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전문 소명출판 식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편집자 이예은·한사랑씨, 박성모 대표, 편집자 한성욱씨, 공홍 편집부장, 고건 마케팅 대리, 편집자 김하얀씨와 성영란 대리.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작지만 강한 출판사 ⑩ 소명출판
소명출판은 창립 16년째인 올해로 발간 종수 1000종을 넘어섰다. 웬만한 중견 출판사를 웃도는 수준이지만, 매출을 보면 사정이 짐작과는 다르다. 1000여종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책이 사회학자 고병권의 <니체, 천 개의 눈 천 개의 길>(2001)인데 판매 부수는 고작 6000권 정도란다.
수원대 국문과를 거쳐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마친 국문학도이자 출판사 편집자였던 박성모(51) 대표가 단신으로 출판사를 차린 것이 1998년 2월.
“처음엔 최소 6개월은 수입 없이 버티겠다는 각오로 시작했습니다. 교사인 아내에게 집안 살림을 맡겨 놓고 저는 사무실에서 숙식을 해결하다시피 매달렸죠. 그래도 그때가 지금보다는 여러모로 나았어요.”
지금은 대표와 편집장, 편집자 5명에 영업관리직 1명 등 전직원 8명으로 규모가 커졌다. 처음 국문학 전문으로 출발했던 출판사의 관심 분야도 지금은 동양학 전반으로 확대되었다. 박 대표는 지금까지 5권이 나온 ‘임화문학전집’, 85종 254권을 낸 한국연구재단의 ‘동서양 학술 명저 번역 총서’, 국내 초역인 <문선역주> 전 10권, 그리고 <약전으로 읽는 문학사> <논문으로 읽는 문학사> <연표로 읽는 문학사>(이상 전 8권) 등을 주요 업적으로 꼽았다. 소명출판은 이밖에 반년간 <근대서지>, 나란히 연 3회 발간하는 <민족문학사연구>와 <상허학보>, 반년간인 인문학 저널 <코기토> 등을 꾸준히 펴내고 있으며, 2009년부터는 상금 1000만원의 임화문학예술상을 제정해 운영해 오고 있다.
“스승인 구중서 선생님께서 임화를 워낙 강조하셨어요. 임화를 빼고는 우리 근대문학사가 성립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임화는 흔히 이념의 틀 안에서만 논의되기 십상인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정말 여리고 부드러우며 고독하고 나약한 면모도 지닌 인물이었습니다. 활동 분야를 보더라도 시와 평론, 문학사만이 아니라 영화와 디자인, 출판 등에 두루 관여했던 만능인이었죠. ‘임화문학전집’과 임화문학예술상은 그런 임화에게 제가 보내는 감사와 존경의 표시입니다.”
국문학에서 동양학으로 지평 확대
2009년부터 임화문학예술상 운영
“기초학문 서적에 공적 지원 필요” 이웃 나라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 초판을 20만부씩 찍는 현실이지만 소명출판의 책들은 대개 500~700부 선에서 초판을 찍는다. “냉정하게 말하면 이 초판만 다 팔려도 생존은 가능하다”고 박 대표는 말했다.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 순수 소비자(독자)가 눈에 띄게 준 가운데 그나마 초판을 소화할 통로가 ‘우수학술도서’ 지원 제도라고 했다. 대한민국학술원과 문화체육관광부가 운영하는 이 제도의 혜택을 받는 책이 1년에 15종 안팎. 나머지 책들은 적자를 감수하면서 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지난 16년을 돌이켜 보면, 바보같이 살았다는 후회도 듭니다. 저희라고 돈을 벌 기회가 왜 없었겠어요? 인기 저자가 자기 원고를 주는 대신 제자들의 책도 ‘옵션’으로 내 달라는 걸 거절한 적도 있고, 초판 1000부를 다 구매하겠다는 저자의 제안을 원고를 검토해 본 뒤 물리친 적도 있습니다. 그런 책들을 냈으면 돈을 벌었을지 몰라도 지금의 소명출판은 없었을 거예요.” 박 대표는 “우수학술도서의 지원 종수와 액수를 지금보다 두배 이상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차피 상업성과 거리가 먼 기초학문 분야의 책은 사회 전체의 지적 자산으로 간주해 공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 그는 또 “물류 관리 문제로 고생하는 중소 출판사들을 위해 공공물류센터를 설립해 주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내놓았다. 이런 사회적 차원의 지원과 함께 출판사 자체의 자구 노력도 고민하고 있다. 박 대표는 현재 개인사업체로 되어 있는 출판사를 주식회사로 전환해서 직원들과 뜻있는 연구자들의 공동 소유로 탈바꿈시킬 궁리를 하고 있다. “저는 소명출판이 제 개인 소유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 지분을 챙길 생각도 없어요. 공공재로서 출판사가 존속하면서 안정적으로 좋은 책을 낼 수 있다면 대만족이에요. 지배구조 개선이 그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합니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2009년부터 임화문학예술상 운영
“기초학문 서적에 공적 지원 필요” 이웃 나라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 초판을 20만부씩 찍는 현실이지만 소명출판의 책들은 대개 500~700부 선에서 초판을 찍는다. “냉정하게 말하면 이 초판만 다 팔려도 생존은 가능하다”고 박 대표는 말했다.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 순수 소비자(독자)가 눈에 띄게 준 가운데 그나마 초판을 소화할 통로가 ‘우수학술도서’ 지원 제도라고 했다. 대한민국학술원과 문화체육관광부가 운영하는 이 제도의 혜택을 받는 책이 1년에 15종 안팎. 나머지 책들은 적자를 감수하면서 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지난 16년을 돌이켜 보면, 바보같이 살았다는 후회도 듭니다. 저희라고 돈을 벌 기회가 왜 없었겠어요? 인기 저자가 자기 원고를 주는 대신 제자들의 책도 ‘옵션’으로 내 달라는 걸 거절한 적도 있고, 초판 1000부를 다 구매하겠다는 저자의 제안을 원고를 검토해 본 뒤 물리친 적도 있습니다. 그런 책들을 냈으면 돈을 벌었을지 몰라도 지금의 소명출판은 없었을 거예요.” 박 대표는 “우수학술도서의 지원 종수와 액수를 지금보다 두배 이상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차피 상업성과 거리가 먼 기초학문 분야의 책은 사회 전체의 지적 자산으로 간주해 공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 그는 또 “물류 관리 문제로 고생하는 중소 출판사들을 위해 공공물류센터를 설립해 주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내놓았다. 이런 사회적 차원의 지원과 함께 출판사 자체의 자구 노력도 고민하고 있다. 박 대표는 현재 개인사업체로 되어 있는 출판사를 주식회사로 전환해서 직원들과 뜻있는 연구자들의 공동 소유로 탈바꿈시킬 궁리를 하고 있다. “저는 소명출판이 제 개인 소유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 지분을 챙길 생각도 없어요. 공공재로서 출판사가 존속하면서 안정적으로 좋은 책을 낼 수 있다면 대만족이에요. 지배구조 개선이 그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합니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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