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박태순추모사업회 제공
21년전 의문사…진실 밝혀지지 않아
가족 등이 박씨의 시 70편 모아 발간
가족 등이 박씨의 시 70편 모아 발간
1980년대 수원 지역에서 노동운동을 하던 중 1992년 8월29일 의문사한 박태순(사망 당시 26살·<한겨레> 2001년 2월16일치 1면)씨의 유고 시집이 나왔다. 고교 시절부터 써온 시 70편을 모은 <가야 할 길은 먼데>(우리교육검둥소 펴냄)는 그의 21주기에 맞춰 발간됐다.
1966년 경기도 화성에서 태어난 박씨는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며 문예부 활동을 했고 1985년 한신대 철학과에 입학한 뒤 학생운동을 하다가 중퇴한 뒤 수원 지역 공장을 중심으로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1989년 5월에는 학생운동을 하다 의문사한 이철규, 이내창 열사의 사인 규명을 요구하며 수원지방검찰청 점거 농성을 벌이다 1년6개월 동안 복역했다.
1992년 8월29일 공장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실종됐고 9년이 지난 2001년이 되어서야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문사위)에서 그가 그날 시흥역에서 무궁화호 열차에 치여 두부파열로 사망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 경찰은 그의 몸에는 아무런 소지품이 없었다며 신원불명 변사자로 처리해 무연고자 납골당에 안치했다. 1, 2기 의문사위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를 통해 당시 국군기무사령부가 박씨를 미행·감시하고 있었고 사망 사실도 알고 있었음이 밝혀졌으나 더이상의 진실은 파헤쳐지지 못한 채 ‘조사중지’ 상태로 남게 됐다.
“하다못해 꽃 한 송이 조금 들고 울어 줄 친구라도/ 다른 동지들을 찾기 위해 왔다 들러 줄 것이다/ 와서 동지가를 목청껏 불러주면/ 더없이 고마울 것이다”라는 내용의 <마석 모란공원에 가 보지는 못했다>라는 시를 죽기 1년 전에 남긴 그는 현재 마석 모란공원에 잠들어 있다.
지난 25일 박씨의 가족과 친구, 한신대 후배들이 모여 영정에 시집을 바치는 21주기 추모제(사진)를 진행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