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Pha) 지음, 한호정 옮김
동아시아·1만2000원 니트족(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교육·고용·직업훈련을 받지 않는 사람을 일컫는 이 신조어는 백수나 청년실업자와 비슷한 의미로 쓰이곤 한다. 안정된 직장을 가지고 열심히 일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사람이라는 부정적 뉘앙스가 깔려 있다. 그런데 꼭 일을 해야만 하는가? 일하지 않고 빈둥빈둥 살아가는 삶은 잘못된 것인가? 이 책은 이런 질문에서 출발한다. 지은이는 일본에서 명문 교토대를 나와 안정된 직장을 ‘고통스럽게’ 다니다가 “세상 물정 모른다”, “노후는 어떻게 할 셈이야”라는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서른살에 니트족에 합류했다. 니트족의 삶과 생각을 블로그에 올려 주목받으면서 요즘 일본 젊은이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고 한다. 물론 그가 소개하는 자신의 삶이란 게 통념에 비춰보면 근사할 리 없다. 재미로 하는 소소한 프로그래밍이나 블로그에 광고 붙이기, 중고팔이 정도로 최소한의 생활비를 벌고 많은 것들을 얻어 쓰거나 빌려 쓴다. 집이나 차를 사거나 결혼, 아이도 포기했다. 대신 자기가 원하는 삶, 마음대로 내 시간을 쓰고 사람을 만나도 되지 않는 생활을 얻었다.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는 게 인간관계의 단절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지은이는 관계를 강조한다. 홀로 있으면 외로운 게 인간의 본성이고 적은 돈으로 살기 위해서는 공유하거나 나누는 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단 가족 같은 끈끈한 결속력이 아니라 느슨하고 개방적인 네트워크를 말한다. 인터넷이나 트위터로 연결돼 관심사를 공유하거나 서로에게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친구들이다. 그는 오프라인에서도 이러한 관계를 이어가고자 ‘긱하우스’라는 셰어하우스를 만들었다. ‘컴퓨터나 인터넷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묵묵히 인터넷을 하는’ 콘셉트로 만든 이 집에서 그는 하우스 메이트들과 원할 때 게임을 하거나 술도 마시고, 얼굴은 낯선 온라인 친구들도 찾아와 빈둥거린다. 긱하우스는 현재 일본과 국외에 20여개로 늘어났다. 이걸로 사업을 했으면 돈을 벌었겠지만 그가 좋아하는 ‘오픈 소스’ 방식을 택했기 때문에 그의 이득은 다른 도시에 가면 하룻밤 신세질 수 있는 정도다. 제목은 니트족으로 사는 법이지만 정작 이 책을 눈여겨봐야 할 것은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마라’는 생각을 가진 일중독자들일 듯하다. 지은이의 결론은 ‘일하지 마라’는 게 아니다. 시간을 바치고 즐거움을 포기하면서 일에 매달려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시간(여유)과 즐거움을 사는 일을 반복하는 삶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보길 권한다. 우리가 상식이라고 여기는 것들이 실은 자리잡은 지 몇십년 안 된 생각들이 대부분이다.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생각 역시 그런 상식 중 하나일 뿐이라는 거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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