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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중년이여, 나이를 사랑하라

등록 2014-04-06 20:23수정 2014-04-07 10:12

신간 <나이를 속이는 나이>는 ‘중년’ 개념의 탄생과 역사, 현실을 살펴보면서 중년이라는 나이를 사랑하라는 조언을 건넨다. 사진은 서울 세종로 네거리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민들.  이정아 기자 <A href="mailto:leej@hani.co.kr">leej@hani.co.kr</A>
신간 <나이를 속이는 나이>는 ‘중년’ 개념의 탄생과 역사, 현실을 살펴보면서 중년이라는 나이를 사랑하라는 조언을 건넨다. 사진은 서울 세종로 네거리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민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나이를 속이는 나이> 패트리샤 코헨 지음, 권혁 옮김 돋을새김·1만700원
<나이를 속이는 나이> 패트리샤 코헨 지음, 권혁 옮김 돋을새김·1만700원
나이를 속이는 나이
패트리샤 코헨 지음, 권혁 옮김
돋을새김·1만700원

“마흔 살 안팎의 나이. 또는 그 나이의 사람. 청년과 노년의 중간을 이르며, 때로 50대까지 포함하는 경우도 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이 내린 ‘중년’에 대한 정의다. 지금 이 정의에 동의하는 이가 얼마나 될까. 평균 수명이 늘고 건강 상태가 좋아지면서 50대는 물론 60대의 절반 가까이까지를 중년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관점 아닐까. 영국과 미국의 권위있는 사전들이 중년(midlife 또는 middle age)을 40~45살에서 60~65살까지로 규정하는 것과 대비된다.

“인생에서 가장 긴 시간을 차지하는 중년의 시기에 대해 우리는 놀라울 정도로 관심이 없다.”

미국 연방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아 대대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미국에서의 중년의 삶’(MIDUS) 연구팀은 연구 취지를 이렇게 설명한다. <뉴욕 타임스>에서 문화 및 예술 분야를 담당하는 기자 패트리샤 코헨이 <나이를 속이는 나이>(원제는 In Our Prime: The Invention of Middle Age)라는 책을 쓴 취지가 그와 다르지 않다. 지은이는 이 연구가 수행되는 위스콘신의 매디슨 대학 ‘뇌 영상과 행동 연구소’를 비롯해 미국 전역으로 발품을 팔며 관련 당사자들을 인터뷰하고 사료와 신문·잡지 등을 섭렵하면서 ‘중년’ 개념의 역사와 현실을 다각도로 파헤친다.

“역사상 처음으로 ‘중년’이 가장 인구수가 많고, 가장 영향력이 크며, 가장 부유한 집단이 되었다. 40살에서 64살에 걸친 중년층이 미국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국가 순가치의 70% 가량을 점유한 것이다.”

홀대받은 중년에 대한 재평가
어휘·공간 인식 등 20대 능가
사회환원으로 기여하는 시기

2012년에 출간된 이 책의 첫 문장들은 미국 연방정부와 지은이가 중년에 관심을 지니게 된 사회·경제적 배경을 알려준다. 이 책은 미국의 역사와 사회 변화 등을 근거로 논지를 펼치고 있어서 이따금씩 한국 실정에 맞지 않는 서술도 나오지만, ‘중년’ 개념의 탄생과 변모라는 커다란 흐름을 이해하는 데에는 큰 지장이 없어 보인다. 미국 연구팀은 중년에 대한 놀라울 정도의 무관심을 지적했지만, 최근 들어 중년은 제법 뜨거운 주제로 떠오르고 있다. 역시 <뉴욕 타임스>의 의학 및 건강 전문기자가 쓴 <가장 뛰어난 중년의 뇌>(2011)라든가 생물학자이자 동물학자가 쓴 <중년의 발견: 과학이 밝혀낸 중년의 놀라운 능력>(2013)처럼, 그동안 오해 내지는 홀대를 받았던 중년에 대한 적극적 재평가를 담은 번역서들과 이 책을 같이 읽어도 좋겠다.

그럼에도 ‘중년’은 사실 비교적 최근의 발명품이다. 이 책에 따르면 ‘중년’이라는 단어가 사전에 처음 등재된 것이 1895년이었다. 19세기 후반부터 미국에서 여성 참정권이 확립된 1920년까지는 ‘중년의 르네상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중년이라는 실체와 가치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대두했다. 그러나 20세기 대중문화의 총아라 할 영화와 광고가 ‘젊음’을 절대 가치로 내세우면서 “짧았던 중년의 르네상스는 이내 그 동력을 잃고 막을 내리게 된다.” 1927년에 나온 파티마 담배 광고는 “표준은 젊은이들이 만든다. 어떤 옷을 입을지, 어떤 자동차를 탈지, 어떤 담배를 피울지를 제대로 알고 싶다면 젊은이들에게 물어보라”며 중년을 깎아내리고 젊음을 진보와 동일시했다. 이런 식의 고정관념은 1920년대 미국만이 아니라 21세기 한국에서도 득세하고 있다.

이른바 ‘중년의 위기’를 말할 때 육체의 쇠약과 함께 가장 유력한 근거로 드는 것이 정신 능력의 퇴보다. 그러나 6가지 중 4가지 분야(어휘, 언어구사, 공간인식, 귀납적 추리)에서 중년(40살~60대 초반) 대상자들이 20대보다 더 좋은 점수를 기록한 MIDUS의 한 연구는 그런 관점이 그릇되었음을 보여준다. 역시 MIDUS 프로젝트 연구원들이 65살 이상 사람들에게 가장 돌아가고 싶은 나이를 물었을 때 대부분 10대와 20대, 30대는 건너뛰고 40대를 선호한다고 대답했다는 결과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프로젝트의 원년 멤버이자 미국 사회학회의 회장이었던 앨리스 에스 로시는 이렇게 말한다.

“여러 가지 관점에서 보았을 때, 중년의 삶은 많은 사람들에게 최고의 기분을 누리게 해주고, 자신의 삶을 잘 관리하며, 자신이 이룩한 것에 만족하면서 자기 개성을 표현하고, 그동안 사회로부터 얻거나 배운 것을 다시 사회로 되돌려주고 싶은 새로운 배출구를 모색한다.”

미국 방송사 엔비시(NBC) 유니버설은 2010년 말 ‘알파붐 세대’를 새로운 핵심 소구 집단으로 소개함으로써 중년에 관한 재평가 분위기에 편승했다. “인구통계학적으로 55~64살로 3500만명에 이르며 매년 1조8000억달러를 소비”하는 이 세대에 방송과 광고 같은 대중문화가 주목하게 된 것이다.

중년의 역사와 현실에 관한 이 광범위한 연구 및 자료 조사의 결론은 ‘자신의 나이를 사랑하라’는 <오프라 매거진> 특집 제목으로 요약할 수 있다. “사람들이 자신의 나이를 속이는 것은 진실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이 잡지 편집 노트에서 오프라 윈프리가 쓴 말이 한국어판 제목으로 이어졌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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