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과의 대화>
두려움과의 대화
톰새디악 지음, 추미란 옮김
샨티·1만6000원
톰새디악 지음, 추미란 옮김
샨티·1만6000원
두 마리 늑대가 있다. 둘 중에 두려움이 가득한 늑대는 늘 화, 시샘, 탐욕, 분노, 거짓말 쪽을 향해 간다. 다른 쪽은 진리로 가득한 늑대다. 감사, 친절, 사랑, 기쁨, 자비, 동정 속에서 살아간다. 이 두 마리 늑대는 서로 우리 삶을 장악하기 위해 죽일 듯이 싸운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두 마리 늑대 이야기’다.
<에이스 벤추라>, <패치 아담스>, <브루스 올마이티>…. 짐 캐리, 로빈 윌리엄스 등의 배우와 간단치 않은 코미디 영화를 만들어온 톰 새디악(54) 감독은 영화의 잇단 흥행으로 대저택에 살며 전용 비행기를 타는 부자가 됐다. 그런 그가 ‘더 많이 가지려고만 하는’ 세상의 논리에서 맞서려 하자 마음속에서 두 마리 늑대가 엉켜 싸웠다. 그 과정을 정리한 책이 <두려움과의 대화>다.
전용 비행기를 버리고 자전거를 샀을 때 두려움 가득한 늑대가 그를 비난했다. “제정신이야? 언제나 원하는 때에 어디든 갈 수 있는데 그걸 그만둬?” 진리의 늑대가 답했다. “지구의 자원은 제한적이야. 나는 내 몫의 자원 이상을 썼어.” “때로는 모른 척하고 넘어가기도 하는 거야. 불편한 진실이라는 말이 괜히 있겠어?” “진실은 불편하지 않아.”
대저택을 팔고 이동식 주택 구역으로 이사를 할 때도 두려움의 공격은 계속됐다. “맙소사! 이동 주택이라니.” “내가 필요한 건 그게 다야.” “더군다나 넌 땅 주인도 아니야!” “소유권은 망상이야.” “물건은 소유하는 거야!” “내가 소유하는 건 내 선택뿐이야.”
더 많이 기부하려 하자 두려움은 소리쳤다. “미래는 생각 안 해? 이대로라면 굶어 죽을 거야!” “다른 사람들은 이미 굶고 있어.” “몇 년 못 가서 돈이 필요할지도 몰라. 병이라도 걸리면 어쩔 거야?” “지금 옳은 일을 하지 않으면 나는 지금 이미 죽은 거야.” “다 줘버리면 너는 별 볼일 없는 사람이 될 거야!” “나는 내 자신으로 남을 거야. 늘 그래왔던 것처럼.”
그는 “돈을 되도록 많이 버는 것이 왜 잘못이냐”고 묻는 두려움에게 말한다. “청소부 같은 사람들은 가족조차 부양하기 힘든데 나더러 수백만 달러를 달라고 하라고? 나중에 관대해지기 위해 지금 탐욕스러워져야 한다고?” 영화가 흥행해도 그 이익을 일부가 독식하고 세트장 청소부는 여전히 가난한 세상에 그는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그리고 상상을 시작했다. 월마트를 올(all)마트로 바꿔 수십억 달러의 수익이 한 가족의 손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가르치고 배고픈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노숙자들이 머무를 곳을 마련하는 세상을. 억만장자를 만나면 “저런, 안됐군요!”라고 말할 수 있는 사회를.
코미디 영화의 거장답게 <두려움과의 대화>에는 큭큭 웃을 수 있는 대목이 여럿이다. 부유한 할리우드 감독이 자신이 가진 것을 내려놓고 두려움과 싸우며 ‘진리의 목소리’를 따라 나섰다. 나는 무엇을 좇을 것인가. 남은 문제는 내 안의 두려움이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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