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대산문학상을 받은 시인 진은영(왼쪽부터), 소설가 김숨, 희곡작가 고연옥씨가 6일 낮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번역 부문 수상자 최양희씨는 이날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산문화재단 제공
여성이 4개부문 석권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이 주관하는 제21회 대산문학상 수상자가 6일 발표되었다. 시 부문 진은영씨, 소설 부문 김숨씨, 희곡 부문 고연옥씨 그리고 번역 부문에 최양희씨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수상자들에게는 각 5천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번역 부문과 격년제로 시상하는 평론 부문은 올해 수상자를 내지 않았다. 1993년부터 시상하기 시작한 대산문학상 21년 역사에서 여성이 전 부문을 석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 진은영 ‘훔쳐가는 노래’
“지적인 진실성이 시에 스며있어” 소설 김숨 ‘여인들과…’
“인간과 관계 들여다보는 시선 치밀” 희곡 고연옥 ‘칼집 속에 아버지’
“허구를 현실화시키는 글의 힘” 번역 최양희 ‘열하일기’
“결정판 없어 번역하기 힘든 작품” 시 부문 수상작인 진씨의 시집 <훔쳐가는 노래>에 대해 심사위원들은 “낯선 이미지의 구축이 신선한 수수께끼를 발생시키고 있으며, 지적인 진실성이 시들에 스며들어 있다.(…)사회적 실천과 미학적 탐구를 동시에 진행하려는 시인의 의지”라는 평가를 내렸다. 소설 부문 수상작인 김씨의 장편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에 대해 심사위원들은 “인간과 관계를 들여다보는 시선의 치밀함이 놀랍다. (…)마치 해부라도 하듯이 관계의 구석구석을 파헤치는 집요함이 대단하다”고 평했다. 희곡 부문 수상작인 고씨의 <칼집 속에 아버지>는 “허구를 현실화시키는 글의 힘”이 높이 평가되었다. 영어 번역을 대상으로 한 번역 부문에서 박지원의 고전 <열하일기>를 번역한 최씨의 작업에 대해 심사위원들은 “원래 한자로 쓰여진데다 결정판이 없고 몇 개의 필사본만 있어서 번역하기에 매우 까다로운 작품을(…)한국어 번역본까지 참고해 가며 번역한 역자의 노고”를 높이 평가했다. 6일 낮 서울 시내 광화문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진은영 시인은 “이번 시집은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많이 포기하고 어떤 의미에서는 내가 잘 못하는 것을 많이 시도해 본 경우”라며 “그나마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의 흔적 덕분에 수상하게 된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하루의 단 몇 시간을 시간 배경으로 삼아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에 오가는 대화와 심리 묘사를 통해 현대 사회의 물신화한 관계를 비판하는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에 대해 김숨 작가는 “원래 침이라는 분비물을 소재로 단편을 써 보려 하다가 분량이 길어져 장편이 되었다”고 소개했다. <칼집 속에 아버지>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복수를 하고자 길을 나선 무사를 주인공으로 삼은 작품이다. 작가 고씨는 “현실의 문제를 말하려는데 현실로만 접근해서는 쉽지 않아 신화적·환상적 장치를 동원했다”며 “싸움에 나서는 이를 등장시켜 이 시대에 존중 받는 싸움꾼의 삶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려 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번역 부문 수상자 최양희씨는 한국 문학 초창기의 평론가 겸 영문학자 최재서(1908∼1964)의 차녀로 오스트레일리아국립대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오스트레일리아에 거주하고 있는 그는 이날 간담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제21회 대산문학상 시상식은 12월3일 오후 6시30분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회관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지적인 진실성이 시에 스며있어” 소설 김숨 ‘여인들과…’
“인간과 관계 들여다보는 시선 치밀” 희곡 고연옥 ‘칼집 속에 아버지’
“허구를 현실화시키는 글의 힘” 번역 최양희 ‘열하일기’
“결정판 없어 번역하기 힘든 작품” 시 부문 수상작인 진씨의 시집 <훔쳐가는 노래>에 대해 심사위원들은 “낯선 이미지의 구축이 신선한 수수께끼를 발생시키고 있으며, 지적인 진실성이 시들에 스며들어 있다.(…)사회적 실천과 미학적 탐구를 동시에 진행하려는 시인의 의지”라는 평가를 내렸다. 소설 부문 수상작인 김씨의 장편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에 대해 심사위원들은 “인간과 관계를 들여다보는 시선의 치밀함이 놀랍다. (…)마치 해부라도 하듯이 관계의 구석구석을 파헤치는 집요함이 대단하다”고 평했다. 희곡 부문 수상작인 고씨의 <칼집 속에 아버지>는 “허구를 현실화시키는 글의 힘”이 높이 평가되었다. 영어 번역을 대상으로 한 번역 부문에서 박지원의 고전 <열하일기>를 번역한 최씨의 작업에 대해 심사위원들은 “원래 한자로 쓰여진데다 결정판이 없고 몇 개의 필사본만 있어서 번역하기에 매우 까다로운 작품을(…)한국어 번역본까지 참고해 가며 번역한 역자의 노고”를 높이 평가했다. 6일 낮 서울 시내 광화문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진은영 시인은 “이번 시집은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많이 포기하고 어떤 의미에서는 내가 잘 못하는 것을 많이 시도해 본 경우”라며 “그나마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의 흔적 덕분에 수상하게 된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하루의 단 몇 시간을 시간 배경으로 삼아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에 오가는 대화와 심리 묘사를 통해 현대 사회의 물신화한 관계를 비판하는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에 대해 김숨 작가는 “원래 침이라는 분비물을 소재로 단편을 써 보려 하다가 분량이 길어져 장편이 되었다”고 소개했다. <칼집 속에 아버지>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복수를 하고자 길을 나선 무사를 주인공으로 삼은 작품이다. 작가 고씨는 “현실의 문제를 말하려는데 현실로만 접근해서는 쉽지 않아 신화적·환상적 장치를 동원했다”며 “싸움에 나서는 이를 등장시켜 이 시대에 존중 받는 싸움꾼의 삶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려 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번역 부문 수상자 최양희씨는 한국 문학 초창기의 평론가 겸 영문학자 최재서(1908∼1964)의 차녀로 오스트레일리아국립대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오스트레일리아에 거주하고 있는 그는 이날 간담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제21회 대산문학상 시상식은 12월3일 오후 6시30분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회관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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