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3일 교양 잠깐독서
욕망하는 여자
대니얼 버그너 지음, 김학영 옮김
메디치미디어·1만4500원
욕망하는 여자
대니얼 버그너 지음, 김학영 옮김
메디치미디어·1만4500원
“알몸의 남자가 해변으로 걸어온다. 역삼각형 모양의 등과 탄탄한 허벅지, 굴곡진 복근. 이번에는 보노보 암수 한 쌍이 풀이 무성한 들판에서 어슬렁거린다. 갑자기 암컷 보노보가 두 다리를 벌리고 드러눕는다.”
성과학자 메러디스 시버스는 실험에 참가한 여성들의 질 내에 혈류측정기를 삽입한 뒤 90초짜리 짧은 포르노그래피를 여러개 보여주고 그 수치를 측정했다. 여성들은 탄탄한 남성의 알몸이 그들을 더 흥분시켰다고 응답했으나, 그들의 몸은 그것이 거짓말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성애자든 동성애자든 실험에 참가한 모든 여성들은 해변을 걷고 있는 조각 같은 알몸 남자보다는 보노보의 교미 장면에 더 흥분했던 것이다. 과학저술가인 지은이는 “남자는 동물에 가까워서 쉽게 성욕이 일지만, 여자는 친한 감정이 생겨야 섹스를 하고 싶다”는 통념은 남성 위주의 문화 속에서 주입된 거짓이라고 말한다. 여성의 성욕은 그간의 문화와 훈육 때문에 과소평가되어 왔고 스스로도 욕망을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임상실험에서 남성이 여성의 자극적 영상에 주로 반응했던 것에 반해 여성은 이성애는 물론 동성애와 보노보의 섹스까지 다양한 영상에 흥분했다. 여성들과의 심층 인터뷰와 방대한 연구자료를 토대로 지은이는 주장한다. 여성의 성욕은 잡식성이다. 책은 눈으로 측정하기 어려운 여성의 욕망에 주목하며 그 진실을 과감히 파헤친다. “여자는 무엇을 원하는가.” 이 책의 원제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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