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안되는 세상의 ‘먹고사니즘’
청춘이 사는 법
김민수 지음
리더스북·1만3000원 입학한 지 두달 만에 대학을 때려치운 청년 김민수씨는 국내 최초의 청년 노조인 ‘청년유니온’을 만났다. 그곳에서 문자메시지로 해고 통보를 받는 커피숍 직원, 최저임금도 못 받는 편의점 알바생들을 만났다. 화가 났다. 자신과 같은 청년 노동자들의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서울 종로구의 한 24시간 커피전문점에서 일하며 손님이 뜸한 새벽 시간이면 ‘뭣 같은 세상에 대한 빡침’에 노동법 책을 폈다. 가난한 청년유니온이 변호사나 노무사를 고용해 노동 상담 해줄 수는 없으니 내가 공부해서 남 줘야겠다 싶었다. 청년들의 ‘먹고사니즘’에 도움을 주고 싶었다. 그렇게 책은 기획됐다. 1장에서는 근로기준법이 알바에게도 적용되는지, 망가진 물건 값을 내 월급에서 공제해야 되는지, 한달을 못 채웠으면 정말 임금을 받을 수 없는지 등을 설명했다. 2장은 집 이야기다. 부동산 중개수수료는 누가 내야 하는지, 집주인 허락 없이 룸메이트를 들여도 되는지, 고장난 보일러는 누가 고쳐야 하는지, 보증금 떼였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친절한 언어로 풀어놨다. 마지막은 ‘청춘의 신용’이다. 청춘의 숨통을 조이는 학자금과 연 금리 30%로 사람을 쥐어짜는 ‘약탈적 금융사회’에 대해 고찰하고 개인 회생과 파산 절차까지 상세히 알아본다. “상식이 상식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실에 맞서 ‘최소한의 법적 상식’을 풀었다”고 한다. 배우고 익히고 활용하도록 하자.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시간을 견디는 마법, 노래
모든 게 노래
김중혁 지음
마음산책·1만2800원 노란 빛깔 표지는 작가와 출판사 쪽의 유쾌한 농담으로 다가온다. ‘모든 게 노래’라는 책 제목에서 ‘노래’는 빛깔이 아니라 가사가 있는 음악을 가리키는 것이다. <악기들의 도서관>이라는 소설집을 내기도 한 작가 김중혁이 노래에 관해 쓴 산문을 묶은 책이다. “음악을 열심히 들었던 덕분에 소설가가 되었다”고 쓸 정도로 김중혁에게 음악이 지니는 의미는 지대하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비틀스의 노래를 즐겨 들으며 따라 부르기도 했던 그는 결국 어머니를 졸라 기타를 샀고, 기타를 연습하며 다양한 음악 장르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그러느라 성적은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졌고 결국 고교 입시에 실패하기에 이르렀지만, 그런 실패의 경험이 장래의 소설가에게는 오히려 자산이 되었다. 대학 시절부터는 본격적인 음반 컬렉션에 돌입했고, 군 훈련소와 부대에서는 상관들의 명령으로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를 수백번이나 불러야 했다. “우리는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뛰어넘는 방법을 배운다. 시간을 가뿐히 뛰어넘어 다른 시간과 공간에 가닿는 방법을 배운다. 그렇게 시간을 견딘다. 음악이야말로 가장 짜릿한 마법이다.” 장사익 버전 ‘봄날은 간다’가 배경음악으로 흘렀던 문우들과의 봄꽃 여행, 어머니의 “트로트 인디 정신”, ‘형돈이와 대준이’의 앨범 <스윝 껭스타 랩 볼륨 1>에 속수무책으로 빨려든 이야기가 두루 재미있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팍스시니카의 꿈 이뤄질까?
