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대 중반의 북녘을 사진으로 만나다
신동삼 컬렉션
눈빛출판사·2만9000원 신동삼의 삶은 파란만장하다. 1930년 함경남도 정평군 주이면 풍양리 신씨 집성촌에서 ‘식민지의 아들’로 태어났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인민군으로 차출됐다. 1952년 제1차 동유럽 국비유학생으로 뽑혀 동독 드레스덴 공대에서 공부했다. 1955년 4월 독일 함흥시 재건단(DAC) 통역관으로 뽑혀 고국에 돌아왔다. 1956년 동독으로 돌아가 건축학을 공부했다. 1959년 서독으로 망명했다. 그곳서 인천 출신 제1차 파독 간호사와 결혼했다. 신씨는 결혼으로 ‘작은 통일’을 이뤘다. 김일성 주석과 친분이 두터운 독일 작가 루이제 린저의 도움으로 2001년과 2009년 방북해 북녘의 누이동생을 만났다. 신씨의 삶에는 식민지 조선과 분단된 한반도, 분단 독일과 통일 독일의 세월이 아로새겨져 있다. 이 책은 함흥시 재건단에 참여한 독일인들을 수소문해 신씨가 어렵게 구한 1955~56년 북녘의 사람과 산천이 담긴 사진 3000장 가운데 컬러 사진 500장을 추려 묶은 것이다. 장터에서 아이를 둘러업고 채소·과일 따위를 파는 아낙들, 소달구지를 끌고 가는 흰옷의 촌로…. 50년대 남쪽 모습과 다를 게 없다. 독일 모멘하임 포도밭 마을에서 ‘구동독 함흥시 도시개혁’을 주제로 박사 학위 논문을 쓰고 있는 80대 중반의 신씨는 “이 책이 분단된 우리 민족의 동질성 회복에 자그마한 역할을 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두달 완성 ‘초콜릿 복근’은 모래위의 성
불량헬스
최영민 지음/북돋움라이프·1만4000원 ‘피티(PT·트레이너 개인지도) 받으면 한달 10㎏ 감량!’ 운동 의지는 박약하나 다이어트 욕망은 강렬한 ‘휴가 시즌 다이어터’에게 이처럼 솔깃한 광고가 있을까? 헬스클럽에 내 몸을 맡기기 전에 잠깐, 이 책을 들춰보자. 지은이는 그렇게 살을 빼면 “골병 든다”고 돌직구를 날린다. 게다가 두달 만에 만든 식스팩은 두달만 간다고 딱 잘라 말한다. 종합격투기 선수의 피지컬 트레이닝 코치이자 신체능력을 골고루 발달시키는 ‘크로스핏’ 체육관을 운영하는 지은이는 ‘초콜릿 복근’ ‘에스라인’으로 포장된 피트니스업계의 상술을 까발린다. 나아가 야성을 키우며 재미도 배가되는 진짜배기 운동법을 알려준다. 그는 헬스클럽 ‘사용설명서’를 숙지하지 못했다면, 헬스클럽에 가지 말라고 한다. 대표적인 ‘헬스클럽 운동’ 러닝머신의 진실을 보자. 벨트와 보드가 인체 센서인 발감각을 이중삼중으로 무디게 한다. 탄성 높은 바닥에서 점프하듯 달리게 해 상하충격이 크다. 여성들의 경우, 가슴을 지탱하는 ‘쿠퍼 인대’가 손상되는 ‘가슴 처짐’ 부작용도 각오해야 한다. 그가 권하는 진짜배기 운동은 먹어도 안 찌는 체질로 바꿔주는 ‘웨이트 트레이닝’이다. 육체미를 가꾸려면 스쾃·데드리프트 등 ‘웨이트 3종 운동’으로 기본기를 탄탄하게 다질 것. 기초 없이 만들어진 ‘몸짱’은 모래 위의 성과 같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착각하는 경영, 심리학에서 길을 찾다
착각하는 CEO
유정식 지음/알에이치코리아·2만원 스펙이 뛰어난 사람은 정말 회사에 도움이 될까? 지은이는 심리학 실험 결과를 제시하며 “꼭 그런 것은 아니다”고 말한다. ‘모자란 스펙인’이 ‘뛰어난 스펙인’보다 더 열심히 일함으로써 채용에 보답하기 때문이다. 다만, 회사가 ‘스펙이 뛰어나지 않음에도 당신을 뽑았다’는 메시지를 줄 때 유효하다. 반면 ‘뛰어난 스펙인’은 그 스펙을 쌓기까지 소요된 비용이 커 노력하려는 동기가 덜하다. 결국 스펙은 회사에서의 노력과 성과를 보장하지 않는다. 이 ‘유도된 상호성’이라는 심리학 개념은 ‘이왕이면 뛰어난 스펙이 낫다’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경영자에게 일침을 가한다. “심리학은 경영학의 사촌”이라고 말하는 지은이는 예상을 뒤엎는 다양한 심리학 실험 결과들을 보여주며 경영을 지배하고 있는 고정관념들에 돌직구를 던진다. 