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학교에 피다
최고봉 지음
강원희망신문·1만1000원
최고봉 지음
강원희망신문·1만1000원
2009년 6월 강원·경기·광주·서울·전남·전북에서 ‘진보 교육감’이 탄생했다. 진보 진영에서 지지·추대하거나 진보적 교육관으로 후보 단일화를 해낸 교육감들의 탄생에 권위적 교육 풍토가 바뀌리란 기대를 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전국 15만, 강원도만 해도 6000명이 넘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기대와 설렘은 그중 결코 뒤처지지 않았으리라.
<들꽃, 학교에 피다>는 강원도에서 비정규직 없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뜻을 모은 사람들이 벌였던 활동을 기록하고 그 성과를 정리했다. 2009년 구성된 ‘비정규직 없는 학교 만들기 강원공동사업단’ 활동이 중심이다. 지은이는 초등학교 교사인 최고봉씨로 전교조 강원지부 정책실장을 거쳐 강원교육연대 집행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책은 한 장면으로 시작한다. 지난해 6월16일 강원도 춘천시청 앞에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120여명이 모였다. 학교에서 교무행정, 도서관, 초등돌봄교실, 유치원 종일반, 급식, 상담 등을 담당하는 이들이었다. 교장이 자기 아들 청첩장 2000장을 접어 부치라고 시켜도, 정규직 조리사에게만 위험수당을 줘도 말 못 하던 이들이 처음 목소리를 낸 자리였다.
학교 안 ‘카스트 제도’는 학교장 임용, 기간제 계약이라는 두 가지 제도가 밑받침을 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서는 사용자가 학교장이 아닌 교육감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하고 좀더 안정적인 고용관계를 맺기 위한 노력이 필요했다. 책은 학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노조에 가입하도록 권하던 과정의 어려움부터 토론회와 집회, 그리고 파업에 이르기까지를 촘촘히 기록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 노조의 한 축으로 2009년에 만들어진 강원학교비정규직지회는 해가 바뀌도록 가입자 수가 수십명에 그쳤다. 각종 홍보 활동을 벌이고 교육청도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공식 연수에 나서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민주노총 공공운수 강원학교비정규직지회 가입자는 1000명을 넘어섰다. 또다른 노조인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강원지부에도 1000여명이 가입되어 있으니 강원도 내 학교 비정규직 3명 중 1명은 노조원이 됐다.
강원도에서 학교비정규노조는 교육청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벌일 정도로 성장했다. 올해부터 강원도의 비정규직 조리원들도 정규직과 같은 위험수당을 받게 됐다. 강원을 포함해 ‘진보 교육감’ 지역에는 교육감이 사용자임을 인정하는 임용권 변경이 추진되고 있다. 지은이는 학교 비정규직이 침묵하는 ‘유령’ 이 아닌 생명력 있는 ‘들꽃’이라 했다. 직종 근속기간이 평균 60개월이 넘고 90% 이상이 여성인 학교 비정규직. 강원도 ‘들꽃’의 힘을 계속 주목할 일이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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