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푸른책들 제공
유순희 지음
푸른책들·1만500원 서울 변두리의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산다는 산동네’ 어디쯤에 순희네 집이 있다. 아니 있었다. 한참 전 엄마는 하얀 헝겊에 덮여 집을 나가고 나이 든 언니들은 어디론가 떠난 집에 순희와 미장일을 하는 늙은 아버지가 살았다. <순희네 집>은 ‘어둠이 가득 고여 있는 작은 상자’ 같은 집에서 즐거운 목소리를 내는 건 텔레비전뿐이었던 유년을 보낸 작가의 자전적 동화다. 철거를 앞둔 달동네의 작은 집에서 외롭게 자라나는 여자아이의 이야기는 애잔하다. 하지만 궁핍의 시절을 공유하는 1960~1970년대생 어른들에게는 낯선 이야기만도 아니다. 돌봐줄 엄마도 형제도 없는 순희지만 또래 친구와 크고 작은 사고를 치고, 몸이 불편한 친구 오빠와 우정을 나누며 전학 온 말썽쟁이 남자친구에게 애틋한 감정을 느낀다. 어느날 갑자기 들어온 새엄마의 잔소리에 화가 나면서도 보육원에서 살다가 잠시 이 집에 머물던 새엄마 아들에게 쌀쌀맞게 대했던 기억은 두고두고 미안함으로 남는다. 연작소설처럼 토막토막 이어진 에피소드의 중심에는 손바닥만한 집과 골목이 있다. 누구나 언제든 떠나고 싶었던 누추한 삶터지만 떠나고 보면 그 좁디좁은 골목에서 놀던 추억과 땟국물 흐르는 손으로 콧물 닦던 친구의 얼굴이 가슴 깊이 새겨진 마음의 고향집. 순희네도 아랫동네의 새 아파트로 이사를 한다. 새 책상과 새 의자를 들여놓은 작은 방이 마음에 들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뭔가를 두고 온 것처럼 마음에 걸려’ 옛날집을 찾아간다. 그리고 그 집의 철거 과정을 지켜보게 된다. 외롭고 쓸쓸하고 때때로 재미났던 어린 시절의 한 챕터가 그렇게 끝났다. 순희는 좀 더 어른이 됐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그림 푸른책들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