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륙을 무대로 한 세 권짜리 소설 <정글만리>로 베스트셀러 1위를 달리고 있는 작가 조정래씨. “우리 사회의 심각한 교육 현실을 다룬 소설을 다음 작품으로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베스트셀러 1위 ‘정글만리’ 조정래 작가
무게있는 작품 못 쓰는 건
역사적 체험 없어서라기보다
취재하고 공부하지 않는 탓
동료들 술로 재능 탕진 안타까워 중국이 짝퉁에 더럽고 게을러?
심각한 오해…기회의 땅이다
정치에 몸담을 생각 전혀 없어 단행본 출판사들 모임인 한국출판인회의는 전국 주요 대형서점과 온라인 서점의 집계를 모아 매주 목요일 주간 베스트셀러 순위를 발표한다. 8월22일 나온 순위에서 조정래씨의 세 권짜리 소설 <정글만리> 1권이 종합 1위에 올랐다. 그때까지 7주 동안 수위를 지켰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는 2위로 밀려났다. <정글만리 1>은 지난주 순위에서도 종합 1위 자리를 유지했으며, <정글만리 2>와 <정글만리 3>은 각각 5위와 6위에 올랐다. “저는 하루키를 비롯해서 일본 작가들의 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사소설적인 경향이 강하고 감각에만 의존할 뿐 무게감이 떨어지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우리 젊은 작가들이 하루키를 읽으면서 문학 공부를 했다는 기사를 보니 걱정스럽더군요.” 2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찻집에서 <한겨레>와 만난 조정래씨는 후배 작가들에 대한 걱정부터 털어놓았다. “젊은 작가들이 자신들은 구체적인 역사적 체험이 없어서 무게 있는 작품을 쓰지 못한다고들 하는데,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저라고 대하소설 <아리랑>의 배경인 일제강점기의 그 많은 일들을 경험했겠습니까? 직접 겪지 않은 일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공부와 취재를 하면 쓸 수 있는 거지요. 작가에게는 세상만사가 다 작품의 소재가 되는 겁니다.” 올해 만으로 칠순이 된 그는 동료 및 후배 작가들의 문학적 치열성과 자기 관리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재능 있는 동료들이 술 마시느라 그 재능을 탕진하는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저도 1970년 등단해서부터 1980년대 초까지 10여년 동안은 술을 많이 마셨습니다. 그런데 <태백산맥>을 쓰겠다고 마음먹고 나니까 ‘더는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더군요. 대하소설이 늘어지지 않고 끝까지 긴장을 유지하려면 가능한 한 쓰는 시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당시 저는 하루 평균 원고지 35장씩을 매일 썼는데, 하루 술을 마시고 퍼지면 그 여파로 이틀이나 사흘은 작업에 차질이 생기는 겁니다. 그러면 원고지 100장이고 그게 열 번이면 책 한 권이 되는 거죠. 술자리에서 나누는 대화란 것도 부질없는 잡소리뿐인 경우가 많고요.” 그는 “인생이란 자기 자신이라는 말에 올라타 그 엉덩이에 채찍질을 해 가며 나아가는 것”이라는 말로 엄격한 자기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국 대륙을 무대로 삼아 각국 상사원과 기업인들의 각축을 그린 소설 <정글만리>는 피상적으로 알고 있기 십상인 중국의 실상을 상세하게 담아 중국에 관심 있는 직장인들과 대학생 등 젊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짝퉁, 더럽다, 게으르다, 이 세 가지 선입견으로 중국에 대해 다 아는 척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건 정말 심각한 오해입니다. 저도 소설을 위한 취재를 하면서 더 확실히 알게 됐지만 중국은 정말 대단한 나라예요. 1인당 지디피(GDP: 국내총생산)가 우리의 4분의 1 수준인 5000달러 정도라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평균 수치이고, 2만달러 선을 넘는 인구만 2억입니다!” 그는 그런 중국이 한국에는 엄청난 기회의 땅이라고 강조했다. “우리의 대외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머잖아 30%를 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이 국민소득 5만달러 시대로 가기 위한 지름길이 바로 중국입니다. 70년대 중동의 오일머니보다 더 큰 기회가 우리 앞에 펼쳐져 있어요. 두 나라는 애증이 엇갈리는 역사를 거쳐 왔지만, 다행히도 한-중 수교 20년은 비교적 성공적이었습니다. 중국의 일반 대중과 지식인들이 한국을 보는 시선이 호의적이라는 점도 고무적입니다.” 역사 왜곡과 영토 분쟁 등 때문에 일본에 대한 중국 사회의 여론이 나쁘다는 사실도 우리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정글만리>에는 난징학살이 비중있게 다루어지며, ‘항복’이라는 단어가 한번도 나오지 않는 히로히토의 항복문서 전문이 인용되어 있고, 일본 상사원들의 이름조차 침략을 주도했거나 역사 왜곡을 일삼는 그 나라 정치인들의 이름을 따서 붙이는 등 일본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 태도가 다각도로 투영되어 있다. “중국은 북한과 전통의 동맹 관계인 만큼 남북관계의 개선이 한-중 관계 진전에 필수적입니다. 이제 출범 6개월 남짓이 지난 박근혜 대통령으로서도 파탄 난 남북관계를 정상화한다면 평화와 통일의 기반을 놓은 지도자로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 이와 함께 전체 노동자의 절반 가까이에 이르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그게 바로 경제 민주화이고 사회 안정의 토대이기도 합니다.” 지난 대통령선거 당시 안철수 의원의 후원회장을 맡았던 작가는 지금 최장집 교수의 사퇴로 공석이 된 안 의원 두뇌집단 ‘정책 네트워크 내일’의 이사장으로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전혀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치·사회 현실에 대해 항상 감시하고 감독하는 건 시민이자 소설가의 의무이지만, 작가는 정치 현장에 몸을 담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역사적 체험 없어서라기보다
취재하고 공부하지 않는 탓
동료들 술로 재능 탕진 안타까워 중국이 짝퉁에 더럽고 게을러?
