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기억과 공생의 조건’ 학술회의
2일 오후에 열린 주제별 포럼 가운데는 ‘역사의 기억과 공생의 조건’을 주제로 한 동아시아 지식인들의 학술회의도 있었다.
동아시아 공생의 미래를 모색하는 이 자리에서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 교수는 “동아시아 공동체는 우리 앞에 제기된 시대적 과제이자 현실에 뿌리를 둔 유토피아”라고 말했다. 특히 와다 교수는 동아시아 공동체에 대한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했다.
분단·전쟁 위기 한국이 ‘공동의 집’ 중심점 돼야
그는 심포지엄 발표에서 “동북아 공동의 집, 또는 동아시아 공동체라는 지역 협력에는 반드시 ‘중심’이 필요하다”며 “분단의 역사와 전쟁의 위기를 안고 있는 나라야말로 그 중심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반도의 평화·화해·협력이 동북아의 평화·화해·협력과 직결되며 이를 선도하는 것임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침략과 억압, 분쟁과 갈등의 역사를 품고 있으면서도 평화와 민주주의의 미래를 어느 나라보다 앞서 개척하고 있는 한국이 동아시아 공동체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은실 이화여대 교수는 동아시아 공존의 미래를 개척할 ‘주체’와 ‘경계’의 문제를 제기했다. 김 교수는 “동아시아 공존의 ‘방식’에 대한 논의보다는 누가 누구와 공생할 것인가, 그리고 그 구체적 개인·집단간의 갈등은 무엇인가를 드러내는 것이 논의의 시작”이라고 짚었다.
특히 90년대 이후 동아시아 연대를 염두에 둔 각국 지식인들의 모임에서 ‘주체’를 둘러싼 불협화음이 발생했음을 지적하면서, “(그동안의 노력은) 새로운 담론 공동체 또는 공공 영역 구축보다는, 민족과 국가가 아시아인들의 역사와 기억을 주조한 경계임을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의 해법은 민족/국가를 가로지르는 다양한 주체의 형성이다. 그는 젠더와 섹슈얼리티 등을 포함해 “기억과 삶의 온전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다양한 시민적 공간이 민족/국가의 경계를 횡단하며 만들어지고 있다”는 데 기대를 건다.
자오궈바오 전 베이징대 교수는 “서유럽이 ‘양호한 공생’을 유지하는 원인은 각 나라 민중 사이의 민주적 자유나 평등한 박애 관계에 있다”며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각국의 정치적 민주화가 동아시아 평화공생을 실현하는 조건”이라고 말했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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