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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제주 우도 잠녀 4대의 고단한 삶
시대 풍랑 맞서 붙잡은 ‘평화의 끈’

등록 2013-11-04 19:37수정 2013-11-04 20:42

구소은(48) 작가
구소은(48) 작가
제1회 4·3평화문학상 구소은 작가
5년 공들인 장편 ‘검은 모래’ 출간
가을 하늘 아래 이어 붙은 푸른 바다로 노랫소리가 떠다니는 듯했다. “우리는 제주도의 가엾은 해녀들/ 비참한 살림살이 세상이 안다/ 추운 날 더운 날 비가 오는 날에도/ 저 바다의 물결 위에 시달리던 이 내 몸// 아침 일찍 집을 떠나 황혼 되면 돌아와/ 어린아이 젖 주면서 저녁밥을 짓는다/ 하루 종일 하였으나 버는 것은 기막혀/ 살자 하니 근심으로 잠도 안 오네.” 제주 우도 출신 강관순이 지은 가사에 곡을 붙여 우도 잠녀들이 불렀던 노동요다.

7000만원 고료의 제1회 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소설 <검은 모래>에서 주인공인 잠녀들은 이 노래를 부른다. 소설은 제주도의 작은 섬, 우도에서 험한 파도를 헤치며 물질을 하는 잠녀들의 고단한 삶을 4대에 걸쳐 다룬 장편이다. 4일 오후 3시, 제주 성산에서 배 타고 15분 거리에 있는 섬 우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책을 쓴 구소은(48·사진) 작가를 만났다. 주인공 구월이 태어난 우도의 검은모래(검멀레) 해변에서 구 작가는 “5년에 걸쳐 집필한 소설로 뜻깊은 상까지 받으며 출간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검은 모래>와 가을, 우도는 인연이 깊다. 만삭의 몸을 끌고도 물질에 나섰던 잠녀 어미는 검은 모래 해변에서 딸을 낳았다. 일제강점기가 시작되던 해였다. 때가 9월이어서 아이 이름은 구월이 됐다. 구월의 딸 해금이 훗날 암수술을 받게 된 때도, 해금의 외손녀 미유가 태어난 때도 가을이다. 5년 전 작가가 소설을 구상하며 우도에 자료 조사를 왔을 때도 이맘때 가을이었다고 한다. 3월 시상식 뒤 책이 나온 것도 가을이다.

소설 속에서 구월과 그의 딸 해금, 해금의 아들 건일, 건일의 딸 미유는 대를 이어가며 제주 우도와 일본의 섬 미야케지마, 도쿄 등을 배경으로 온갖 역사적 시련 속에 삶을 꾸려나간다. 구월은 1929년에 결혼했으나 남편은 일제에 맞서 제주도민을 위한 ‘동아통항조합’을 만들었다가 파산했고, 징용 간 나가사키에는 원자폭탄이 떨어진다. 1931년에 딸 해금이 태어났고 해금의 첫사랑은 한국전쟁에 학도병으로 참전했다가 전사했다. 이후 세대인 건일과 미유는 일본에서 살아가며 재일동포로서 크고작은 차별 속에 상처받는다. 개인의 삶을 지배하는 지독한 시대의 고리를 작가는 매섭게 움켜쥔다.

프랑스 대학에서 광고학을 전공하고 광고회사에 근무하다가 시나오리를 쓰기도 했던 이색 이력을 지닌 구소은 작가는 첫 작품으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앞으로 계속 소설을 쓸 생각이라고 한다.

우도에 온 구 작가를 만난 조명철 제주 4·3평화문학상 운영위원장은 “평화와 인권의 문제가 상징적으로 잘 드러나있는 작품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어 기쁘다”며 “엄청난 인명피해와 상처를 안긴 4·3사건을 겪고도 특유의 평화사상으로 그것을 극복한 제주인처럼 평화와 공동체의 가치를 중시하는 좋은 작품들이 앞으로 이 상을 통해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우도(제주)/글·사진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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