가령 직원들을 서로 경쟁시킬수록, 야근을 많이 할수록, 핵심인재가 존재할수록, 능력에 따른 차등보상을 할수록 성과가 높아진다는 것은 경영의 ‘상식’이다. 그러나 지은이는 이 ‘상식’은 타파돼야 할 ‘편견’일 뿐이라며, ‘당연시해온 것’들을 곱씹게 만든다. 경영컨설턴트이자 유명 파워블로거이기도 한 지은이는 <시나리오 플래닝>, <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 등 경영 서적을 꾸준히 펴내고 있고, 현재 국민티브이라디오에서 매주 <최동석 유정식의 경영토크>를 진행하고 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슬로패션으로 옷쓰레기장서 탈출하라
나는 왜 패스트패션에 열광했는가
엘리자베스 L. 클라인 지음
윤미나 옮김/세종서적·1만3000원 2011년 가을 명품거리인 뉴욕 5번가에 들어선 유니클로 매장 앞에 줄선 뉴요커들 사진이 전세계로 전파됐다. 저가의 에스피에이(SPA, 자사 상표 제품을 제조·유통하는 전문소매점) 브랜드가 지구를 점령했음을 알리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이제 뉴요커든 파리지엔이든 서울시민이든 퇴근길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사듯 에이치앤엠(H&M)이나 자라, 유니클로 등에서 만원 안팎의 티셔츠를 쇼핑한다. 몇번 입다 미련 없이 버릴 수도 있어 패스트 패션이라는 별명을 얻은 이 옷들은 정말 브랜드들 주장처럼 패션의 민주화를 이룬 것일까. 책은 “소가 풀을 뜯어 먹듯이” 패스트패션을 소비해온 지은이의 신랄한 자기고백이자 지난 반세기 세계 패션산업의 드라마틱한 변화에 대한 꼼꼼한 보고서다. 1970년대 미국 중산층이 줄고 쇼핑몰 중심으로 저가 옷들이 대량유통되며 패션의 개념이 바뀌기 시작했다. 질 좋은 원단이나 바느질 같은 기존 가치들은 사라지고 가격과 유행이 옷 선택의 가장 큰 요소로 떠올랐다. 지은이는 옷장을 한번 입고 처박은 옷 쓰레기통으로 만들지 않고 지구를 쓰레기더미로 만들지 않으려면 ‘슬로패션’을 즐기라고 권한다. 지속가능한 옷 선택. 나와 지구를 위한 대안이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눈빛출판사·2만9000원 신동삼의 삶은 파란만장하다. 1930년 함경남도 정평군 주이면 풍양리 신씨 집성촌에서 ‘식민지의 아들’로 태어났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인민군으로 차출됐다. 1952년 제1차 동유럽 국비유학생으로 뽑혀 동독 드레스덴 공대에서 공부했다. 1955년 4월 독일 함흥시 재건단(DAC) 통역관으로 뽑혀 고국에 돌아왔다. 1956년 동독으로 돌아가 건축학을 공부했다. 1959년 서독으로 망명했다. 그곳서 인천 출신 제1차 파독 간호사와 결혼했다. 신씨는 결혼으로 ‘작은 통일’을 이뤘다. 김일성 주석과 친분이 두터운 독일 작가 루이제 린저의 도움으로 2001년과 2009년 방북해 북녘의 누이동생을 만났다. 신씨의 삶에는 식민지 조선과 분단된 한반도, 분단 독일과 통일 독일의 세월이 아로새겨져 있다. 이 책은 함흥시 재건단에 참여한 독일인들을 수소문해 신씨가 어렵게 구한 1955~56년 북녘의 사람과 산천이 담긴 사진 3000장 가운데 컬러 사진 500장을 추려 묶은 것이다. 장터에서 아이를 둘러업고 채소·과일 따위를 파는 아낙들, 소달구지를 끌고 가는 흰옷의 촌로…. 50년대 남쪽 모습과 다를 게 없다. 독일 모멘하임 포도밭 마을에서 ‘구동독 함흥시 도시개혁’을 주제로 박사 학위 논문을 쓰고 있는 80대 중반의 신씨는 “이 책이 분단된 우리 민족의 동질성 회복에 자그마한 역할을 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최영민 지음/북돋움라이프·1만4000원 ‘피티(PT·트레이너 개인지도) 받으면 한달 10㎏ 감량!’ 운동 의지는 박약하나 다이어트 욕망은 강렬한 ‘휴가 시즌 다이어터’에게 이처럼 솔깃한 광고가 있을까? 헬스클럽에 내 몸을 맡기기 전에 잠깐, 이 책을 들춰보자. 지은이는 그렇게 살을 빼면 “골병 든다”고 돌직구를 날린다. 게다가 두달 만에 만든 식스팩은 두달만 간다고 딱 잘라 말한다. 