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고은(33) 작가 / 신소영 기자
윤고은 지음
민음사·1만2000원 장편 <무중력증후군>으로 2008년 제13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윤고은(33·사진)이 두 번째 장편 <밤의 여행자들>을 내놓았다. 달이 두 개로 분화하고 다시 세 개와 네 개, 다섯 개를 거쳐 여섯 개까지 늘어나는 상황을 설정했던 <무중력증후군>의 작가답게 윤고은은 이번 소설에서도 ‘재난 여행’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끌어온다. 재난이 발생했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장소를 목적지로 삼아,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안전하게 다녀오는 여행이 재난 여행이다. 그런 여행을 사람들이 왜 하겠는가 하는 의문에는 소설 속 이런 대목이 답을 대신할 수 있겠다. “재난 여행을 떠남으로써 사람들이 느끼는 반응은 크게 ‘충격→동정과 연민 혹은 불편함→내 삶에 대한 감사→책임감과 교훈 혹은 이 상황에서도 나는 살아남았다는 우월감’의 순으로 진행되었다. (…) 그러니까 재난 가까이 갔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안전했다, 는 이기적인 위안 말이다.” 말하자면 텔레비전 뉴스를 통해 남들의 재난을 ‘소비’하며 은밀한 안도감을 맛보는 심리를 여행이라는 좀더 적극적인 행동으로 끌어낸 것이 재난 여행인 셈이다. 소설 주인공은 이런 재난 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여행사 ‘정글’의 10년차 수석 프로그래머 고요나. 해고 위기라는 일신상의 ‘재난’을 모면하고자 이 여성은 섬나라 무이의 사막 싱크홀로 간다. 퇴출 위기에 처한 무이 재난 여행의 실태를 점검하고 새로운 상품 개발 가능성을 타진하려는 것이었지만, 그 여행에서 요나는 고래 뱃속을 다녀온 구약 속 인물 요나처럼 일생일대의 모험을 겪게 된다. 타고 있던 기차가 분리되면서 일행에서 낙오되어 여권도 없이 무이에 홀로 떨어지게 되는 것은 모험의 시작에 불과했다. 재난 여행이라는 상품 가치를 위해 사람 목숨쯤 소모성 소품으로 여기는 자본의 냉혹한 논리, 제가 살기 위해서는 남을 죽여야 하는 적자생존의 먹이사슬, 설정인지 실제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시시각각 닥쳐오는 위협 그리고 모든 것이 무너지고 휩쓸려 사라지는 대 파국까지…. 재난을 기획하고 판매하던 요나가 바로 그 재난의 희생자가 된다는 결말은 필연적이고 어쩌면 교훈적이기도 하다. 소설 중반쯤에서 요나가 자신의 옹색한 처지를 돌아보며 곱씹는 이런 상념을 보라. “어느 순간 갑자기 발생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몇 년간 응축된 힘이 있는 싱크홀처럼, 자신도 그렇게 된 모양이라고.”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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