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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중국 왜 강한가’ 20년 준비해 풀어냈다

등록 2013-07-16 19:37수정 2013-07-18 15:06

조정래 신작 소설 ‘정글만리’
정글논리 지배하는 비즈니스 현장
상사원들 등장시켜 실감나게 그려
풍부한 역사·문화 배경서술 맛깔
“중국 어떻게 볼지 문제의식 담아”

국내외 작가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여름 소설시장에 <태백산맥>의 작가 조정래(70)가 뛰어들었다.

조정래씨는 14억 인구의 거대 시장 중국을 무대로 한국을 비롯한 각국 상사원들의 시장 쟁탈전, 경제 발전의 저변을 이루고 있는 중국의 역사와 문화, 한·중·일 세 나라의 과거사와 지금의 관계 등을 다룬 세 권짜리 장편 <정글만리>(해냄)를 내놓았다. 인터넷 포털 네이버에 올 초부터 6개월 동안 연재한 소설로, 출판사는 초판 10만 세트, 모두 30만 권을 제작했다고 밝혔다.

“머지않아 중국이 세계 유일 초강대국이 되리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우리에게는 더구나 멀리 있는 미국이나 유럽보다 가까이 있는 중국이 21세기 삶의 조건을 이룰 것이 분명합니다. 이 새로운 상황에 어떻게 슬기롭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우리 후손들의 삶이 결정될 것입니다. 그런 문제의식을 작품에 담고자 했습니다.”

16일 낮 한국언론회관에서 기자회견을 마련한 작가는 “<태백산맥>을 쓰면서 억눌리고 감추어진 진실을 드러내고자 했던 것과 똑같은 마음으로 이 시대에 작가로서 써야 할 것을 쓰려 했다”고 말했다.

<정글만리>에는 한국과 프랑스, 일본의 상사원들과 중국 기업인 및 관료, 한국 유학생과 의사 등이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이 가운데서 가장 비중이 큰 두 인물이 40대 중반의 한국 상사원 전대광과 그의 조카이자 베이징대 유학생인 송재형이다. 전대광이 그의 동료인 김현곤과 함께 14억 시장을 놓고 치열한 쟁탈전이 펼쳐지는 현재의 중국을 보여준다면, 송재형은 한국과 중국 관계의 미래를 위한 포석으로 구실한다.

소설은 전대광이 상하이 국제공항에서 한국에서 온 성형외과 의사 서하원을 맞이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유능한 의사였으나 뜻하지 않은 의료사고로 타격을 입은 서하원은 전대광의 든든한 ‘관시’(關係)로서 그의 뒤를 봐 주는 세관 고위관료 샹신원의 의뢰로 중국 성형시장에서 재기를 노린다. 전대광과 김현곤은 샹신원의 후원 아래 크고 작은 비즈니스에서 성공을 거두지만 허를 찔리는 배신을 겪기도 한다.

소설은 상하이와 베이징은 물론 시안과 난징, 칭다오, 광저우, 홍콩 등을 오가며 한국 상사원들과 함께 중국 기업인 리완싱과 일본 상사원들, 미모의 중국계 미국 기업인 왕링링 등을 등장시켜 적자생존과 약육강식의 정글식 논리가 지배하는 비즈니스 현장을 실감나게 그린다. 검은 돈을 탐하는 관리들, 헐값에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농민공, ‘얼나이’로 불리는 첩과 최대 1억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매매춘 종사자 등 중국 경제 발전의 그늘 역시 가감없이 묘사된다. 그런가 하면 한국 유학생 송재형과 중국 여학생 리옌링이 연애 관계로 맺어지는 이야기는 한국과 중국 두 나라의 장래에 대한 작가의 상징적 장치로 읽힌다.

“소설 <아리랑>을 위한 취재차 1990년 중국에 갔을 때 한가지 확인한 것이 있습니다. 소련은 몰락했는데 중국은 어떻게 해서 건재하게 되었는가 하는 의문에 대한 답이었습니다. 그때의 발견과 함께 중국을 무대로 한 소설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죠. 그러니까 이 소설은 20여 년을 준비한 작품인 셈입니다.”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바뀌어 가는 중국 경제의 근본적인 변화, 14억 인구가 보장하는 무궁무진한 잠재력, 그런 경제적 성취를 저변에서 받치고 있는 역사·문화적 배경을 강조하느라 작가는 자주 설명과 교육적 서술을 동원한다. 전대광이 상하이에 처음 도착한 서하원에게 중국 사회에 관해 이런저런 설명을 하는 대목, 소설 말미에서 역시 전대광이 후배 상사원 강정규를 데리고 다니며 교육시키는 장면이 대표적이지만, 그밖에도 작가의 설명과 교육은 소설 전편에 걸쳐 줄기차게 이어진다.

‘항복’이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는 일본 국왕의 항복문서 전문을 인용함으로써 현재 일본 정치인들의 일그러진 역사 인식의 연원을 파헤치는가 하면, 일본 상사원들끼리 나누는 대화를 통해 그들의 적반하장 격 반중·반한 감정을 드러내는 장면에서는 <아리랑>의 작가다운 매서운 일본 비판을 만날 수 있다.

“소설 한 편을 끝내면 다시는 소설을 쓰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기도 하지만, 조금 지나고 나면 다시 새로운 소설에 대한 의욕이 샘솟는다”는 작가는 “앞으로 10년 동안 세 권짜리 장편 둘, 한 권짜리 장편 둘, 단편집 하나 그리고 산문집 하나를 낼 생각”이라고 의욕을 밝혔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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