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언호 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
김언호 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
지식인 기증·재고책 등 백만권 모아
내년 5월 파주에 도서관 열 계획
넉넉한 독서공간·저자 소통 기획도
“젊은층 독서력·지력 저하 매우 심각
독서환경 조성이 문화복지의 기본”
지식인 기증·재고책 등 백만권 모아
내년 5월 파주에 도서관 열 계획
넉넉한 독서공간·저자 소통 기획도
“젊은층 독서력·지력 저하 매우 심각
독서환경 조성이 문화복지의 기본”
100만권의 장서, 3000평이 넘는 서가 및 독서 공간, 24시간 무료 개방, 원로 학자 등 개인과 출판사·서점 등 기증자별 서재식 장서 배치, 강의와 토론, 다양한 놀이와 휴식.
출판도시 파주에 내년 5월 새로운 개념의 대형 도서관 ‘지혜의 숲’이 등장한다.
“이미 장서 30만권을 확보했다. 원로 지식인과 학자·교수들이 평생 연구하고 읽은 책들, 출판사와 서점의 기증본들을 받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대만 등의 지식인과 출판계도 책을 보내주겠다고 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1만5000권을 가져가라고 연락해온 사람도 있다. 옮겨 오는 데 15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는데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 12월 말까지 서가 디자인을 마무리하고 내년 1~2월까진 서가와 책상, 테이블 등의 설치 작업을 끝낼 예정이다. 그리고 3~4월에 책을 서가에 꽂고 5월1일 어린이 책 축제 개막일에 맞춰 문을 연다.”
김언호(사진) 파주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은 27일 “장서 100만권을 갖춘 3000평 규모의 도서관을 새로 마련하려면 적어도 500억원 넘는 돈이 들어가지만 ‘지혜의 숲’은 20억원밖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그 비결은 기존 시설물의 공간을 활용하고 장서 또한 기증 방식으로 확보하며, 인력도 상당 부분 자원봉사로 충당하는 것이다. “이미 있는 파주출판도시의 중심 공간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건물과 숙박시설을 갖춘 지식연수원 지지향의 널따란 공간을 활용한다. 이것은 지금 함부로 버려지고 있는 인류의 정신·문화유산인 종이책을 보호·보존하는 새 개념의 리사이클링(재활용)운동이며, 또한 국민 독서운동이기도 하다.” 전자책 보관시설은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는 “종이책으로 독서훈련을 쌓지 않으면 전자책도 못 읽는다”며 시장 점유율이 2%에 불과할 정도로 저조한 전자책 판매 부진의 원인도 종이책을 읽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이사장은 “대형 서점이나 출판사들이 귀중한 재고본들을 물에 불려 해체하거나, 당인리 화력발전소 땔감으로 무더기 처분하고 있다”며 그런 책들이 “그냥 버려도 좋을 싸구려 책이 아니다”고 했다. “정성스레 만든 좋은 책이고, 그중엔 비싼 값에 수입한 고품질의 다양한 외서도 수두룩하다. 요즘엔 정년퇴임하는 교수나 은퇴한 연구자들의 손때 묻은 장서 수천권을 받아줄 데가 없어 당사자들 고민이 크다. 이는 커다란 사회적 손실이다. 지혜의 숲은 그런 책을 받아 기증자별 서가를 만들 생각이다. 수백개의 독특한 서재들이 만들어지는 셈이 된다. 출판사·서점의 기증도 무더기 재고본 처리 식이 되지 않게 품질과 기증 권수를 적절히 조정·제한하게 될 것이다.”
김 이사장은 지혜의 숲이 단지 책을 읽는 공간이 아니라 기증자들이 이용자들에게 직접 자기 책 또는 전공에 대해 설명하고 대화·토론하는 ‘인문교양대학’ 기능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는 그런 공간을 파주만이 아니라 전국 곳곳에 만들 수 있다며, 실제로 몇몇 지역에서 그런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그는 교양서 위주의 생활공간 주변 작은 도서관도 필요하지만 대형 도서관이 아니면 소장할 수 없는 ‘꼭 필요한 책들’을 위한 공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래전부터 그런 생각을 해오다가 올봄 파주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을 맡게 되면서 이를 본격 추진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지금이 어쩌면 종이책 문화 사멸에 저항할 수 있는 최후의 시기일지 모른다”는 절박감도 작용했다. “정말 너무 책을 읽지 않는다. 최근 1~2년의 독서인구 감소 추세는 예전과는 차원이 다르다. 37년째 책을 만들고 있지만 요즘처럼 절망적인 때가 없었다. 독서인구 감소는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우리나라는 일본 등 이웃 나라들과 비교해봐도 훨씬 더 심하다. 특히 젊은이들의 독서력 저하와 지력 저하가 심각하다. 10년 뒤는 몰라도 20년, 30년 뒤엔 반드시 끔찍한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다.”
김 이사장은 “책 읽기는 습관이며, 독서근육이 필요하다”며 “어른들, 그리고 정부나 국가가 해야 할 중요한 일 중의 하나가 바로 그런 습관과 근육을 길러주는 것, 즉 독서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고 그게 또한 보편적 문화복지의 기본”이라고 했다. 글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