는 패기는 찾기 어려웠고, 특정 기법 차용을 정당화할 만한 문제의식도 뚜렷해 보이지 않았습니다.”(문학평론가 장성규)

“소설 자체로서 완성도를 추구하기보다는 영화나 드라마를 염두에 둔 듯한 응모작들이 많이 보였어요. 간단한 구성과 복잡한 이야기의 전개로 승부를 보려는 작품들 말입니다. 그런데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아무리 애를 써 봐야 소설이 영화보다 더한 자극과 재미를 주지는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럴 바에야 소설 본래의 위용과 효용을 천착하는 쪽이 현명한 거죠.”(소설가 백가흠)

제18회 한겨레문학상 예심이 15일 한겨레신문사 4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소설가 김별아·백가흠·서진·윤성희와 문학평론가 강유정·서희원·장성규·정은경 등 예심위원 여덟 사람이 응모작 252편을 나눠 읽고 각자 한두 편씩 추천한 예심 대상작을 돌려 읽은 뒤 예심에 응했다.

응모작들에 대한 총평에서 예심위원들은 소설과 영화 시나리오 또는 시놉시스의 차이에 대한 자각이 응모자들에게 부족한 것 같다는 데 입을 모았다. 서희원은 “서사를 상상할 때 언어가 아니라 영상으로 사유하는 듯한 응모작들이 많았다”며 “이야기가 소설적 문장으로 전개되지 않고 영상과 행동으로 이어지다 보니까 정작 소설을 읽는 재미를 주는 작품은 많지 않았다”며 아쉬워했다. 윤성희도 “흥미로운 소재를 잡고 열심히 공부를 해서 쓰긴 했는데 주인공의 고민과 행동이 문장 차원에서 뒷받침되지 않는 작품들이 많이 보여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최근 소설 지망생들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개성과 장점을 갖춘 수작이 여럿 보인 것은 다행이었다. 서른일곱 살 미혼 여성 헤드헌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모던 하트>는 특히 여성 위원들의 지지를 받았다. 정은경은 “약간 칙릿 같기도 하고 뒤로 가면서 감상주의적 요소도 보이지만, 우리 사회의 새로운 계급문제와 연애의 문제를 참신하게 다루어 독자의 호응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강유정은 “인물들의 위선적인 말투와 삐딱한 시선이 잘 그려졌고 세태를 잘 그렸다”고 말했으며, 윤성희도 “조금 유치한 느낌도 주었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자기 톤을 유지하는, 가장 소설다운 소설”이라며 이 작품의 손을 들었다.

어느 날 갑자기 돈벼락을 맞으면서 루저에서 위너로 삶 자체를 바꾸려 하는 중년 사내를 등장시킨 <펑키타운>에 대해서도 호평이 쏟아졌다. 장성규는 “‘루저’로 표상되는 99%의 욕망과 허상을 날카롭게 짚어내는 감각이 예사롭지 않으며 ‘루저’에 대한 작가의 독창적인 해석이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김별아는 “불륜과 정치, 살인 등 온갖 통속적 소재가 등장하는데도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끝까지 읽히는 힘이 돋보였다”고 말했다.

얼핏 서로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네 이야기를 한데 묶은 <신호등 없는 길에서 일어난 교통사고>에 대해서는 다소 난삽하지만 젊은 감각으로 재미있게 읽힌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서진은 “겉보기에는 네 이야기가 서로 연결되지 않지만 설명할 수 없는 어떤 무의식이 네 개 장을 연결하고 있는 것 같다”고 평했다.

이밖에도 “죽음 조각가라는 가상의 직업을 내세워 자살과 왕따 같은 소재를 추리적 기법으로 소화한”(강유정) <죽음조각가, 마카브르>를 비롯해 <고릴라> <반구대> <그림자놀이> 등이 논의되었다. 예심위원들은 이 가운데 <모던 하트> <펑키타운> <신호등 없는 길에서 일어난 교통사고> 세 편을 본심에 올리기로 결정했다. 5000만원 상금의 제18회 한겨레문학상 본심은 25일 저녁 열린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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