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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쌍용차 소설 쓴 이유 “부끄러웠다”

등록 2014-02-27 19:54

쌍용차 파업 투쟁으로 구속됐던 한상균 전 노조위원장(왼쪽)과 민주노총 활동가 김혁(오른쪽)이 자신들을 주인공 삼은 소설 <내 안의 보루>를 낸 작가 고진(아랫줄)씨와 함께 26일 오후 한겨레신문사 스튜디오에서 사진을 찍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쌍용차 파업 투쟁으로 구속됐던 한상균 전 노조위원장(왼쪽)과 민주노총 활동가 김혁(오른쪽)이 자신들을 주인공 삼은 소설 <내 안의 보루>를 낸 작가 고진(아랫줄)씨와 함께 26일 오후 한겨레신문사 스튜디오에서 사진을 찍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쌍용차 파업 이끈 한상균·김혁
주인공 삼은 소설 ‘내 안의…’ 출간
지은이는 김혁의 친구 출판인 고진

“왜 내 친구가 옥살이를 해야하는지
지난 삶과 생각을 남기고 싶었어요”
동기동창 ‘세 남자 우정의 산물’
수익은 손배대책기구 ‘손잡고’ 기부
“부끄러워서였습니다.”

쌍용자동차 파업 투쟁을 이끌었다가 나란히 옥살이를 한 한상균 전 쌍용차 노조위원장과 활동가 김혁(현 금속노조 정책기획실장)을 주인공 삼은 소설 <내 안의 보루>(사진·컬처앤스토리)를 낸 출판인 고진(52)씨는 난생 처음 소설을 쓰게 된 까닭을 부끄러움이라는 한마디로 설명했다.

“2009년 대학 친구들 모임에 갔다가 저희 친구 김혁이 쌍용자동차 파업 투쟁과 관련해서 다시 구속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나이 쉰을 코앞에 둔 노총각이 벌써 여섯번째 옥살이를 하게 된 거죠. 순간 울컥하더군요. 도대체 무엇이 그를 이런 고난의 길로 이끄는지 궁금했고, 그의 지난 삶과 생각을 저라도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무렵 마침 김혁에게도 ‘기록’에 대한 요청이 있었다.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던 사람이 저더러 수기를 써 보라고 하더군요. 학생운동으로 시작해 노동운동에 이르기까지 30여년의 궤적을, 후배 활동가들을 위해서라도 기록으로 남길 필요가 있다는 거였어요. 저 스스로도 어떤 식으로든 제 삶을 되돌아보며 정리해 보고 싶기도 해서 옥 안에서 일기를 쓰기 시작했죠.”

그렇게 한달에 한권꼴로 모두 24권의 일기가 감옥에서 쓰였다. <내 안의 보루>는 그 일기를 바탕으로 1996년부터 2009년까지 김혁의 활동을 되살린다. 2001년 대우자동차 농성 투쟁, 2003년 명동성당 이주노동자 투쟁이 비중 있게 그려지며 특히 2009년 한상균 위원장과 함께 77일간의 쌍용차 파업 투쟁을 지휘한 이야기가 책의 절반 가까이를 이룬다. 책에도 나와 있지만 김혁과 한상균은 서로가 전남기계공고 동기동창이라는 사실을 쌍용차 파업 투쟁 현장에서 비로소 알게 된다. 그러니까 <내 안의 보루>는 고교 동창과 대학 동창으로 얽힌 세 남자의 우정의 산물이기도 하다.

“김혁이라는 활동가의 생각과 행동을 일반 독자의 눈높이에 맞추어 그린 것이 이 책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쌍용차 파업 투쟁의 전말에 대한 글은 기왕에도 많이 나와 있지만, 투쟁에 임했던 활동가나 노동자의 인간적 내면을 보여주는 글은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김혁 같은 활동가로 하여금 30년 이상 운동 전선을 지켜 오게 한 힘이 무엇인지 이 책을 읽으면 알 수 있습니다.”(한상균)

학생 시절부터 무려 여섯번의 옥살이를 한 활동가나 노동자 수천명의 파업 투쟁을 이끈 노조위원장이나 매우 강인하고 냉정한 인간이라 짐작하기 쉽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책으로 나오기 전에 소설 원고를 먼저 읽어 본 정신과 의사 정혜신은 “투쟁이란 마음 여린 사람들이 밀고나가는 뜻밖의 질긴 싸움”이라는 독후감을 남겼다.

소설은 주인공 김준(김혁)이 ‘나’로 등장하는 일인칭 시점과 김준과 한상민(한상균) 등이 모두 삼인칭으로 나오는 삼인칭 시점을 오가면서 주인공들의 내면과 바깥 상황을 두루 포착하고자 한다. 1990년대 초까지는 노동운동을 했고 그 뒤로는 2008년 출판사를 창립하기 전까지 학원 강사 생활을 했을 뿐 한번도 문학 창작을 꿈꾸거나 시도해 본 적도 없었다는 작가 고진씨는 박경리와 황석영, 밀란 쿤데라 같은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읽으며 소설 쓰기를 독학했다.

“저희 세대의 가치와 이념을 절대화하고 싶지는 않지만, 허무하게 잊히거나 부당하게 폄훼당하는 데에는 불만이 없지 않습니다. 역사라는 큰 물줄기 속에서 개인의 의식과 이념, 고민을 드러내는 게 소설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책을 썼어요.”(고진)

세사람의 인터뷰 자리에 동석한 시인 송경동도 말을 거들었다.

“80년대 변혁운동의 성과와 한계를 다루는 후일담 문학이 90년대 초 이후 쏟아져 나왔습니다. 개중에는 지나치게 감상적이거나 패배주의에 사로잡힌 것도 적지 않았죠. 그럼에도 지난 20년 동안 심화돼 온 자본의 폭압과 권력의 횡포를 정면으로 문제삼은 작품은 많지 않았다고 봅니다. 그런 역사적·사회적 문제가 개인의 실존과 첨예하게 맞부딪치는 삶의 현장을 담았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매우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내 안의 보루> 인세 전액은 26일 출범한 시민행동 ‘손잡고’에 전액 기부되어 회사 쪽의 손해배상·가압류·업무방해죄로 고통받는 노동자를 위해 쓰인다. 7일 저녁 7시 조계사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는 <내 안의 보루> 출간을 기념하는 북콘서트가 열린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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