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석의 낭만 미래
고종석 지음
곰·1만1000원
고종석 지음
곰·1만1000원
출판사가 나서 ‘지식과 책임’이란 묵직한 이름의 시리즈를 시작했다. “우리 시대 지식인에게 책임을 묻다”라는 제목의 총서 서문이 목표를 밝힌다. 웅진 문학임프린트인 ‘곰’의 편집부는 지금 우리 시대 담론의 현주소를 “적대적 비판과 냉소적 유예만 있을 뿐 생산적인 소통이 없는 기도 폐쇄의 현실”로 진단하고 “당대의 책임 있는 지식인들과 문화예술인들”에게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의제에 대한 자신의 소신과 철학을 명징하게 밝힐” 것을 요구했다. 생산적 논의를 해보자는 이야기다.
30년 가까이 언론인으로 살았고 소설가이며 사회·문화 비평가이기도 한 고종석씨는 <고종석의 낭만 미래>에서 특유의 직설적이고 명쾌한 어조로 일관한다. 국가보안법, 북한과 통일, 사형제, 낙태, 안락사, 병역거부, 자살, 애국심, 동물을 먹는다는 것, 신사대주의, 복지와 성장 등에 관한 의견 중에 에두른 것은 없다. 덕분에 읽기에 재미가 있고 때론 아슬아슬하다.
그는 ‘자유주의자’다. “남들이 먼저 저를 그리 규정하기에” 받아들였지만 “군사독재 시절이나 지금이나 그 말을 더러운 말로 여겨본 적이 없”고 “언제인가부터는 그 말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한다. 대학교 1학년 때 칼 포퍼의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을 읽고 나서 반공주의의 길로 들어섰다는 그는 자신이 “칼 포퍼와 존 롤스, 조지 오웰을 스승으로 모시는 자유주의자”로서 보수주의, 전체주의와 대척점에 있다고 밝혔다. 1990년 복거일씨의 <현실과 지향>에 대해 호의적 서평을 쓰며 ‘자유주의자’라 더 널리 불렸는데 현재는 복거일씨와는 지적, 정치적으로 결별했다고 선언했다. “현재 복거일 선생의 자유주의는 대체로 힘세고 뛰어난 소수를 위한 자유주의”라며 ‘약한 자, 소수자들을 위한 자유주의’를 중시하는 자신과 다르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한국에서 정치적 대립이 이념의 대립이 아니라 사적 이익의 대립이라고 분석했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이념의 과잉이 아니라 이념의 부족”이며 “유권자들은 이념에 따라 투표한다기보다 어떤 인격에 대한 호불호에 따라 투표한다”는 것이다. 박정희와 노무현으로 대표되는 ‘영남패권주의’와 노무현 신화를 한국 사회의 갈등 요인이라 주장했다.
육식을 즐기면서도 채식의 가치를 인정하고 개고기 앞에서는 찝찝함을 토로하는 등 그는 시비 붙기 딱 좋은 지점의 말들도 허심탄회하게 꺼내놓았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논쟁도 두려워하지 않는 그의 태도와 같다. 그는 “내 의견이 반대자들을 설득하지는 못할지라도 그이들에게 어떤 ‘이질적 사유’의 실마리를 줄 수 있기 바란다”고 했다. <복거일의 자유롭게 한 걸음>을 고종석씨의 책과 함께 내놓은 ‘지식과 책임’ 시리즈가 어떤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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