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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세상을 바꾸는 세계 좌파 정치’ 탐구

등록 2014-02-09 21:40수정 2014-02-09 21:46

레프트 사이드 스토리
장석준 지음
개마고원 펴냄·1만5000원
홍길동이 ‘홍길동’이 된 사연이 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했다. 불허된 호부호형은, 홍길동을 ‘홍길동’으로 만든 존재론적 모순이다. 한국의 ‘좌파’는 홍길동을 닮았다.

“‘좌파’는 한국 사회에서 아직도 낯선 말이다. 분단 체제 아래서 이 말은 권력자들이 반대파를 공격하는 욕 비슷한 것으로 통용됐다. 그래서 다른 나라라면 ‘좌파’라 불렸을 정치 세력조차 스스로 ‘좌파’라 칭하는 것을 꺼리곤 했다. 2004년 국회에 제3당으로 등원한 민주노동당도 그랬다. 보편적 기준으로는 ‘좌파정당’이었지만 그보다는 ‘진보정당’이라 부르는 편을 선호했다.”

장석준 노동당 부대표가 ‘세계의 좌파는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있나’란 부제로 새 책을 내놨다. <사회주의>, <적록서재> 등에 이어 좌파 정치에 천착해 내놓은 다섯 번째 책이다. 오른쪽으로 한참이나 기울어진 사회에서, 이만큼 다양한 ‘왼쪽 세상’ 얘기를 모아 듣기도 쉽지 않다. 레너드 번스타인의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서 빌려온 제목은 좌파 인터넷 매체 <레디앙>의 이광호 대표가 지었다.

꾹꾹 눌러쓴 30개 꼭지를 경제위기에 맞서는 좌파들, 좌파의 재구성, 새로운 좌파정치의 발걸음이란 세가지 주제로 나눴다. 그리스·인도·우루과이 등 지구촌 모든 대륙의 25개 나라 좌파 정치세력의 변혁을 위한 몸부림을 담아냈다. 여기에 유럽 좌파, 생태사회주의, 급진 좌파 등의 주제별 고민을 얹었다. 포털 검색만으론 얻기 힘든 정보를 접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진보신당을 거쳐 노동당에 이르기까지, 지은이가 오로지해 온 ‘좌파 정치’에 대한 사색과 고민이 녹아 있다. 다시 왜 ‘좌파’냐고? 지은이는 “대항-대안 세력 없는 변화는 없다”는 정답을 되뇐다. 기억하자. 2차 대전 이후 이른바 ‘신자유주의’가 다수 서민의 삶을 갉아먹기 전까지, 인류가 이룬 ‘복지국가’와 ‘제3세계 해방’이란 값진 성과는 ‘좌파 세력의 세계적인 합작품’이다.

그래서다. “1987년 이후 계속 그래 왔으며, 지금도 그렇다. 좌파는 대체로 자유주의 세력(중도우파)의 집권을 위한 동원 대상이거나 잘해봐야 그 하위 파트너 정도로 치부됐다”는 지은이의 말이 뼈아프다. 어디서 다시 시작할까? 지은이는 다가오는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푸릇한 대학생 시절부터 20년 이상 ‘이론가’로 살아온 그의 첫 공직 출마다. 그는 지난 6일 <한겨레>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한국만 힘든 게 아니다. 세계적으로 지난 세기의 낡은 껍데기를 벗으려는 좌파의 노력이 공통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실패한 경우도 있고,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길을 찾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그러니 너무 외롭다거나, 억울해할 것은 없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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