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외압 의혹…작가회의 “돌연 변경에 대응할 것”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사장 김주영)이 ‘예술인 긴급 복지 지원 예산’을 추가로 확보하고자 이미 공모와 심사가 끝난 기존 사업을 폐지하거나 축소해 반발이 일고 있다. 이번 결정은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의 요구에 따른 것이어서 외압 논란도 나온다.
재단은 27일 ‘예술인 복지 강화를 위한 사업 변경 계획 안내문’을 내어 △예술인 긴급복지지원사업비 증액 △현장예술인교육지원사업 폐지 △예술인 학습공동체 지원사업 예산 삭감 등을 알렸다. 현장예술인교육지원사업비 10억원 전액과 예술인 학습공동체 지원사업 예산 22억원 중 10억원을 합한 20억원을 예술인 긴급복지지원사업비에 보태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재단은 이날 현장예술인교육지원사업과 예술인 학습공동체 지원사업에 응모한 단체들에 메일을 보내 이런 사실을 알리며 양해를 구했다.
문제는 현장예술인교육지원사업의 경우 지난 4일 심사까지 마친 상태였다는 것. 예술인 학습공동체 지원사업도 지난 25일까지 심사를 마치는 일정이었다. 현장예술인교육지원사업에 응모했던 한국작가회의의 정우영 사무총장은 30일 “이미 81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시행되던 예술인 긴급복지지원사업에 뒤늦게 예산을 추가하느라 심사까지 끝난 다른 사업 예산을 갑자기 없애거나 줄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송파 세 모녀 자살사건을 언급하면서 긴급복지지원과 찾아가는 복지서비스 강화를 주문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작가회의 차원의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체부가 사업 변경 내용을 담아 27일 낸 보도자료는 제목이 ‘찾아가는 예술인 복지사업’으로 되어 있다.
문체부가 두 사업의 예산을 폐지 및 축소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12일 재단에 보내자 재단은 사업에 응모한 단체 관계자와 전문가들을 불러 18일 자문회의를 열었다. 문체부의 조현래 예술정책과장도 참여한 이 회의에서는 사업 폐지 및 축소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음에도 그런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고 정우영 사무총장은 주장했다.
이른바 예술인 긴급복지지원사업은 고용보험 가입이 어려운 예술인들에게 예술활동 수입이 없는 기간 동안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실업급여 형태의 지원을 함으로써 예술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장려하고자 만든 사업이다. 그러나 예술 분야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고 예술인 복지를 일종의 구휼사업에 한정한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현장예술인교육지원사업 심사를 맡았던 한 인사는 “예술인 지원이 생활보호대상자를 연명시키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현장예술인교육지원사업처럼 예술 분야의 특수성을 살리는 사업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조현래 문체부 예술정책과장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설립 취지가 형편이 어려운 예술가들을 돕자는 데에 있는 만큼 늦더라도 애초의 취지를 살리는 쪽으로 사업을 바꾸게 된 것”이라며 “현장예술인교육지원사업 같은 경우 한국문화예술위원회나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지역 문화재단 등에서 지원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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