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7일 출판 잠깐독서
쿠쉬나메
이희수, 다르유시 아크바르자데 지음
청아출판사·1만5000원
쿠쉬나메
이희수, 다르유시 아크바르자데 지음
청아출판사·1만5000원
“아랍 왕의 폭압에 못 이긴 페르시아 왕자 아비틴은 일족을 이끌고 중국(마친)으로, 중국에서 다시 신라(바실라)로 건너오게 된다. 아비틴은 신라를 도와 중국과의 전쟁에서 크게 승리하고, 신라의 왕 태후르의 딸 프라랑 공주와 결혼하여 페르시아의 영웅 페리둔을 낳는다.” 이 책, 쿠쉬나메가 담고 있는 이야기다.
‘쿠쉬’는 중심 인물의 이름이며, ‘나메’는 책이라는 뜻으로 ‘쿠쉬의 책’이라는 의미이다. 이 서사시는 수백년간 구전되다 11세기에 필사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런 자료에서 신라와의 관계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은 놀랍고 흥미롭다. “한마디로 기적이었다.” 이슬람 문화 전문가인 지은이 이희수 한양대 교수는 2009년 쿠쉬나메의 ‘발견’을 ‘한국-이슬람 교류사’에 30년 만에 찾아온 행운이며 쾌거였다고 밝힌다. 이 자료는 고대 신라의 숨겨진 모습을 엿볼 기회를 제공한다. 전체 800여쪽 중 500여쪽에서 신라(Basilla)를 언급하고 있다. 신라는 ‘선녀로 가득 찬 낙원’으로 묘사되며 신라 왕의 환대와 협력, 중국과의 전쟁 등도 그려진다. 구전 서사시를 역사적 사실로 인정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신라 헌강왕 때 울산에 도착한 이방인 ‘처용’의 외양이 이국적이었으며 아라비아 상인으로 추측되는 것을 떠올리면 페르시아와 신라의 정치·문화적 교류를 추측하게 한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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