심각한 오해…기회의 땅이다
정치에 몸담을 생각 전혀 없어 단행본 출판사들 모임인 한국출판인회의는 전국 주요 대형서점과 온라인 서점의 집계를 모아 매주 목요일 주간 베스트셀러 순위를 발표한다. 8월22일 나온 순위에서 조정래씨의 세 권짜리 소설 <정글만리> 1권이 종합 1위에 올랐다. 그때까지 7주 동안 수위를 지켰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는 2위로 밀려났다. <정글만리 1>은 지난주 순위에서도 종합 1위 자리를 유지했으며, <정글만리 2>와 <정글만리 3>은 각각 5위와 6위에 올랐다. “저는 하루키를 비롯해서 일본 작가들의 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사소설적인 경향이 강하고 감각에만 의존할 뿐 무게감이 떨어지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우리 젊은 작가들이 하루키를 읽으면서 문학 공부를 했다는 기사를 보니 걱정스럽더군요.” 2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찻집에서 <한겨레>와 만난 조정래씨는 후배 작가들에 대한 걱정부터 털어놓았다. “젊은 작가들이 자신들은 구체적인 역사적 체험이 없어서 무게 있는 작품을 쓰지 못한다고들 하는데,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저라고 대하소설 <아리랑>의 배경인 일제강점기의 그 많은 일들을 경험했겠습니까? 직접 겪지 않은 일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공부와 취재를 하면 쓸 수 있는 거지요. 작가에게는 세상만사가 다 작품의 소재가 되는 겁니다.” 올해 만으로 칠순이 된 그는 동료 및 후배 작가들의 문학적 치열성과 자기 관리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재능 있는 동료들이 술 마시느라 그 재능을 탕진하는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저도 1970년 등단해서부터 1980년대 초까지 10여년 동안은 술을 많이 마셨습니다. 그런데 <태백산맥>을 쓰겠다고 마음먹고 나니까 ‘더는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더군요. 대하소설이 늘어지지 않고 끝까지 긴장을 유지하려면 가능한 한 쓰는 시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당시 저는 하루 평균 원고지 35장씩을 매일 썼는데, 하루 술을 마시고 퍼지면 그 여파로 이틀이나 사흘은 작업에 차질이 생기는 겁니다. 그러면 원고지 100장이고 그게 열 번이면 책 한 권이 되는 거죠. 술자리에서 나누는 대화란 것도 부질없는 잡소리뿐인 경우가 많고요.” 그는 “인생이란 자기 자신이라는 말에 올라타 그 엉덩이에 채찍질을 해 가며 나아가는 것”이라는 말로 엄격한 자기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국 대륙을 무대로 삼아 각국 상사원과 기업인들의 각축을 그린 소설 <정글만리>는 피상적으로 알고 있기 십상인 중국의 실상을 상세하게 담아 중국에 관심 있는 직장인들과 대학생 등 젊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짝퉁, 더럽다, 게으르다, 이 세 가지 선입견으로 중국에 대해 다 아는 척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건 정말 심각한 오해입니다. 저도 소설을 위한 취재를 하면서 더 확실히 알게 됐지만 중국은 정말 대단한 나라예요. 1인당 지디피(GDP: 국내총생산)가 우리의 4분의 1 수준인 5000달러 정도라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평균 수치이고, 2만달러 선을 넘는 인구만 2억입니다!” 그는 그런 중국이 한국에는 엄청난 기회의 땅이라고 강조했다. “우리의 대외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머잖아 30%를 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이 국민소득 5만달러 시대로 가기 위한 지름길이 바로 중국입니다. 70년대 중동의 오일머니보다 더 큰 기회가 우리 앞에 펼쳐져 있어요. 두 나라는 애증이 엇갈리는 역사를 거쳐 왔지만, 다행히도 한-중 수교 20년은 비교적 성공적이었습니다. 중국의 일반 대중과 지식인들이 한국을 보는 시선이 호의적이라는 점도 고무적입니다.” 역사 왜곡과 영토 분쟁 등 때문에 일본에 대한 중국 사회의 여론이 나쁘다는 사실도 우리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정글만리>에는 난징학살이 비중있게 다루어지며, ‘항복’이라는 단어가 한번도 나오지 않는 히로히토의 항복문서 전문이 인용되어 있고, 일본 상사원들의 이름조차 침략을 주도했거나 역사 왜곡을 일삼는 그 나라 정치인들의 이름을 따서 붙이는 등 일본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 태도가 다각도로 투영되어 있다. “중국은 북한과 전통의 동맹 관계인 만큼 남북관계의 개선이 한-중 관계 진전에 필수적입니다. 이제 출범 6개월 남짓이 지난 박근혜 대통령으로서도 파탄 난 남북관계를 정상화한다면 평화와 통일의 기반을 놓은 지도자로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 이와 함께 전체 노동자의 절반 가까이에 이르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그게 바로 경제 민주화이고 사회 안정의 토대이기도 합니다.” 지난 대통령선거 당시 안철수 의원의 후원회장을 맡았던 작가는 지금 최장집 교수의 사퇴로 공석이 된 안 의원 두뇌집단 ‘정책 네트워크 내일’의 이사장으로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전혀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치·사회 현실에 대해 항상 감시하고 감독하는 건 시민이자 소설가의 의무이지만, 작가는 정치 현장에 몸을 담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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