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락또르와 까츄사들>
인문사회연·경상북도, 현지답사
‘뜨락또르와 카츄사들’ 출간
강제이주된 20명 구술생애사
‘뜨락또르와 카츄사들’ 출간
강제이주된 20명 구술생애사
1937년 9월1일 소련의 연해주 지역에 살던 고려인들은 스탈린의 강제이주 정책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추방된다. 중-일 전쟁으로 만주 지역의 주도권이 서서히 일본으로 넘어가면서 고려인들이 일본 편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고려인들의 강제이주는 그해 10월3일까지 계속됐다. 연해주 지역에 살던 고려인 17만여명이 화물열차에 실려 우즈베키스탄(7만6000명)과 카자흐스탄(9만5000여명)으로 이송됐다. 무려 6000㎞나 되는 거리였다. 여름에는 40도까지 오르고, 겨울에는 영하 40도까지 내려가는 척박한 땅이었다.
이렇게 우즈베키스탄으로 강제이주됐던 고려인들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이들의 구술 생애사가 담긴 스토리북 <뜨락또르와 까츄사들>(사진)이 최근 출간됐다. ‘뜨락또르’는 트랙터란 뜻이고 ‘까츄사’는 러시아에서 흔한 여성 이름인 예카테리나의 애칭 ‘카추샤’를 가리킨다. 강제이주 이후 험난한 개척 시절을 보낸 고려인을 상징하는 의미의 책 제목이다.
이 책은 사단법인 인문사회연구소와 경북도가 함께 추진하고 있는 ‘경북의 혼을 찾아 떠나는 신 실크로드-해외동포 정체성 찾기 사업’의 하나다. 지난 5월 우즈베키스탄 현지 답사를 통해 제작됐다. 답사팀이 만난 고려인 60여명 가운데 20여명의 이야기가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한금선씨의 사진들과 함께 실렸다. 부제는 ‘3개의 조국 사이에선 이방인’이다.
현재 우즈베키스탄에 살고 있는 고려인들은 이주 1.5세대~4세대다. 1937년 강제이주 당시 10살도 채 되지 않았던 아이들이 지금은 가장 나이가 많은 1.5세대다. 고려인들 가운데 유일하게 이 1.5세대만 함경북도 방언을 기반으로 한 사투리, 즉 고려말을 사용하고 있다. 답사팀이 현지에 갔을 때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난 뒤에야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지금의 한국말과는 차이가 있다고 한다. 2세대부터는 소련이나 러시아식 교육을 받고 성장해 고려말을 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고 한다.
현지에 다녀온 김미현 인문사회연구소 연구원은 “강제이주됐던 고려인 개개인의 삶의 이야기이자 당시 역사가 담긴 생애 구술사 스토리북이다. 우선 비매품으로 공공기관에만 배포하는데 앞으로 출판할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대구/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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