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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베트남에서 출발해 ‘백 개의 아시아’에 이르다

등록 2014-02-09 21:02

아시아의 이야기 100개를 수집해 책으로 낸 소설가 김남일(오른쪽)과 방현석. “그리스·로마 신화만 좇을게 아니라 아시아의 넓고 깊은 서사의 세계를 맛보라고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시아 제공
아시아의 이야기 100개를 수집해 책으로 낸 소설가 김남일(오른쪽)과 방현석. “그리스·로마 신화만 좇을게 아니라 아시아의 넓고 깊은 서사의 세계를 맛보라고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시아 제공
20년 매달린 ‘아시아’ 화두 정리
신화·설화·서사시·민담 100개 묶어
위계에 맞선 수평적 세계관 담겨
<백 개의 아시아 1, 2>
<백 개의 아시아 1, 2>
백 개의 아시아 1, 2
김남일·방현석 지음
아시아·1권 1만6800원, 2권 1만5800원

해외여행 자유화 덕분에 베트남을 다녀오고 뜻이 맞는 동료들과 함께 ‘베트남을 이해하려는 젊은 작가들의 모임’을 만든 게 1994년. 당시 30대 중반 풋풋한 청춘이었던 김남일과 방현석은 이제 더는 젊음을 내세우기 어려운 나이가 되었다. 그럼에도 두 작가는 자신들의 책 <백 개의 아시아>의 출발이 20년 전 ‘베트남 작가 모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말한다.

“베트남 작가 모임을 통해 경험이 쌓이면서 사단법인 ‘아시아문화네트워크’를 만들고, 한국어와 영어로 함께 표기하는 계간 문예지 <아시아>를 창간했으며, 아시아 문학 작품을 번역 출간하는 ‘아시아 문학선’을 내는 한편, 광주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의 지원을 받아 아시아 이야기를 발굴 조사하는 작업을 5년 정도 벌였습니다. 이 책은 그렇게 수집된 이야기 수천개 중에서 100개를 고른 것입니다.”(방현석)

“개인적으로 2010년 6월에 위암 수술을 받고 난 뒤 1년 정도는 거의 책을 읽지 못했어요. 그러다가 어느 정도 기운을 차리게 되자 지난 20년 동안 매달려 온 아시아라는 화두를 정리해야겠다는 조급함이 느껴지더군요. 그래서 그때까지 국내에 번역된 아시아 문학 작품을 찾아 읽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적었어요. 우리가 일을 잘 못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요. 이 책은 그런 반성에서 비롯되었습니다.”(김남일)

지난 5일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마련한 김남일과 방현석은 아시아의 이야기가 지닌 폭과 깊이를 시종 힘주어 강조했다. <백 개의 아시아>는 방글라데시의 우유 배달부 이야기에서부터 몽골의 눈먼 이야기꾼까지 100개의 이야기를 요약 소개하고 설명을 곁들인 책이다. 신화와 설화, 서사시, 민담 등을 ‘이야기’의 범주로 한데 묶었다. 바리공주, 처용, 아기장수 같은 우리네 이야기도 있고 이슬람 세계의 괴짜 현자 나스레딘 호자 이야기와 인도의 대서사시 <마하바라타>와 <라마야나>, 아랍 동물우화집 <칼릴라와 딤나>, 티베트와 몽골 영웅 서사시 <게세르>처럼 비교적 잘 알려진 이야기도 있지만 보통 독자들에게는 생소할 법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백 개의 아시아’라는 책 제목은 아시아의 이야기 100개를 모았다는 뜻 말고 또 다른 의미심장한 취지를 담고 있다.

“8년 전 <아시아>를 창간하면서 우리는 잡지를 통해 ‘아시아적 가치’를 구현하겠다는 기치를 내걸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보니 아시아는 하나로 규정할 수가 없는 대상이었습니다. 오히려 아시아는 서로 어떻게 다른가, 어떻게 다른 가치와 문화 속에서 성장했고 어떤 다른 길을 향해 가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천개 만개의 아시아로 가는 100개의 관문인 셈입니다.”(방)

그렇게 서로 다르다는 점 말고도 아시아의 이야기에서 얻어야 할 소중한 교훈이 있다. 주류적 가치 또는 수직적 위계질서에 반하는 비주류적·수평적 세계관이다. 가령 방글라데시의 소수민족 산탈족 창세신화에서는 가장 강력한 신인 지우가 혼자 힘으로 세상을 창조하지 못하고 지렁이와 거북이, 악어, 게 같은 동물들의 도움을 받아서 비로소 천지 창조에 성공한다.

남성적 영웅시로 가득 찬 대다수의 창조 신화에 도전장을 내미는 이 이야기가 소수 민족 산탈족이 “창조적 소수자의 위치로 초월할 가능성을 스스로 열어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지은이들은 해석한다.

두 작가는 “여기 수집된 이야기들을 좀더 일찍 알았더라면 우리 두 사람의 소설도 한결 자유롭고 풍요로운 상상력으로 열렸을 것”이라며 “최근 서사가 빈약하다는 지적을 듣는 소설가들을 비롯해 서사의 영역에서 창조적 작업을 하는 이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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