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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9월 30일 출판 잠깐독서

등록 2013-09-29 19:58

전성은의 ‘사랑에 눈뜸’ 교육론

왜 교육은 인간을 불행하게 하는가
전성은 지음
메디치·1만4000원

“내 교육은 실패했어.”

36년 전 아버지가 던진 이 한마디로 아들은 평생 ‘교육이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안고 살았다. <왜 교육은 인간을 불행하게 하는가>의 지은이 전성은씨는 국내 첫 혁신학교 거창고를 만든 전영창 선생의 아들이다. 폐교 위기에 놓인 산골의 거창고를 인수해 전인교육의 대명사로 일군 전영창 선생의 삶은 그야말로 한 편의 감동적인 다큐멘터리다. 그런 아버지의 삶을 물려받은 지은이는 지난 41년간 교육자의 길을 걸었다. 이 책에서 그는 평생 천착한 교육의 근본에 대해 살피고 현 시대가 봉착한 교육의 위기를 짚는다.

많은 사람들은 성공하는 사람을 길러 내는 것, 자아 실현을 돕는 것, 기술이나 지식을 가르치는 것을 교육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지은이는 이런 것은 교육의 본질이 아니라고 말한다. 학교가 입시 기관으로 전락한 작금의 현실에서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많은 시사점을 준다.

그는 단연코 “사랑에 눈뜸이 교육”이라 말한다. 사랑에 눈뜬 자는 다른 사람의 고통을 함께 아파하고, 불의나 부패와 타협하지 않는다. 자신·가족을 넘어 시대 모순과 마주한다. 일제 강점기 시대의 교육은 대한의 독립이었고, 군부 정권 시대의 교육은 민주주의였다. 경제성장과 민주화가 일정 부분 진전된 현 시대에서 교육이란? 평등과 평화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지엽적 교육이 아닌 본질적 교육을 스스로 실천하는 그의 삶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신과 인간의 중간, 초능력 시대의 아이들

아직은 신이 아니야
듀나 지음
창비·1만원

전주에 사는 소녀 민지희의 학교에 서화영이라는 동급생이 전학 온다. 서화영이 오면서 학교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어느 날 학교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지며 사람들에게 숨어 있는 초능력의 실체가 드러나고 서화영은 타인의 잠재돼 있는 초능력을 극대화시키는 에너지원인 배터리라는 사실이 알려진다.

에스에프(SF) 소설가 겸 영화평론가로 활동중인 듀나(필명)의 새 소설집은 초능력이 일반화된 세상에서 그 초능력에 가공할 힘을 부여하는 배터리라는 존재를 연결시키며 벌어지는 사건들을 연작 형식으로 풀어낸다. 청소년문학의 갈래로 묶인 책답게 수록작품 중 주요 등장인물이 10대 아이들이다. ‘엘케이(LK) 실험 고등학교 살인사건’은 영화 <엑스맨>의 초능력 학교를 떠올리게 하는 학원물이다. 마치 에스에프 영화처럼 시각적 상상을 자극하면서도 소설집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디스토피아적 현실에 대한 풍자다. ‘루카스 에크보리 정신 개조 캠프’에서는 초능력 세상이 되어도 사교육이 지배하는 한국 사회의 특수성이 담겨 있다. 초능력자 사이에도 계급이 생기고 정신감응자라는 최고 계급을 쟁취하기 위해 사교육에 뛰어드는 사람들, 그 이기적인 욕망이 만들어내는 파괴적인 결과를 보여준다. 결국 파괴는 지구를 통째로 날리는 지경에 이르지만 사람들은 어디론가 떠난다. 이런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고아가 되기 전에는 어른이 된 것이 아니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절벽사회에 복지라는 안전망을

절벽사회
고재학 지음
21세기북스·1만5000원

‘여기에 팝콘 판매장 하나 내면 평생 먹고사는 데 지장 없겠구나.’ <한국일보> 경제부장과 경제담당 논설위원을 지낸 지은이가 극장 갈 때마다 절로 드는 생각이라고 한다. “복합상영관의 매점 운영은 이익률 70%에 달하는 알짜배기 사업이다. 롯데그룹 총수 일가는 롯데시네마 15개의 매점에서 팝콘 장사를 하면서 연간 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나마 ‘경제민주화’ 열풍이 거센 2013년 5월에야 슬며시 철수했다. 지금 시장은 불공정행위가 도를 넘어선 ‘지네발 재벌’의 독성에 신음하고 있다.” 지은이가 ‘재벌 절벽’이라고 칭한 한 사례다.

이처럼 지은이는 한국 사회를 ‘일자리 절벽’, ‘교육 절벽’, ‘주거 절벽’ 등 9개의 절벽 끝에 있는 위태로운 디스토피아로 진단한다. “(한국 사회는) 출발부터 불평등하다. 한 발만 삐끗하면 나락으로 떨어지는 벼랑 끝에 있다.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한 번만 실패하면 바로 절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막장 사회다.”

그렇다면 ‘절벽 사회’의 대안은? 지은이는 상생과 공존을 위한 ‘인간적 자본주의’를 제시한다. “재벌 개혁을 통해 성장의 과실이 고루 퍼지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추구해야 한다. 재정과 세제정책도 고용과 분배 위주로 뜯어고쳐야 한다. 부자 증세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그래서 한국형 복지국가를 건설해야 한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묘하게 위로가 되는 서천석의 마음 해법

서천석의 마음 읽는 시간
서천석 지음
김영사·1만4800원

주말을 앞두고, 직장 상사가 복잡한 일을 주문한다. 가족과 캠핑이라도 갈 참이었는데, 이거 완전히 망했다. 어떻게 할까? 주말 전에 해결할 수 있을까, 한번 시도해 본다. 도저히 안 된다. 얼른 마음을 고쳐먹는다. ‘내가 유능하니까 이런 일을 시켰을 거야.’ 스트레스를 피하는 방법을 일러주는 조언은 대체로 이쯤에서 끝이 난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소아정신과 의사 서천석씨는 조금 다른 생각이다. 마음을 바꾸기엔 주말 휴식이며 아이들과의 약속이 아쉽다. 그러니, “그럴 땐 도망을 가도 좋다”는 게다. “상사에게 이야기합니다. 이번 주말엔 도저히 어렵다고요. 물론 이렇게 하면 불이익이 있을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그건 감수해야 합니다. 좋은 것만 다 얻을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서천석의 마음연구소’란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5분 남짓 청취자들과 나눴던 110가지 조언을 책으로 묶었다. 일상의 작은 위기에 대처하는, 소박해 차라리 고개를 주억거리게 하는 비결이 빼곡하다. 관통하는 논리는 하나로 모아진다. ‘다 가질 수 없다.’ 알면서도 버리지 못하는 건 미욱해서다. 나만 그런가? 5천만이 똑같다. “아는데도 실천이 안 돼요. 뭐 이런 고민은 고민도 아닙니다. … 우리가 아는 걸 다 실천했다면 분명 우리는 위대한 인물이 되었을 겁니다.” 다들 아는 소릴 텐데, 묘하게 위로가 된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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