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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10월 7일 출판 잠깐독서

등록 2013-10-06 20:06

로마는 왜 그토록 잔인한 경기를 즐겼나

로마 검투사의 일생
배은숙 지음
글항아리·2만5000원

로마제국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 중 하나가 ‘검투사’다. 로마의 지도자들은 이 잔인한 볼거리를 위해 거대한 콜로세움을 지었고, 대중들은 피가 철철 흐르는 살육 게임에 열광했다. 도대체 이 검투사 경기는 로마에 어떤 의미였을까? 서양고대사를 전공한 역사학자 배은숙 계명대 외래교수의 이 책은 현대인의 눈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이 잔인한 경기에 관한 다양한 사실들,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의미를 들여다본다. 곧 검투사로 보는 로마 이야기다.

처음 저명인사들의 장례식 때 사사로운 놀이로 즐기던 검투사 경기는 여러 요인에 의해 로마를 대표하는 공식 행사로 바뀌어갔다. 범죄자와 포로를 이용해 일벌백계의 통치 효과를 거두는 행사로, 그리고 로마의 강함과 위대함을 상징하는 거대 이벤트로 진화한 것이다. 황제들은 시합을 황제의 이미지를 높이고 권력을 과시하는 지배 도구로 애용했다. 심지어 네로나 칼리굴라 같은 황제들은 직접 검투사로 나서기도 했다.

지은이는 “잔인하다는 한마디 말로 수백년 동안 이어져 온 검투사 경기를 파악하기는 무리가 있다”고 말한다. 지배자는 검투사 경기를 통해 ‘정복자 로마’의 이미지를 만들었고, 로마인들은 경기를 보면서 강력한 로마의 일원임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검투사 경기는 비록 비인간적이지만 로마인들에겐 삶의 교훈을 얻는 재미있고 중요한 집단놀이였다는 것이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범죄 도시, 그래도 희망은 있다

공범들의 도시
표창원·지승호 지음
김영사·1만4000원

이 책은 ‘표창원 박사가 범죄를 통해 본 한국사회 진단’에 초점을 맞춘 인터뷰집이다.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씨가 나섰다. 지난해 말 경찰대 교수직을 버리고 사회적 발언에 나선 그를 ‘보수주의자’ 관점에서 인터뷰한 <보수의 품격>(비아북 펴냄)과의 차별점이다. 책은 그가 28년 동안 열정을 쏟아부은 분야, 경찰과 범죄에 집중한다.

인터뷰는 표창원 박사가 <한겨레>에 고 장자연씨 사건에 대해 기고한 뒤 관련자들이 항의하고 나선 사건부터 시작한다. 그는 “우리나라 지도층들이 사회의 시스템에 대한 지지와 신뢰를 유지하면서 자신들의 기득권과 지배 체제를 이끌어나갈 능력이 없기” 때문에 “당장 눈앞의 불이익을 막기 위해서 움직인다”고 진단한다. 그 결과가 고 장자연씨 사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사건 등이다.

신뢰가 무너진 사회에 범죄는 기승을 부리고 경찰은 무능력하다. 그는 경찰청장 후보자가 인사 청문회 자리에서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에 대해 “보고받은 바 없기 때문에 모른다”고 한 것을 두고 “경찰은 슬픈 조직”이라 했다. “수사는 매우 단순한 진실 게임이다. 다만 의문을 적당히 덮으려는 유혹, 현실과 타협하려는 유혹을 이기는 힘이 필요하다”고 한다. 경찰 조직에 오래 머물며 그의 가슴속에 남은 마지막 단어는 ‘정의’라고 한다. 더 늦기 전에 용기 있는 소수와 정직한 다수가 연합해 바꿔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그는 책 말미에서 말한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중국 소비자는 무엇에 열광할까

트렌드 차이나
김난도·전미영·김서영 지음
오우아·1만6000원

중국에서는 껌을 한 통씩만 팔아도 13억 통을 팔 수 있다? 그동안 많은 나라의 무수한 기업들이 이러한 고정관념을 갖고 13억5000만명의 거대한 소비시장 중국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대다수는 뼈저린 실패를 겪고 철수했다. 극히 일부만 ‘대박’이 났을 뿐이다.

트렌드 전문가이자 청춘 멘토로 잘 알려진 김난도 교수와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팀은 그 이유를 ‘안이한 접근’ 때문이라고 밝힌다. 이는 ‘노력의 부족’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전제의 잘못’을 의미한다. 지은이는 “중국을 ‘단일시장’이라고 보는 것은 ‘잘못된 신화’일 뿐이다. 중국은 매우 복잡하고 까다로운 나라”라고 힘주어 말한다.

“중국은 단일 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이나 미국보다는 여러 나라가 하나의 대륙을 형성하고 있는 유럽에 가깝다. ‘중국에 진출한다’가 아니라 ‘중국의 어느 지역에 진출한다’는 구체적인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지은이는 이와 같이 중국 시장에 대한 ‘6가지 오해’를 낱낱이 밝힌다. 그러고 나서 중국 소비자를 6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중국 소비자는 무엇에 열광하는가’를 분석한다. 또 ‘본질·신뢰 중시’, ‘집단의식 속 개인주의’ 등으로 표현되는 ‘중국인 7대 소비DNA’를 추출해 한국 소비자와의 차이점을 보여주고 최근 중국 시장의 변화양상도 짚는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바닷속의 대량살상무기 ‘트롤 어법’

텅 빈 바다
찰스 클로버 지음, 이민아 옮김
펜타그램·2만원

‘분쟁의 바다’ 연평에선 꽃게가 난다. 애초 연평은 조기 파시로 이름이 났었지만, 1960년대 말부터 조기가 사라지면서 주력 어종이 꽃게로 바뀌었다. 사라진 게 어디 연평 조기뿐일까? 흑산의 홍어는 귀물이 된 지 오래고, 동해에서 명태가 잡히면 신문에 나는 세상이 됐다. 이유? 남획 탓이다.

배를 이용해 자루형 그물이나 날개형 그물 등의 어구를 수평 방향으로 끌어 잡는 방식을 ‘트롤 어법’이라 부른다. 바다의 생명체를 아예 훑어낼 수 있는, 무차별적 방법이다. 더구나 “포획한 동물의 3분의 1은 맛이 없거나, 너무 작거나, 그도 아니면 너무 뭉개져 내다 팔 곳이 없는 것”이다. 그저 바다에 버릴밖에. 트롤 어법을 두고 “지구상에서 가장 파괴적인 대량살상법”이라고 표현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글로스터의 항구에서 일본 도쿄의 쓰키지 어시장, 서아프리카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와 덴마크 쪽 북해 연안의 최대 어항인 에스비에르에 이르기까지. 5대양을 누빈 지은이가 내린 결론은 명확하다. “어류 남획이 전세계 해양생태계 전체를 종착역으로 몰아가고 있다. 우리는 산업기술이 고래에게 한 짓을 지켜보았다. 첨단 기술, 통제되지 않는 시장의 힘, 의식의 부재가 바다에 서식하는 종들에게 어떤 일을 행하는지에 대한 의식의 확산이 절실하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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