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개미>의 한국어판 출간 20주년과 신작 <제3인류> 출간에 맞추어 방한한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15일 낮 서울 중구 정동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신작 들고 한국 온 베르베르
“한국 제2 조국, 후반부 언급 늘것”
“한국 제2 조국, 후반부 언급 늘것”
<개미>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한국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외국 작가로 꼽힌다. 1993년 <개미> 한국어판이 출간된 이래 최신작 <제3인류>까지 그의 거의 모든 작품이 한국어로 번역되어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2010년에는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만나고 싶은 외국 작가’ 1위로 뽑혀 서울도서전에 공식 초청되기도 했다.
<개미> 출간 20주년을 맞아 베르베르가 14일 다시 한국을 찾았다. 베스트셀러 최상위권에 올라 있는 신작 <제3인류>의 홍보를 겸한 이번 방한은 20일까지 이어진다. 방한 이틀째인 15일 낮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기자회견을 마련한 베르베르는 “한국은 나의 제2 조국”이라는 말로 한국 독자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했다.
“예전에는 우리가 진화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였지만 지금은 진화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제 소설 <제3인류>의 주제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바로 이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형태의 진화여야 할까요. 더 여성화하고 더 작아지며 사회적 연대가 강해지는 쪽이 진화의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제3인류>의 두 주인공이 생각하고 실천하는 진화의 방향도 바로 그런 것입니다.”
<제3인류>는 전염병과 핵발전소 사고 등으로 위기에 닥친 인류가 현존 인류의 10분의 1 크기인 초소형 인간을 탄생시켜 그에 대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한국어판으로는 2권까지 나와 있으며 내년 초에 3권과 4권이 나오는 것을 비롯해 모두 7~8권으로 완간될 예정인 대형 프로젝트다.
“진화의 방향을 스스로 택할 수 있다는 것은 지금 인류의 큰 행운이지만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도 느껴야 하는 상황입니다. 과거 인류가 삶에서의 모험과 지성의 모험을 거쳐 왔다면 이제 우리는 양심의 모험이라는 문제에 닥쳐 있습니다. 미래 인류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할지의 문제 말입니다. 사실 지금 인류는 남성화·대형화하고 이기적 경향도 커진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 상태가 몇 세기 이어진 뒤에는 여성화, 소형화, 연대감 증진 쪽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베르베르는 인간 종의 소형화와 더 나아가 태생(胎生)이 아닌 난생(卵生)으로의 진화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자신은 과학기자 출신이며 그가 소설에서 그리는 상황은 모두 과학적 사실에 근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 소설이 프랑스보다 한국에서 더 좋은 반응을 얻는 것은 한국이 그만큼 젊고 역동적이며 미래지향적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3인류> 한국어판 1·2권에도 한국에 관한 언급이 나오지만, 앞으로 쓸 뒷부분에서는 한국의 비중을 더 크게 할 생각입니다. 한국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죠.”
한국에 머무는 동안 베르베르는 16일 오후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팬 사인회를 열고 17일 오후 경희대에서 강연회를 마련하며 19일 저녁에는 애독자 60명과 밥을 같이 먹으며 밀착된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방한에 맞추어 그의 전자책 전집 역시 출시되었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