종합격투기 선수의 피지컬 트레이닝 코치이자 신체능력을 골고루 발달시키는 ‘크로스핏’ 체육관을 운영하는 지은이는 ‘초콜릿 복근’ ‘에스라인’으로 포장된 피트니스업계의 상술을 까발린다. 나아가 야성을 키우며 재미도 배가되는 진짜배기 운동법을 알려준다. 그는 헬스클럽 ‘사용설명서’를 숙지하지 못했다면, 헬스클럽에 가지 말라고 한다. 대표적인 ‘헬스클럽 운동’ 러닝머신의 진실을 보자. 벨트와 보드가 인체 센서인 발감각을 이중삼중으로 무디게 한다. 탄성 높은 바닥에서 점프하듯 달리게 해 상하충격이 크다. 여성들의 경우, 가슴을 지탱하는 ‘쿠퍼 인대’가 손상되는 ‘가슴 처짐’ 부작용도 각오해야 한다. 그가 권하는 진짜배기 운동은 먹어도 안 찌는 체질로 바꿔주는 ‘웨이트 트레이닝’이다. 육체미를 가꾸려면 스쾃·데드리프트 등 ‘웨이트 3종 운동’으로 기본기를 탄탄하게 다질 것. 기초 없이 만들어진 ‘몸짱’은 모래 위의 성과 같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유정식 지음/알에이치코리아·2만원 스펙이 뛰어난 사람은 정말 회사에 도움이 될까? 지은이는 심리학 실험 결과를 제시하며 “꼭 그런 것은 아니다”고 말한다. ‘모자란 스펙인’이 ‘뛰어난 스펙인’보다 더 열심히 일함으로써 채용에 보답하기 때문이다. 다만, 회사가 ‘스펙이 뛰어나지 않음에도 당신을 뽑았다’는 메시지를 줄 때 유효하다. 반면 ‘뛰어난 스펙인’은 그 스펙을 쌓기까지 소요된 비용이 커 노력하려는 동기가 덜하다. 결국 스펙은 회사에서의 노력과 성과를 보장하지 않는다. 이 ‘유도된 상호성’이라는 심리학 개념은 ‘이왕이면 뛰어난 스펙이 낫다’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경영자에게 일침을 가한다. “심리학은 경영학의 사촌”이라고 말하는 지은이는 예상을 뒤엎는 다양한 심리학 실험 결과들을 보여주며 경영을 지배하고 있는 고정관념들에 돌직구를 던진다. 가령 직원들을 서로 경쟁시킬수록, 야근을 많이 할수록, 핵심인재가 존재할수록, 능력에 따른 차등보상을 할수록 성과가 높아진다는 것은 경영의 ‘상식’이다. 그러나 지은이는 이 ‘상식’은 타파돼야 할 ‘편견’일 뿐이라며, ‘당연시해온 것’들을 곱씹게 만든다. 경영컨설턴트이자 유명 파워블로거이기도 한 지은이는 <시나리오 플래닝>, <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 등 경영 서적을 꾸준히 펴내고 있고, 현재 국민티브이라디오에서 매주 <최동석 유정식의 경영토크>를 진행하고 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엘리자베스 L. 클라인 지음
윤미나 옮김/세종서적·1만3000원 2011년 가을 명품거리인 뉴욕 5번가에 들어선 유니클로 매장 앞에 줄선 뉴요커들 사진이 전세계로 전파됐다. 저가의 에스피에이(SPA, 자사 상표 제품을 제조·유통하는 전문소매점) 브랜드가 지구를 점령했음을 알리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이제 뉴요커든 파리지엔이든 서울시민이든 퇴근길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사듯 에이치앤엠(H&M)이나 자라, 유니클로 등에서 만원 안팎의 티셔츠를 쇼핑한다. 몇번 입다 미련 없이 버릴 수도 있어 패스트 패션이라는 별명을 얻은 이 옷들은 정말 브랜드들 주장처럼 패션의 민주화를 이룬 것일까. 책은 “소가 풀을 뜯어 먹듯이” 패스트패션을 소비해온 지은이의 신랄한 자기고백이자 지난 반세기 세계 패션산업의 드라마틱한 변화에 대한 꼼꼼한 보고서다. 1970년대 미국 중산층이 줄고 쇼핑몰 중심으로 저가 옷들이 대량유통되며 패션의 개념이 바뀌기 시작했다. 질 좋은 원단이나 바느질 같은 기존 가치들은 사라지고 가격과 유행이 옷 선택의 가장 큰 요소로 떠올랐다. 지은이는 옷장을 한번 입고 처박은 옷 쓰레기통으로 만들지 않고 지구를 쓰레기더미로 만들지 않으려면 ‘슬로패션’을 즐기라고 권한다. 지속가능한 옷 선택. 나와 지구를 위한 대안이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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