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엔 놀이공원이 많다
3대 세습은 어떻게 가능했나
일상생활서 통일 이야기까지
10대들을 위한 정보 두루 다뤄
3대 세습은 어떻게 가능했나
일상생활서 통일 이야기까지
10대들을 위한 정보 두루 다뤄
안문석 지음
인물과사상사·1만4000원 1980년대 ‘국민학교’ 교실에서는 ‘반공’을 위해 ‘오늘의 북한’을 가르쳤다. 그들이 얼마나 가난한지, 얼마나 배고픈지, 얼마나 비참하게 사는지가 주제였다. 같은 땅, 저 위쪽에 사는 사람들이 그렇게 힘들게 산다는 사실은 눈물 나도록 안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당시 열살배기 아이들이 놀란 이유 중 하나는 북한의 가난한 풍경 사진 속에 우리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반공 포스터 속 북한 사람들은 다 공산당, 빨갱이, 발톱 세운 늑대, 이를 드러낸 악마의 모습이었는데 말이다. 2013년의 십대들에게 ‘북한의 오늘’을 알려주겠다고 나온 책 <이제 만나러 갑니다>를 그때 그 교실로 들고 간다면 열살배기들은 또 얼마나 놀랄까. ‘평양에는 놀이공원이 많다, 최고 인기 직업은 외교관과 운동선수, 김정은도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12년 무상교육을 실시하다’ 등 소제목들만 보아도 ‘눈물만 나는 북한 실상’과는 거리가 있다. 이 책은 1993년에 <한국방송> 기자로 입사해 정치부 외교안보 데스크를 거친 뒤 대학으로 자리를 옮겨 현재는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있는 안문석씨가 썼다. 그는 책머리에서 북한 자료를 찾아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을 뒤지던 경험을 털어놓으며 “왜 내가 북한 자료를 찾는데 미국까지 와야 하나 생각하면 화도 났다”고 말했다. 북한 문제나 한반도 문제 해결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늘 ‘객’으로 존재하는 우리의 처지에 비애를 느낀다며 “북한에 대해 아는 것”이 “주객전도의 비정상을 벗어나는 길”로 가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책은 북한의 일상생활 이야기로 시작해 정치, 경제, 사회, 교육, 군사와 외교, 남북 관계, 그리고 통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 북한에서도 국어·영어·수학이 중요한지, 월급은 어떻게 받는지, 신혼여행은 가는지 등을 살펴볼 수 있다. 동시에 “북한의 3대 세습은 어떻게 가능했는가?”, “북한은 핵무기를 얼마나 갖고 있는가?”, “남북한 경제 교류는 계속해야 하는가?”, “미국은 통일을 바라지 않는다?”와 같은 민감한 질문과도 마주하게 된다. 다양한 자료를 모으기 위해 지은이는 국방부가 펴내는 국방백서부터 일본의 북한 연구서까지 두루 살폈다. 이 책을 통해 북한을 이제 만나러 가기 시작한 참이라면 다 읽고 난 뒤 참고문헌에 실린 책들도 챙겨볼 만하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