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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8월 5일 교양 잠깐독서

등록 2013-08-04 18:27수정 2013-08-04 22:01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얻은 환경철학
자연과 인간
가라타니 고진 지음, 조영일 옮김
도서출판b·2만원

일본의 전방위 문예평론가 가라타니 고진의 <자연과 인간>은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말미암아 지어진 책이다.

원전 사고는 그의 첫 생태론이라 할 만한 것을 내놓게 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겪으며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고민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의 생태론은 무척 독특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는 환경문제를 전지구적 규모로 다뤄야 할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인간이 자연에 끼치는 영향은 대단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음에도, “환경이라는 문제를 국가나 자본과 무관한 것처럼 논하고 최종적으로 인간의 욕망에 대한 비판, 근대문명 비판으로 향한다”며 기존의 환경론을 비판하다. 그는 따라서 환경문제는 국지적 규모로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시민들과 함께 거리에서 ‘총리 퇴진 운동’을 벌인 가라타니는 ‘데모’에 대해서도 눈을 돌렸다. 그런데 가라타니는 데모를 정치적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하고 있다. 도리어 수단이 아닌 그 자체로 목적이라는 주장이다. 나아가 시민들의 직접 행동은 대의제 민주주의와는 다른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가라타니는 주장한다. “인민의 어셈블리는 어느 시대에서나 지배자들이 두려워하는 것”이므로 “사람들이 주권자인 사회는 국회의원 선거가 아니라 데모에 의해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전후 미국 외교의 씨줄과 날줄
조지 케넌의 미국 외교 50년
조지 케넌 지음, 유강은 옮김
가람기획·2만원

2차대전 뒤 미국과 소련의 갈등이 점증하던 1947년 7월 국제관계 잡지 <포린어페어스>에는 ‘엑스’(X)라는 익명의 필자가 쓴 ‘소련 행동의 원천’이라는 글이 발표됐다. 그 뒤 50년 동안 미국 외교정책의 중심축인 ‘소련 봉쇄’를 형성케 한, 미국 외교사상 가장 큰 영향력을 끼쳤던 글이다. 나중에 이 글은 1946년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에 근무했던 조지 케넌이 워싱턴에 보냈던 외교전문을 요약한 것으로 밝혀졌다.

전후 미국 외교정책에 그토록 중요한 영향을 끼쳤음에도 케넌은 외교 일선에선 철저히 배제된 인물이다. 그가 이후 한국전, 베트남전, 이라크전 등 미국의 무모한 대외 무력개입을 반대하는 입장을 취한 탓이다. 그는 자신이 당시 소련을 냉정하게 분석했을 뿐인데, 워싱턴 우파들이 성급하게 군사적 봉쇄정책을 밀어붙였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이 책은 그 문제적 글을 포함해, 미국 외교를 회고하는 케넌의 강연을 담았다. 읽다 보면, 냉전의 설계사로 알려졌던 그가 사실은 사회주의권에 대한 봉쇄와 대결의 냉전보다는 철저한 세력균형을 통한 공존의 지혜를 추구하려 했던 게 아닌가라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 미국의 친이스라엘 정책을 비판했던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의 해제는 케넌과 그의 정책의 이중적 성격을 잘 설명해준다. 전후 미국 외교 이해를 위한 필독서 중 하나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아버지와 딸의 ‘갈루아 수학’ 문답

열세살 딸에게 가르치는 갈루아 이론
김중명 지음, 김슬기·신기철 옮김
승산·2만원

이 책은 아버지가 열세살 딸에게 수학을 전공하는 대학생들도 어려워하는 갈루아 이론을 가르치는 내용을 생생히 담고 있다. 아버지는 갈루아 이론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수학적 개념을 딸과 함께 공부하면서 궁금한 부분에 대해서는 서로 토론을 한다. 두 사람 사이에 오고간 질문과 답은 책에 고스란히 실렸다. 이 책은 아버지와 딸이 함께 만든 ‘합동작품’인 셈이다.

에바리스트 갈루아(1811~32)는 프랑스 혁명기 급진 사상가이자, 천재 수학자다. 갈루아는 수학적 구조들이 갖는 ‘대칭’을 설명하고, 그 결론들을 추론할 수 있게 하는 ‘하나의 언어’를 창조해냈다. 그것이 바로 군론(group theory)이다. 군론은 물리학, 화학, 천문학, 생명과학 등에 응용될 정도로 수학 역사에서는 혁명적인 이론이다. 갈루아는 결투를 하다 숨지는 바람에 20년 7개월이라는 짧은 삶을 살았다.

수학을 연구한 학자도 아닌 역사소설을 써온 재일 한국인 김중명씨는 왜 갈루아 책을 썼을까? 그는 “수학을 좋아했다. 갈루아 이론을 이해하고 나니 그 훌륭함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전문적인 책은 너무 어렵고 수학적인 해설이 없는 책은 갈루아 이론이 왜 혁명적인지 언급하고 있지 않다. 갈루아 이론을 쉽게 풀어쓴 책을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질병 이름에 숨은 한국 근대의 ‘서사’
호환 마마 천연두
신동원 지음/돌베개·2만원

천연두는 왜 ‘마마’라는 극존칭으로 불렸을까?

카이스트 교수로 일하며 ‘한국 과학사’를 강의하고 있는 지은이는 이런 질문을 던지면서 ‘병의 일상 개념사’를 추적한다. 병명들은 실록·신문·사전·문집 등에서 추출해냈다. “병 개념은 역사적 성격을 띤다”고 말하는 지은이의 위 질문에 대한 설명은 이렇다. ‘마마’라는 극존칭에는 역신 앞에서 꼼짝 못하는 인간의 연약함이 반영돼 있다. 보통 마마는 ‘호환 마마’라고 붙여 쓰곤 한다. 호환은 ‘호랑이에게 잡아먹히는 재앙’이라는 뜻이다. 마마를 앓을 때의 통증이 호랑이에게 살점을 뜯길 때의 고통과 맞먹는다는 의미로 두 단어는 나란히 붙어 다니곤 한다.

천연두를 뜻하는 또 다른 이름인 ‘역질’은 개항 이후에도 널리 쓰였지만, 일제강점기에 이 이름은 사라져버렸다. 역질은 한의학에서 사용한 용어였다. ‘역질’ 명칭의 소멸은 그동안 합리적 의학으로 대우받던 한의학의 지위가 강등됐음을 뜻한다. 반면 천연두와 마마라는 용어의 생존은 각각 ‘서양 의학의 헤게모니 장악’과 그 대척점에 있는 ‘조선 미신 풍속의 잔존’이라는 양극단화의 결과라는 것이 지은이의 설명이다. 지은이는 장티푸스, 콜레라, 홍역 등의 법정전염병에 대해서도 숨어 있는 “근대의 서사”를 드러내며 ‘병 개념 변화에 담긴 근대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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