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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언어, 꿈, 소통에 관한 묵시록적 추리소설

등록 2014-04-06 20:20수정 2014-04-07 10:12

4월 7일 출판 잠깐독서
노예 틈입자 파괴자
이치은 지음
알렙·1만4500원

서술자인 ‘나’는 말도 글도 소통도 거의 완전하게 사라져 버린 미래의 어느 시점에 언어 파괴 이전의 ‘옛날이야기’를 글로 적는다. ‘나’는 기록을 위해 외가 쪽 할아버지의 일기장, 할머니에게서 들은 말, 그리고 아직 남아 있는 도서관에서 찾아낸 책들의 도움을 받는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언어에 관한 이야기다.

또한 이 소설은 꿈에 관한 이야기다. 노예, 틈입자, 파괴자라는 별 관련 없어 보이는 제목 속의 단어들은 ‘꿈’을 매개로 매끈하게 연결된다. 꿈을 꾸는 자는 주인이고, 꿈속의 등장인물들은 노예다. 또 본인 외에는 아무도 들어갈 수 없는 것처럼 생각되는 꿈을 들여다보는 자가 있으니, 그가 틈입자다. 틈입자는 꿈에 관여하지 않고, 꿈 바깥 실제 인물도 꿈 내용을 기억하지 못해 해롭지 않다. 그러나 파괴자는 이 틈입자 중에서 꿈과 현실의 기억이 온전히 남아 있는 특별한 존재다. 이 사악한 파괴자가 꿈속에서 누군가에게 말을 걸면 꿈을 꾸는 주인은 말을 잃어버리게 된다. 파괴자의 악행으로 인류는 핵폭탄도, 지구온난화도 아닌 실어증에 걸려 언어, 의식, 물질문명 등이 파괴돼 종말의 위기에 처한다. 지은이는 고정관념을 깨는 상상력을 통해 ‘꿈, 언어, 소통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간다. 그 여정에는 정교한 퍼즐 같은 추리와 지적이고 묵시록적인 서사가 놓여 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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