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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마침내 오고야 말 미래의 주체

등록 2014-01-12 20:10

1월 13일 교양 잠깐독서

도래하는 공동체
조르조 아감벤 지음, 이경진 옮김
꾸리에·1만7000원
“배제된 이들은 우리 사회의 밑바닥도, 변방도, 소외된 것도 아니다. … 착취를 당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내쫓겼다. 그들은 이제 버려져야 할 찌꺼기 취급을 받고 있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권고문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교황이 언급한 ‘배제된 찌꺼기’는, 가이 스탠딩 영국 런던대학 교수가 지목한 ‘프레카리아트’(불안정 노동계급)와 맞닿아 있다. 2013년 말 한국 땅에서 ‘안녕들 하시냐’고 묻고 나선 ‘잉여’들과도 닮았다. 이탈리아 정치철학자 조르조 아감벤은 <도래하는 공동체>에서 이들을 “모든 정체성을 박탈당한 트릭스터나 게으름뱅이, 조수, 만화 속 인물들”이라고 표현했다.

아감벤이 이 책을 낸 것은 1990년이다. 현실 사회주의 체제가 무너진 황량한 벌판에서, 그는 다가올 미래를 천연히 읊었다. 그가 1995년부터 펴내고 있는 <호모 사케르> 연작은, 그 ‘마침내 오고야 말 미래’에 인간의 얼굴을 입힌 것이다. ‘호모 사케르’는 라틴어로 성스러운 또는 저주받은 사람이란 뜻이다.

“신이 그들을 잊은 것이 아니라 일찍이 그들이 신을 잊었다. 그들은 선택받은 자들처럼 복에 겹지도 않고 저주받은 자들처럼 절망하지도 않는다.” 아감벤은 다가올 미래 공동체를 만들어 갈 주체를 이렇게 표현했다. 또 “마지막 심판의 날, 그 이튿날 새벽에 만회 불가능한 서광이 쏟아진다. 그런데 최후의 날 이후에 지상에서 개시되는 삶은 순전히 인간적인 삶”이라고 내다봤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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