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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제주로 간 신부, 평화를 외치다

등록 2014-02-02 20:37수정 2014-02-02 20:42

<기억하라, 연대하라> 강우일 지음. 삼인·1만2000원
<기억하라, 연대하라> 강우일 지음. 삼인·1만2000원
기억하라, 연대하라
강우일 지음
삼인·1만2000원

“국가의 이름으로 행동하는 사람들, 국가의 안보를 걱정하면서 일한다는 사람들이 행하는 일들, 그들이 말하는 국가의 정책이 국민들의 동의나 공감대 속에서 집행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만을, 그러니까 지배층의 소수 권력자들만을 위한 것인 경우가 많습니다. … 그런데도 국가가 하는 일이라고 해서 우리 모두가 훼손할 수 없는 절대적인 가치로 받아들이는 것은, 너무 소박한 생각이 아닐까요.”

지난해 5월22일 저녁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이자 제주교구 교구장인 강우일(68) 주교가 청중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인권연대의 ‘수요대화모임’ 100번째를 맞아 마련된 강연이었다. “연대를 하러 서울에 왔다”는 강 주교는 이날 “평화에 대해 같이 생각하고 싶다”고 말했다. 홀로코스트와 제주 4·3, 강정마을 해군기지 문제를 넘나드는 발언은 거침없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조용히 강연을 기록으로 남겼다.

<기억하라, 연대하라>는 그날의 강연을 수록한 책이다. 강연과 질의·응답이 책의 3분의 1이고 나머지는 오창익 사무국장이 강 주교에 대해 쓴 글과 강 주교가 직접 쓴 여러 글로 채웠다. 오 사무국장은 “김수환 추기경, 법정 스님, 리영희 선생의 공백이 크지만, 다행히 그 공백은 강우일 주교에 의해 잘 메워지고 있다”고 평가하며 “왜 이런 분이 진작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을까?”라고 한탄했다.

강 주교는 1974년 사제 서품을 받고 신부가 되었지만 “젊은 시절 활발한 사회참여를 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1977년부터 21년 동안 김수환 추기경을 보좌하는 구실에만 충실했다. 목소리를 낸 것은 2002년 그가 제주교구 교구장에 임명된 뒤부터다.

2007년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계획이 발표된 뒤 가장 빠르고 단호하게 반대 운동에 나선 곳이 강우일 주교가 이끄는 천주교 제주교구였다. “4·3이라는 끔찍한 일을 저질러 놓고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버적버적 군홧발로 들어와서 해군기지를 건설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3만여명의 무고한 희생자의 죽음을 무위로 돌리는 것”이라고 그는 분노했다.

강 주교는 힘들어하는 이들과 함께하고자 끊임없이 공부한다. 책에 실린 그의 글인 ‘구제역 사태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성찰’, ‘북한의 위협’, ‘땅은 누구의 것인가?’를 보면 그의 태도를 알 수 있다. “내 시력이, 내 귀가 닿는 데까지 보고 들으면서 뭐라도 해야 예수님 제자라는 시늉이라도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강 주교는 강연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냐”고 묻는 20대 젊은이에게 이렇게 답했다. “어떨 때 보면 세상은 요지부동이기만 한 것 같지만, 그래서 쉽게 바뀌지 않을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만약 세상이 바뀌는 변화가 있었다면, 그것은 함께 생각하고, 함께 꿈꾸는 사람들이 서로 연대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바로 연대입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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