중국의 꿈
조영남 지음
민음사·2만5000원 지난해 출간한 <용과 춤을 추자-한국의 눈으로 중국 읽기>에서 관여와 위험분산과 다자주의라는 대중국정책 ‘3중주’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조영남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의 후속작. 제5세대 리더 시진핑 체제가 본격 출범하고, 한국에서도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최근의 동북아 정세변동까지 살핀, 한걸음 더 나아간 중국 탐구 및 바람직한 한-중 관계 모색이다. 18차 당대회 ‘정치보고’와 12기 전인대 1차 회의 ‘정부업무 보고’, 외교정책 등의 분석을 토대로 쓴 교양서이자 학술서라고 조 교수는 자평했다. “부강하고 민주적이며 문명화된 사회주의 현대국가”를 수립해 “중화민족의 위대한 중흥”을 달성하겠다. 시진핑의 포부다. 조 교수는 이를 1960년대 ‘아메리칸드림’에 견줄 만한 ‘중국 몽’(중국의 꿈)으로 보면서, 아메리칸드림 선언 30년 뒤 팍스아메리카나가 실현됐듯이 중국 몽도 30년 뒤 팍스시니카(Pax Sinica)로 이어질 수 있을지 묻고 답한다. 지금의 양극화와 억압적 정치체제가 지속되는 한 중국의 성공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는 조 교수는, 그러나 후진타오 체제의 발전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보는 시진핑 체제가 그것을 교정해 중국과 세계가 더불어 좋아질 수 있는 가능성에 기대를 건다. 2020년이면 경제 규모에서 미국을 넘어설 중국.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그가 제시하는 답은 역시 3중주고, 그 전제가 남북관계 개선이다.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가을 전어 맛의 비결은 ‘지방’
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
황선도 지음
부키·1만5000원 “가을 전어 대가리에는 깨가 서 말”이라는 속설의 근거는 무엇일까? 지은이는 전어의 다른 영양분은 계절에 따라 별 변화가 없지만, 가을이 되면 유독 지방 성분이 3배까지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전한다. 전어가 가을에 맛과 냄새가 유달리 고소해지는 이유는 바로 늘어난 지방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렇게 생선에도 과일처럼 맛이 절정에 이르는 제철이 있다. 9월엔 전어, 10월엔 고등어, 11월엔 홍어, 12월엔 꽁치가 제철이다. 구분 기준은 바로 ‘산란기’다. 지은이는 “산란기를 알아야 물고기를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산란을 위해 몸을 살찌우고 양분을 저장하기 때문이다. 산란철이 지나면 영양분이 다 빠지고 맛도 없어진다”고 설명한다. 10월에 맛이 좋은 고등어는 왜 등 색깔이 푸를까? 평생 해수면에 떠서 사는 ‘떠살이 물고기’인 고등어의 등 색깔은 하늘의 포식자인 새가 내려다보았을 때 바다 색과 잘 구별되지 않는다. 고등어의 등 색깔은 생존을 위한 보호색인 것이다. 이 책은 1월부터 12월까지의 제철 물고기 16종을 소개한다. 가정의 밥상에서, 회사 회식자리에서 접하는 익숙한 생선들이다. ‘30년 물고기 박사’인 지은이는 물고기의 생태는 물론 물고기에 얽힌 속설과 역사, 경험담, 맛있게 먹는 법 등에 대한 이야기를 푸짐하게 펼친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김민수 지음
리더스북·1만3000원 입학한 지 두달 만에 대학을 때려치운 청년 김민수씨는 국내 최초의 청년 노조인 ‘청년유니온’을 만났다. 그곳에서 문자메시지로 해고 통보를 받는 커피숍 직원, 최저임금도 못 받는 편의점 알바생들을 만났다. 화가 났다. 자신과 같은 청년 노동자들의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서울 종로구의 한 24시간 커피전문점에서 일하며 손님이 뜸한 새벽 시간이면 ‘뭣 같은 세상에 대한 빡침’에 노동법 책을 폈다. 가난한 청년유니온이 변호사나 노무사를 고용해 노동 상담 해줄 수는 없으니 내가 공부해서 남 줘야겠다 싶었다. 청년들의 ‘먹고사니즘’에 도움을 주고 싶었다. 그렇게 책은 기획됐다. 1장에서는 근로기준법이 알바에게도 적용되는지, 망가진 물건 값을 내 월급에서 공제해야 되는지, 한달을 못 채웠으면 정말 임금을 받을 수 없는지 등을 설명했다. 2장은 집 이야기다. 부동산 중개수수료는 누가 내야 하는지, 집주인 허락 없이 룸메이트를 들여도 되는지, 고장난 보일러는 누가 고쳐야 하는지, 보증금 떼였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친절한 언어로 풀어놨다. 마지막은 ‘청춘의 신용’이다. 청춘의 숨통을 조이는 학자금과 연 금리 30%로 사람을 쥐어짜는 ‘약탈적 금융사회’에 대해 고찰하고 개인 회생과 파산 절차까지 상세히 알아본다. “상식이 상식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실에 맞서 ‘최소한의 법적 상식’을 풀었다”고 한다. 배우고 익히고 활용하도록 하자.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김중혁 지음
