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시영(왼쪽) · 옌리(오른쪽)
한-중 작가회의 참석한
이시영-옌리 시인 대담
이시영-옌리 시인 대담
옌리 “작가 자유로운 발언 한계…
문혁 극복없인 새사회 불가능해” 이시영 “한국도 표현자유 위축…
위대한 작품은 박해서 태어나” 중국 샤먼에서 열리고 있는 제7차 한·중작가회의에 참석한 한국 시인 이시영(왼쪽 사진)과 중국 시인 옌리(오른쪽)가 26일 샤먼 현지에서 <한겨레>를 위해 대담을 나누었다. 2007년 제1차부터 올해 대회까지 ‘개근’하고 있는 두 사람은 한·중작가회의의 성과와 과제, 문학적 상상력과 현실의 관계, 인류 문명의 바람직한 방향 등에 관해 솔직하고도 진지한 대화를 나누었다. 이시영 시인은 진보 문인 단체인 한국작가회의의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문학과 미술 양쪽에서 활동하는 옌리는 1984년 상하이 인민공원에서 중국 최초의 개인전을 연 바 있으며 지금은 뉴욕과 상하이를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쉬리밍 중국 난징대 한국어문학과 강사가 통역을 맡았다. 이시영(이하 이) 마침 올해 대회의 주제가 ‘인간과 자연’이니만치, 오늘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성장지상주의를 넘어설 대안에 관해 얘기를 나눴으면 한다. 상상력을 먹고 사는 존재로서 작가는 남보다 먼저 더 나은 세계를 향한 꿈을 꿀 수 있고 꾸어야 하기 때문이다. 옌리 동감한다. 이른바 전지구화 시대의 인류는 커다란 난관에 봉착해 있다.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한정된 자원을 놓고 나라들끼리의 쟁탈전이 치열하다. 그로 인해서 많은 비극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작가와 지식인들이 정신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이 같은 생각이다. 지금 산업화와 개발 열풍이 중국 대륙을 휩쓸고 있는데, 지금 속도로 대륙 전체가 산업화를 이룬다면 그것은 한반도와 동아시아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의 생존에도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다. 지속 가능한 개발을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다. 옌리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이상한 생각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정치도 군사도, 심지어는 국제기구조차도 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런 상황일수록 문학가의 임무가 막중하다. 그릇된 현실을 비판하고 반성하는 데에 문인들이 앞장서야 한다. 이 중요한 것은 그런 비판과 반성이 일국의 범위에 그쳐서는 효과가 적다는 사실이다. 괴테는 벌써 200년 전에 ‘세계문학’이라는 개념을 통해 전 세계 문인들의 연대와 행동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우리 역시 한·중작가회의의 경험을 토대로 우선 두 나라 문인들부터 연대하고 발언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옌리 옳은 말씀이지만 현실적인 가능성을 따져 봐야 한다. 중국 작가들의 경우에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자유롭게 발언하는 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 문화대혁명(문혁) 당시 고초를 겪고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해 쓴 옌리 선생의 시 <주량의 한계>가 이번 대회 자료집에 들어 있던데, 나는 그 작품을 읽으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적어도 그런 정도의 발언은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옌리 물론 나를 포함해 현실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하는 중국 문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내가 보기에 중국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문혁에 대한 반성이다. 중국의 문제는 문혁에 대한 반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문혁을 극복하지 않고 새로운 사회를 꿈꾸는 건 불가능하다. 이 위화와 옌렌커, 또는 모옌 같은 소설가와 옌리 선생 같은 시인들이 어려움 속에서 노력하고 있는 데 대해 경의를 표한다. 한국 역시 표현의 자유가 완전하게 보장되어 있다고는 하기 어렵다. 최근 한국에서는 기왕에 확보했던 민주주의가 퇴보하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그렇지만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두 나라 문인들은 새로운 사회를 향한 꿈을 꾸어야 한다고 본다. 위대한 작품은 박해와 난관을 뚫고 태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옌리 동감한다. 다만 모옌의 작품에 대해서는 한 가지 독특한 점이 있다는 사실을 언급해 두고 싶다. 모옌의 소설에서 보이는 어두운 측면은 오늘의 중국이 아니라 과거의 중국이라는 점이다. 그 때문에 당과 정부에서도 환영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다시 한·중작가회의로 돌아와서, 나는 이 대회가 단순히 두 나라 문인들끼리 친목을 도모하는 모임에 그치지 않고 인류 차원의 고민을 놓고 연대를 모색하는 근거로 구실하기를 바란다. 옌리 7회까지는 비슷한 방식으로 행사가 이어져 왔다. 다음 대회부터는 정치와 사회 문제를 포함해서 더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문인들이 소규모의 조별 모임을 꾸려서 대화를 나누고 청중들의 질의에도 응답하며 그 결과를 책으로 내놓는 것이 지금 단계에서는 현실적인 방안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샤먼(중국)/글·사진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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