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7일 교양 잠깐독서
현대 중국의 건설자 덩샤오핑 평전
에즈라 보걸 지음, 심규호·유소영 옮김
민음사·5만원
현대 중국의 건설자 덩샤오핑 평전
에즈라 보걸 지음, 심규호·유소영 옮김
민음사·5만원
1992년 1월17일. 88살 덩샤오핑이 전용열차를 타고 베이징역을 떠날 때만 해도 당 간부들은 그저 가족여행으로만 생각했다. 중국 굴기의 역사적 장면으로 남은 ‘남순강화’의 시작일 줄은 아무도 몰랐다. 그는 광둥성 선전에 도착해 “선전의 발전은 우리의 경제특구 정책이 정확하다는 걸 증명한다”고 했다. 20년이 지난 2012년 12월.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가 첫 지방시찰지로 선전을 찾은 것은 덩샤오핑이 정초한 개혁개방의 방향을 계승하겠다는 의지였다. 마오쩌둥이 “작은 불씨가 넓은 들판을 태울 수 있다”는 말로 중국 혁명에 불을 놓았다면, 덩샤오핑은 이 불씨를 개혁개방으로 옮겨 놓은 셈이다.
지은이는 미국의 동아시아 전문가 에즈라 보걸 하버드대 명예교수다. 그는 방대한 기록과 덩샤오핑 가족, 당 간부, 덩샤오핑을 상대했던 외국 지도자들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중국 개혁개방의 아버지가 된 덩샤오핑의 면모를 1116쪽 분량에 직조했다. 프랑스 유학을 간 16살 덩샤오핑과 저우언라이의 만남, 마오쩌둥에게 세 번 내쳐지고, 세 번 살아나는 장면들이 두툼한 팩트와 해설이 붙어 생생하다. 옮긴이 말처럼 “지은이의 아시아인에 대한 관념”이나 “국가 발전 척도를 경제발전에만 두는” 것은 껄끄럽다. 보걸은 미-일 동맹 강화의 이데올로그이기도 하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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