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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5월 27일 잠깐독서

등록 2013-05-26 20:13

‘쩐다’ ‘쥐뿔’…뜻은 알고 쓰자고요

B끕 언어
권희린 지음/네시간·1만5000원

대화/ ㄱ군: “이 옷 존나 간지나지 않냐?” ㄴ군: “깝치네. 그거 짝퉁 아냐? 허세 쩔어.”

해석/ ㄱ군: “이 옷 정말 멋지지 않냐?” ㄴ군: “에이, 그거 가짜 아냐? 허세가 너무 심해.”

요즘 중·고등학생은 또래들과 대화를 할 때 이렇게 한 단어 건너 한 번씩 비속어를 쓴다. 국어교사인 권희린씨는 이런 언어를 ‘비(B)급 언어’라고 칭한다. 그러면서 “에이(A)급과 비급을 나누는 사회에서 비급은 루저의 이미지일지도 모르지만, 싸이의 ‘강남스타일’, ‘젠틀맨’에서 보듯 비급도 나름의 매력이 있다”고 말한다. 이 ‘비급 언어’들이 우리의 삶을 유머러스하게 만드는 ‘윤활유’나 ‘조미료’일지 모른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이렇게 비급 언어의 역할을 인정하면서도 “최소한 무심코 내뱉는 비급 언어들의 의미·어원·용법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겠냐”고 묻는다. 예를 들어 ‘쥐뿔’은 ‘쥐의 불알’에서, ‘쩐다’는 ‘배추 따위를 절인다’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지은이는 이렇게 70여개의 비급 언어를 조목조목 정리했다. 먼저 지은이가 경험한 각 단어에 얽힌 에피소드를 적은 뒤 그 단어의 어원과 용례, 대체어 등을 설명한다. 책을 읽다 보면 깨닫지 못하는 사이 우리가 꽤 많은 비급 언어를 쓰고 있다는 데에 놀라게 된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 없다. 지은이 말대로 “뜻을 정확히 알고 나면 좀 덜 쓰게 될 테니” 말이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그냥 빵이나 구우란 말이다

난 단지 토스터를 원했을 뿐
루츠 슈마허 지음, 김태정 옮김
을유문화사·1만3000원

새로 지은 건물 화장실에 급히 들어갔다가 당황한 적이 있다. 와장창 일을 보고 나니 물 내리는 버튼이 없다! 우왕좌왕하는데 갑자기 우르르르 물이 내려간다. 동작 감지 센서다. 세면대 앞에서도 물이 안 나와 어리둥절하니 이것도 자동이다. 옆 사람 보기 민망하다.

단지 변기와 세면대를 쓰려 했을 뿐인데 이렇다. 내가 멍청한 걸까? 아니면 기계가 똑똑한 걸까? 독일의 저널리스트인 루츠 슈마허는 이 질문으로 책을 시작한다. 그냥 식빵을 조금 굽고 싶을 뿐인데 토스터는 자꾸만 최첨단 기계가 되어간다. 화면을 터치해 식빵의 주재료까지 입력해야 하는 지경인 토스터를 보며 지은이는 “왜 기계나 설비 기구들은 원래 있던 대로 단순하게 남아 있지를 못하냐”는 푸념을 던진다.

지은이가 최신 기계와 부대끼는 일상은 숨막힐 지경이다. 퇴근 후 피곤한 몸으로 카푸치노 한 잔 마시려다가 자동 세정을 하고 찌꺼기 통을 비우라 하고 급기야 석회 제거까지 해야 직성이 풀린다는 커피머신 앞에 주저앉는다. 호텔 욕실에서는 샤워기를 찾지 못해 프런트에 전화까지 한다. 스위치는 욕실 앞 터치스크린, 물줄기는 천장과 벽에 난 구멍에서 나왔다.

지은이는 불평하기로 작정하고 책을 썼다. “기본적으로 석기시대가 모든 면에서 훨씬 좋았다!” 토스터는 그냥 빵만 구워지면 족한데 말이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캐나다 교육, 부러워만 해야 할까

캐나다 교육 이야기
박진동·김수정 지음/양철북·1만3000원

<캐나다 교육 이야기>는 1998년 다섯살, 일곱살 두 아들을 데리고 이민을 간 한국인 부부가 겪은 캐나다 교육 얘기를 전해주는 책이다. 간간이 알려진 내용들이지만, 다시 봐도 신선한 면이 많다.

수능이나 에스에이티(SAT) 같은 대입 시험은 없다. 내신성적만으로 대학에 간다. 대학별 커트라인, 대학 서열 역시 없다. 전국 등수는커녕 내 아이가 반에서 몇 등인지도 알 길이 없다. 성적을 위한 사교육은 없다. 사교육으로 억지로 성적을 높여 대학을 들어가도 대학 공부를 따라가지 못해 졸업을 못한다. 우열반이 있지만, 상위반에서 80점을 받아도 보통반 80점과 대학입시에서 똑같이 취급받는다. 교사는 부모 직업이나 수입에 관심이 없다. 6월이 되면 교장이 “날씨가 좋아 숙제를 내주지 않으니 아이들을 밖에서 놀게 해주십시오”라고 가정통신문을 보낸다. 외모, 성적, 인종 등 어떤 이유에서든 학교에서 교사가 학생을, 학생이 다른 학생을 차별하는 것은 금지된다.

지은이들은 우리나라와 캐나다 교육이 차이나는 근본을 ‘경쟁교육’과 ‘비경쟁교육’이라는 교육철학에서 꼽는다. 우리나라 같은 경쟁교육은 전국 1등 외에 모든 아이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시스템이다. 지은이들은 이 책을 읽고 캐나다 교육을 부러워하기보다 ‘경쟁은 불가피하다’는 한국 교육의 전제를 다시 생각해볼 것을 당부한다.

안선희 기자


마이클 무어의 유쾌발랄 청춘도전기

세상에 부딪쳐라 세상이 답해줄 때까지
마이클 무어 지음, 오애리 옮김
교보문고·1만4000원

다큐멘터리 최초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거머쥐었던 <화씨 9/11>의 감독 마이클 무어가 자전 에세이를 냈다. 그의 영화나 2002년 썼던 <멍청한 백인들>을 본 독자들이라면 예상하겠지만 이 책도 일단 웃기다. 출생의 순간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것처럼 능청떨고 부모가 학교에 보낸 것을 ‘아동학대’라고 태연하게 말한다. 미국 미시간주의 전형적인 백인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난 무어에게 반골 기질을 물려주고 사회에 대한 관심을 심어준 건 부모였다. “방학 때 동네 다른 아이들은 스카우트 캠프 같은 곳에서 노는데 여동생들과 나를 워싱턴디시의 여름 캠프에 넣어준” 어머니 덕에 그는 역사와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고, 흑인 금지인 골프클럽의 회원 등록을 포기한 아버지를 보면서 인종문제에 눈을 떴다.

고등학생 리더십 캠프에 학교 대표로 억지로 끌려가 방에만 처박혀 지내다 감자칩을 사기 위해 나온 무어가 우연히 연설 대회에 나가게 되면서 텔레비전 뉴스와 신문 기사의 주인공이 되는 에피소드는 한편의 영화처럼 극적이다. 중요한 건 유명세가 아니라 그가 대회 주최쪽의 인종차별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관행적으로 이어져 오던 골프클럽의 인종 분리주의가 막을 내리게 됐다는 사실이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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