마음산책·1만2800원 노란 빛깔 표지는 작가와 출판사 쪽의 유쾌한 농담으로 다가온다. ‘모든 게 노래’라는 책 제목에서 ‘노래’는 빛깔이 아니라 가사가 있는 음악을 가리키는 것이다. <악기들의 도서관>이라는 소설집을 내기도 한 작가 김중혁이 노래에 관해 쓴 산문을 묶은 책이다. “음악을 열심히 들었던 덕분에 소설가가 되었다”고 쓸 정도로 김중혁에게 음악이 지니는 의미는 지대하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비틀스의 노래를 즐겨 들으며 따라 부르기도 했던 그는 결국 어머니를 졸라 기타를 샀고, 기타를 연습하며 다양한 음악 장르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그러느라 성적은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졌고 결국 고교 입시에 실패하기에 이르렀지만, 그런 실패의 경험이 장래의 소설가에게는 오히려 자산이 되었다. 대학 시절부터는 본격적인 음반 컬렉션에 돌입했고, 군 훈련소와 부대에서는 상관들의 명령으로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를 수백번이나 불러야 했다. “우리는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뛰어넘는 방법을 배운다. 시간을 가뿐히 뛰어넘어 다른 시간과 공간에 가닿는 방법을 배운다. 그렇게 시간을 견딘다. 음악이야말로 가장 짜릿한 마법이다.” 장사익 버전 ‘봄날은 간다’가 배경음악으로 흘렀던 문우들과의 봄꽃 여행, 어머니의 “트로트 인디 정신”, ‘형돈이와 대준이’의 앨범 <스윝 껭스타 랩 볼륨 1>에 속수무책으로 빨려든 이야기가 두루 재미있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조영남 지음
민음사·2만5000원 지난해 출간한 <용과 춤을 추자-한국의 눈으로 중국 읽기>에서 관여와 위험분산과 다자주의라는 대중국정책 ‘3중주’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조영남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의 후속작. 제5세대 리더 시진핑 체제가 본격 출범하고, 한국에서도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최근의 동북아 정세변동까지 살핀, 한걸음 더 나아간 중국 탐구 및 바람직한 한-중 관계 모색이다. 18차 당대회 ‘정치보고’와 12기 전인대 1차 회의 ‘정부업무 보고’, 외교정책 등의 분석을 토대로 쓴 교양서이자 학술서라고 조 교수는 자평했다. “부강하고 민주적이며 문명화된 사회주의 현대국가”를 수립해 “중화민족의 위대한 중흥”을 달성하겠다. 시진핑의 포부다. 조 교수는 이를 1960년대 ‘아메리칸드림’에 견줄 만한 ‘중국 몽’(중국의 꿈)으로 보면서, 아메리칸드림 선언 30년 뒤 팍스아메리카나가 실현됐듯이 중국 몽도 30년 뒤 팍스시니카(Pax Sinica)로 이어질 수 있을지 묻고 답한다. 지금의 양극화와 억압적 정치체제가 지속되는 한 중국의 성공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는 조 교수는, 그러나 후진타오 체제의 발전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보는 시진핑 체제가 그것을 교정해 중국과 세계가 더불어 좋아질 수 있는 가능성에 기대를 건다. 2020년이면 경제 규모에서 미국을 넘어설 중국.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그가 제시하는 답은 역시 3중주고, 그 전제가 남북관계 개선이다.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황선도 지음
부키·1만5000원 “가을 전어 대가리에는 깨가 서 말”이라는 속설의 근거는 무엇일까? 지은이는 전어의 다른 영양분은 계절에 따라 별 변화가 없지만, 가을이 되면 유독 지방 성분이 3배까지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전한다. 전어가 가을에 맛과 냄새가 유달리 고소해지는 이유는 바로 늘어난 지방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렇게 생선에도 과일처럼 맛이 절정에 이르는 제철이 있다. 9월엔 전어, 10월엔 고등어, 11월엔 홍어, 12월엔 꽁치가 제철이다. 구분 기준은 바로 ‘산란기’다. 지은이는 “산란기를 알아야 물고기를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산란을 위해 몸을 살찌우고 양분을 저장하기 때문이다. 산란철이 지나면 영양분이 다 빠지고 맛도 없어진다”고 설명한다. 10월에 맛이 좋은 고등어는 왜 등 색깔이 푸를까? 평생 해수면에 떠서 사는 ‘떠살이 물고기’인 고등어의 등 색깔은 하늘의 포식자인 새가 내려다보았을 때 바다 색과 잘 구별되지 않는다. 고등어의 등 색깔은 생존을 위한 보호색인 것이다. 이 책은 1월부터 12월까지의 제철 물고기 16종을 소개한다. 가정의 밥상에서, 회사 회식자리에서 접하는 익숙한 생선들이다. ‘30년 물고기 박사’인 지은이는 물고기의 생태는 물론 물고기에 얽힌 속설과 역사, 경험담, 맛있게 먹는 법 등에 대한 이야기를 푸짐하게 펼친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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