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4월19일 중고등학생과 대학생, 시민으로 이루어진 시위대가 이승만 대통령의 집무실인 경무대로 향하고 있다. 4·19 혁명은 민중이 독재 세력을 몰아낸 사건으로 역사에 기록됐다. 창비 제공
강영준 지음
창비·1만4000원 “일본에서 수입된 휴대용 버너에/ 미국에서 수입된 쇠고기를 구워/ 중국에서 수입된 나무젓가락으로 집어/ 한 입 씹는 동안/ 동남아인 노동자들은 제각각 다른 공장에서/ 일본으로 수출되는 건어물 포장하는 자신을 잊고/ 미국으로 수출되는 과일 통조림 만드는 자신을 잊고/ 중국으로 수출되는 과자 굽는 자신을 잊었다”(<야외 공동 식사> 부분) 하종오 시인의 <야외 공동 식사>의 배경은 이주노동자들의 체육대회다. 2007년에 펴낸 시집 <국경 없는 공장>에 실린 시다. 일자리를 찾아 나선 이들이 형성한 거대한 이주의 흐름, 그 속에 한국의 위치가 어디쯤인지 시는 정확히 짚고 있다. <시로 읽자, 우리 역사>를 쓴 강영준씨는 19편의 시를 들고 와 시대를 이야기한다. 고등학교 국어교사인 그의 어투는 학생들에게 이야기하듯 친절하다. 교과서에서 배웠던 ‘시대가 읽히는 시’는 대부분 일제 강점기와 해방 전후의 시들이었다. 이 책의 1부에도 한용운의 <님의 침묵>,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육사의 <광야> 같은 명시들이 등장한다. 거기에 분단과 독재에 저항한 시를 다룬 2부와 민주화 운동과 통일 염원, 청년 실업과 다문화 사회의 내용이 담긴 현대시를 다룬 3부가 이어진다.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 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 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 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 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20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 분노와 자책이 섞여 있는 김수영 시인의 시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는 1965년에 발표됐다. 때는 박정희 군사독재 정권이 언론을 탄압하고 한국의 젊은이들을 베트남 전쟁에 파병할 때다. 책은 “5·16 군사정변 이후 한동안 숨죽여 지내던 김수영의 자기반성인 이 시는 당시 지식인들과 작가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고 설명한다. 시를 시대의 틀에 맞춰 해석 중심으로 서술한 책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지은이 역시 그 점을 경계한다. 서문에 ‘책을 읽을 때 주의할 점’을 밝힌 까닭이다. “역사와 문학을 연결하는 이 책의 의도에 지나치게 집착해서 문학 작품을 역사적으로만 해석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 이 책에 소개된 이해와 감상은 어디까지나 문학 작품을 이해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중학 1학년부터.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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