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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30인의 삶에 대한 따뜻한 기록

등록 2013-11-17 20:06

다른 길이 있다
김두식 인터뷰
한겨레출판·1만6000원
“김 교수도 이제 옛날 일은 잊어버리고, 지금 어떻게 사는지를 중심으로 사람을 판단하면 좋겠어요.” 1985년 서울대 총여학생회장, 1987년 구로공단 여공을 거쳐 1990년대 <문화방송> 프로그램 <이제는 말할 수 있다>의 작가를 했던 이진순 전 올드도미니언대 교수(언론학 박사)는 지난 5월 자신을 인터뷰하는 상대에게 이렇게 다그쳤다. “그래도 저는 우리 세대의 정통성이 1980년대에 고시, 유학, 취업을 준비한 저 같은 사람이 아니라 민주화 운동에 헌신한 사람들에게 있다고 생각한다”는 질문 같은 읊조림에 대한 응답이었다.

인터뷰가 이렇게 허심탄회하다. 질문을 한 사람도, 질문을 받은 사람도 같은 시대를 걸어온 사람으로서 서로 진솔하게 대했다. 인터뷰어는 “떠들썩한 모임이나 겉도는 대화는 질색”이라는 김두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다. 인터뷰당할 일이 더 많을 대학교수가 인터뷰를 하겠다고 나선 것은 지난해 1월. 그 뒤 1년4개월 동안 2주일에 한 번씩 사람을 찾아 나섰다. 그 험난한 여정을 <한겨레> 토요판에 연재했고 결과물을 추려 책으로 묶었다.

연재 당시 꼭지 이름은 ‘김두식의 고백’이었다. 인터뷰 기사를 읽어 보면 눈치챌 일이다. 이 기사들은, 누군가의 질문에 욱여맞춘 답안의 향연이라기보다는, 고백에 가깝다. 김두식 교수를 인터뷰라는 고된 노동에 끌어들인 고경태 <한겨레> 토요판 에디터는 책머리에 “사람에 대한 직관과 애정으로 읽는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물들인 김두식표 인터뷰”라고 소개했다.

정신과 전문의이자 고문 피해자와 해고 노동자들을 위한 ‘치유’의 대명사 정혜신 마인드프리즘 대표는 남편인 이명수 심리기획자와 함께 나와 ‘섹스의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했다. 표현의 자유를 위한 토론을 위해서라면 인터넷에 음란물로 삭제됐던 성기 사진을 다시 올려 논란의 중심이 되는 일조차 꺼리지 않는 강인한 이미지의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누나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쏟았다.

성매매가 범죄라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굳게 믿는 것에 대해서 한 번쯤 물음표를 던져보라”고 말하는 20대 ‘성노동자’ 김연희씨의 인터뷰는 소재 자체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고3 때 가출해 서울과 경기도의 집창촌을 거쳐 안마시술소에서 일하게 된 과정, 해외 성노동자들의 시위 현장부터 한진·쌍용차·현대차 투쟁 현장까지 노동자로서 연대하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묻는 사람도, 답하는 사람도 담담하고 솔직하게 풀어놔 더 인상적이다.

이밖에도 고종석, 유시민, 윤태호, 고미숙, 신대철, 변영주, 공지영, 하종강, 이상호, 박노자 등 30명의 이야기가 책에 담겼다. 김두식 교수는 이들 30명에 대해 “예외 없이 인생의 어느 시점에선가 막다른 골목에 부딪혔던 이들”이라며 “그들이 들려준 보석 같은 이야기의 최대 수혜자는 바로 저”라고 말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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