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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초등생 그림자가 하나둘 사라진 까닭

등록 2014-02-16 19:54

그림 웅진주니어 제공
그림 웅진주니어 제공
마음껏 뛰어놀고 싶은데
공부에 갇혀 지내는 아이들
자유를 갈구하는 내심 표출

그림자 도둑

임제다 글, 배현정 그림
웅진주니어·9000원

책은 평범해서 지루하기까지 한 초등학교 등굣길 풍경으로 시작한다. 엄마가 운전하는 차에서 내린 아이들은 교문 앞에 서 있는 선생님께 인사를 한다. 학교 끝나고 야구 하자는 친구의 말에 “학원 가야 해”라고 거절하는 아이의 표정도 어제와 같다. 이 풍경이 너무 재미없어서 말썽꾸러기 대호는 일부러 인사를 “안녕하세에에”라고 한다. 그마저도 몇 번 하니 재미없긴 마찬가지다.

그런 아침에 갑자기 상아의 그림자가 사라졌다. “너 귀신이지?”라고 놀리는 대호의 말에 상아는 울음을 터뜨렸다. 공부 잘하고 예쁜 상아의 그림자가 사라지자 학교가 술렁였다. 다음날에는 또 전교 최고 우등생인 현이의 그림자가 사라졌다. “귀신이래요! 공부만 하다가 귀신이 됐대요!” 대호의 놀림에 현이도 울음을 터뜨렸다.

아이들의 그림자가 사라지는 사건이 이어지자 부모들은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여 아이를 보호한다. 학교에 보내지 않고 밤에 잘 때 불도 끄지 않는다. 그래도 공부가 뒤처지면 안 되므로 붙잡아놓고 공부를 시킨다. 아이들은 꼼짝없이 집에 갇히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말썽꾸러기 대호의 그림자마저 사라진다.

그림자는 누가 훔쳐간 것일까. 그림자가 사라진 아이들을 놀리다가 졸지에 그림자 도둑으로 몰린 대호는 궁리한다. 대호의 추리가 시작되고 이야기는 마치 추리소설처럼 전개된다. 추적 기간이 그리 길지 않아 긴장감은 다소 떨어지지만 사건 자체가 특이하다 보니 호기심을 강하게 불러일으키는 구조다.

착하고 공부 잘하는 아이들의 그림자들과 말썽꾸러기 대호 그림자의 공통점은 무엇이었을까. 알고 보니 이 그림자들은 모두 주인들의 생활에 불만이 있었다. “우리는 공부만 해야 해! 우리도 놀고 싶어! 하고 싶은 게 있다고!” “나도 야구 하고 싶어! 학원보다 그게 더 재밌어!” “난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지만 부모님은 선생님이 되라고 해.” 그림자들이 소리쳤다. 그리고 대호의 그림자는 말했다. “난 이제 애들 괴롭히는 거 싫어.”

학교, 집, 학원처럼 이런저런 건물에 갇혀 공부만 해야 하는 주인들의 신세에 그림자마저 자유를 갈구하는 풍경을 소설은 재치있게 풍자했다. <달팽이의 성>으로 웅진주니어문학상을 받았던 임제다 작가의 두번째 작품이다. 초등학생부터.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그림 웅진주니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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